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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씨, 안녕하세요? 저는 문화연대라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동연이라고 합니다. 현재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학생들에게 문화이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저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2000년 초부터 기획했던 많은 콘서트에 줄곧 이승환 씨 섭외를 맡았었죠.

2002년 라이브 공연 활성화 캠페인 "올 댓 라이브"(All That Live)의 일환으로 제주도에서 열렸던 "제주 섬머소닉뮤직페스티벌"에서부터, 제가 집행위원으로 있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그리고 작년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Live Aid "희망"에 이르기까지 이런 저런 콘서트로 인연을 맺게 되었죠. 특히 작년에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에서는 직접 출연을 자청해서 모든 세션 비용을 모두 부담하면서까지 열정적인 무대를 열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때 이승환 씨가 무대에서 이런 말을 하셨죠, "왜 저를 안 불러 주셨어요?"라고. 또 걱정하는 팬들에게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즐거우니 걱정하지 말라고 한 말도 잊지 않고 있습니다.

▲ Lost Heritage
ⓒ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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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소중한 문화유산, 외규장각 및 약탈 문화재 반환을 위한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기획하면서 제일 먼저 이승환 씨를 섭외해야겠다고 생각한 것도 용산참사 유가족 돕기 공연에서 보여준 이승환 씨의 솔직한 의지 때문이었죠. 오히려 이런 저런 사정들을 먼저 재단해서 섭외를 자신 있게 하지 못한 것을 만회하려는 것도 있었습니다. 이번에 10집 음반발매 준비로 정신이 없었을 텐데도, 저희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흔쾌하게 라이브 에이드 공연에 참여해 주었습니다.

우리 시대 많은 뮤지션들이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그리고 우리 사회의 문화적 성숙함과 소통을 위해 경제적인 대가를 바라지 않고 당당히 무대에 서는 일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처럼 민중가수라 통칭되던 현장 뮤지션들만 사회적 이슈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뮤지션들도 적극적으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있죠.

YB, 윈디시티, 이한철, 블랙홀, 크라잉넛, 노브레인, 김장훈 등만이 아니라 홍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많은 밴드들도 다양한 문화운동과 사회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외국에서도 인권, 환경, 인종차별 반대, 전쟁과 핵 반대, 그리고 반세계화 운동을 위해 유명 뮤지션들이 노래로 세상을 향해 외치기도 합니다. 밥 겔도프, U2의 보노, RATM의 톰 모렐로, 펄 잼 등이 떠오르네요.

그러나 여전히 한국의 많은 뮤지션들은 아직도 자신들의 음악적 역량을 상업적인 이익과 인기 유지를 위해서 쏟아 붓곤 합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다양한 사회참여 활동을 하고 싶어도 상업적인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계약관계에 매여 침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특히 방송과 연예활동에 얽매여 있는 한국의 대다수의 주류 뮤지션들이 사회적 이슈와 공익활동에 참여하는 가능성이 갈수록 희박해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이번 공연을 위한 많은 주류 뮤지션들에게 섭외 요청을 했지만 모두 거절당한 것도 대중음악의 상업화와 최근의 암울한 정치적 문화적 환경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뮤지션들 스스로 자본과 정치에 검열당하는 것이겠지요. 때로는 가수들이 참여한다고 해서 외규장각이 실제로 반환받을 수 있겠냐는 회의적인 반응에서 그러한 문화재 반환 운동이 왜 중요한지조차 무감각해 하는 반응도 있었습니다.

외규장각 도서 및 약탈문화재 반환을 위한
라이브 에이드 콘서트 'LOST HERITAGE'
5월 27일(목)~28일(금) 19시30분 홍대 상상마당 LIVE HALL
5월 27일 : 허클베리핀, 윈디시티, 이승환
5월 28일 : 소히, 이한철, 3호선 버터플라이
예매문의 : 문화연대 02.773.7707
예매하기 : 인터파크
이 공연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우리들조차, 이번 공연으로 외규장각을 비롯한 약탈문화재가 극적으로 반환받을 수 있을지 완전히 확신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최선을 다해서 우리의 문화적 자존심과 문화적 권리를 소위 문화강국이라 하는 프랑스를 향해 표현하는 것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정부를 상대로 벌인 항소심에 들어갈 10만 유로의 소송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라이브 에이드 공연을 기획했지만, 단순히 돈을 모금하는 공연 그 이상 의 의미가 있는 것은 대여가 아닌 반환이라는 분명한 문화적 권리를 국가가 아닌 작은 시민단체에서 먼저 나섰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리고 그 활동을 지지해서 오는 5월 27일과 28일에 홍대 상상마당 무대에 서는 뮤지션들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많은 팬들이 이승환씨를 라이브의 황제, 해맑은 어린왕자로 기억하고 있지만, 무대에 서는 그날만큼은 우리 문화유산 지킴이로 남아주기기 바랍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 사회에서 어렵고 힘든 삶을 위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어린왕자가 되어주시기 바랍니다. 물론 이번 공연의 주인공은 이승환 씨만이 아니라 함께 무대에 오르는 6팀의 뮤지션 모두입니다. 그리고 함께 공연을 보고 라이브 에이드 취지에 공감하는 모든 관객들일 겁니다. 그래도 많은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항상 흔쾌하게 아무런 사적인 이익을 바라지 않고 무대에서 서는 이승환 씨의 모습이 항상 고맙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사회적 약자와 더 낳은 미래를 위한 문화연대의 라이브 에이드 공연 시리즈는 앞으로 계속될 것입니다. 기회가 될 때마다 또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공연 날 뵙도록 하겠습니다. 건강하세요.

Lost Heritage
 Lost Heritage
ⓒ 문화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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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동연님은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입니다.



태그:#외규장각, #콘서트, #이승환,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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