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평가전 승리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한국의 평가전 승리 소식을 알리고 있는 국제축구연맹 누리집(FIFA.com) 첫 화면 ⓒ 국제축구연맹

허정무 감독의 얼굴이 활짝 폈다. 먼 길을 떠나기 전 안방 팬들 앞에서 2-0의 승리를 거두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자기가 바꿔 들여보낸 두 선수가 나란히 골을 만들어내서 기뻤을 것이다. 더구나 그 둘(이승렬, 김보경)이 모두 자신이 총감독으로 있던 용인축구센터 출신의 애제자들이었으니 말이 필요없었을 것이다.

 

허정무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6일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0 남아공월드컵 대비 에콰도르와의 평가전에서 이승렬, 이청용의 연속골에 힘입어 2-0으로 이겼다.

 

수비수의 아찔한 헛발질

 

에콰도르가 남아메리카 월드컵 예선 일정 중에 아르헨티나를 2-0으로 물리친 적 있다고 하지만 이번 평가전을 위해 들어온 선수들은 거의 2진급이나 다름없었다. 박지성과 소속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FC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발렌시아도 데려 오지 않은 에콰도르였다. 이런 수준의 상대를 맞아 선취골이 비교적 늦게 터져 어려운 경기를 펼쳐야 했다.

 

염기훈의 머리에 맞고 떨어지는 곳으로 잘 뛰어들어간 교체 선수 이승렬이 들어온 지 7분 만에 상대 수비수까지 침착하게 따돌리며 왼발 슛을 꽂아 넣은 것. 추가골에도 바꿔 들어온 미드필더 김보경이 결정적인 역할을 해냈다. 이청용의 횡적인 움직임을 겨냥한 2:1 패스가 매끄럽게 벌칙구역 안으로 향했고 상대 문지기와 수비수의 걷어내기 실수를 틈 타 이청용이 왼발로 마무리했다.

 

이렇게 강팀의 상징인 추가골이 나와서 2-0으로 이기게 되었지만 정말로 강팀으로서의 실력을 자랑한 경기였는지는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대목이 여러 군데 있었다.

 

 16일 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의 에콰도르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이승렬 선수가 두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이청용 선수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16일 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의 에콰도르전에서 선제골을 성공시킨 이승렬 선수가 두팔을 벌리고 환호하며 이청용 선수를 향해 뛰어가고 있다. ⓒ 권우성

우선, 이청용의 추가골은 운이 좋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김보경의 왼발 패스가 넘어왔을 때 이를 걷어내려던 에콰도르 문지기 엘리자는 수비수와 호흡이 맞지 않아 헛발질하는 우를 범했다. 우리 선수들의 조직력이나 개인기를 뽐내며 만들어낸 골이 아니라는 점이 아쉽다.

 

정말로 큰 문제는 수비 쪽에서 심각하게 드러났다. 후반전 시작부터 조용형과 바꿔 들어간 가운데 수비수 황재원은 62분에 어이없는 헛발질을 내지르는 바람에 아찔한 실점 위기를 맞았다. 다행스럽게도 곽태휘가 몸을 내던지며 그 뒤를 막아주었기에 실점하지 않았지만 고개를 들 수조차 없는 장면이었다.

 

황재원은 이것도 모자라 3분 뒤에 또 한 번 실수를 저지르며 감독과 팬들의 가슴을 쓸어내리게 만들었다. 에콰도르 골잡이 프레시아도의 순간적인 몸놀림이 훌륭하기는 했지만 수비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대인방어를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특별한 몸싸움도 없이 단번에 떨어져나간 것이었다.

 

이 순간 문지기 정성룡이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왼쪽 허벅지로 막아냈기에 망정이지 먼저 골을 내주며 경기를 무척이나 어렵게 풀어나갈 뻔했다. 과연 이 실력으로 리오넬 메시나 곤살로 이과인, 카를로스 테베스(이상 아르헨티나)를 막을 수 있을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발목 돌아간 김재성, 큰 부상 아니길...

 

 16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 평가전에서 김동진 선수가 상대선수와 충돌한 뒤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16일 오후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월드컵대표팀과 에콰도르 평가전에서 김동진 선수가 상대선수와 충돌한 뒤 배를 잡고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권우성

허정무 감독은 81분에 염기훈 대신 김보경을 들여보내며 선수 교체 카드를 모두 써버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2분 뒤 미드필더 김재성의 오른쪽 발목이 돌아가는 불상사가 벌어졌다. 상대 미드필더 키뇨네스를 따돌리기 위해 180도 회전하는 기술을 자랑했지만 회전축이었던 오른쪽 발목이 상대 선수의 태클에 걸린 것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 팀은 들것에 실려 나간 김재성의 자리를 비워둔 채 남은 시간 7분 가량을 열 명이 뛰어야 했다. 비록 그 사이에 추가골이 나오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왕성한 활동력을 자랑하며 오른쪽 측면과 가운데를 휘젓던 김재성의 부상 소식은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들었다.

 

60분, 골잡이 이동국을 겨냥하여 오른쪽 측면에서 날카로운 찔러주기를 보내준 김재성의 킥 실력은 이제 그가 대표팀에도 꼭 필요한 존재임을 입증시켜주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가 있어야 박지성이나 이청용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에 이 부상 소식은 더욱 안타깝게 들릴 수밖에 없다. 부디 진단 결과가 가볍게 나오기를 바랄 뿐이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일본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출정식을 축하해주기 위해 오는 24일 도쿄 국립경기장에 불려간다.

덧붙이는 글 | ※ 2010 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2-0 에콰도르 [득점 : 이승렬(73분,도움-염기훈), 이청용(85분)]

◎ 한국 선수들
FW : 염기훈(81분↔김보경), 이동국(66분↔이승렬)
MF : 박지성(46분↔이청용), 기성용(74분↔구자철), 신형민, 김재성
DF : 김동진, 조용형(46분↔황재원), 곽태휘, 오범석(46분↔차두리)
GK : 정성룡

2010.05.17 08:2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 2010 남아공월드컵 국가대표 평가전 결과,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

★ 한국 2-0 에콰도르 [득점 : 이승렬(73분,도움-염기훈), 이청용(85분)]

◎ 한국 선수들
FW : 염기훈(81분↔김보경), 이동국(66분↔이승렬)
MF : 박지성(46분↔이청용), 기성용(74분↔구자철), 신형민, 김재성
DF : 김동진, 조용형(46분↔황재원), 곽태휘, 오범석(46분↔차두리)
GK : 정성룡
남아공월드컵 김재성 축구 에콰도르 이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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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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