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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신 : 14일 오후 8시 8분]

고개숙인 김은혜 대변인... 정작 <오마이뉴스>는 외면

청와대 행정관의 <오마이뉴스>에 대한 막말 파문에 대해 김은혜 대변인이 14일 청와대 출입기자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김 대변인은 파문을 일으킨 조 아무개 행정관의 직속상관이다. 그러나 정작 김 대변인은 <오마이뉴스>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는 애써 외면하는 모습을 보였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춘추관 기자실을 일일이 돌며 이번 사건에 대해 "제 부덕의 소치이며 제가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면서 "제 밑의 사람 말고 저를 거론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오마이뉴스> 기자를 본 김 대변인은 애써 기자를 외면했다. 기자를 외면한 채 지나가던 김 대변인에게 "대변인님, 이런 식으로 (무시하고) 넘어갈 문제가 아니죠? 아침부터 계속 전화드렸었는데..."라고 묻자, 그는 마지못해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다"고 답변 자체를 꺼렸다.

이후 김 대변인은 기자에게 먼저 비보도(오프더레코드)를 요구하면서, 일부 질문에 답했다. 물론 김 대변인의 춘추관 방문은 <오마이뉴스>가 이날 항의공문을 보낸 이후에야 이뤄졌다.

이번 사건에 대해 이동관 홍보수석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기사에 대한 얘기를 짤막하게 들었지만 정확한 보고를 못 받았다"며 "좀 더 내용을 알아보고 주의를 주겠다"고 말했다.

공동대변인인 박선규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두 사람(기자와 행정관) 사이에 오해가 있었던 것 아닌가 싶다"며 "다만 경위가 어찌 됐든 거친 언사가 오갔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그 부분에 대해선 제가 조 행정관에게 주의를 줬다"고 말했다.

브리핑이 끝난 후 기자가 "제가 거친 말을 한 사실은 없다"고 이의를 제기하자, 박 대변인은 뒤늦게 "조 행정관이 잘못했다는 뜻"이라고 내용을 정정했다.

한편, 청와대는 14일 저녁 8시 현재 <오마이뉴스>의 공식적인 사과와 재발방지 등의 요구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은 내놓지 않고 있다.

[1신 : 14일 오후 1시 12분]

취재기자에 수차례 막말한 청와대 행정관... <오마이뉴스> 정식 항의하기로

청와대 춘추관 전경
 청와대 춘추관 전경
ⓒ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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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국민 이름 쓰지 말라고… <오마이뉴스>에 무슨 국민이 있어?"
"쓰란 말이야. 자식아! <오마이뉴스>가 그렇게 쓰레기라고 쓰란 말이야!"

13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의 한 행정관으로부터 <오마이뉴스> 청와대 출입기자인 본인이 들은 말이다.

기자가 홍보수석실 산하 대변인실 조아무개 행정관의 전화를 받은 것은 이날 오전 11시 15분경. 기자는 박형준 정무수석의 평화방송 라디오 인터뷰 발언과 관련해 정무수석실과 대변인실 양측을 취재하는 중이었다.

박 수석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의 11일 '촛불 반성' 발언과 관련해 "대통령이 '촛불시위는 법적 책임보다 사회적 책임의 문제'라고 말한 뒤 '이걸 기록할 때, 정부도 그 과정에서 반성해야 될 것은 반성해야 된다'는 표현을 썼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도 반성해야 될 것은 반성해야 된다"는 대통령의 말은 김은혜 대변인의 12일 브리핑에는 없었다. 당시 기자는 박 수석이 인터뷰를 통해 대통령이 하지 않은 발언을 전한 것인지, 아니면 김 대변인이 대통령의 발언을 알리지 않은 것인지, 그 사실 관계를 확인하려고 했다.

하지만 박 수석은 전화를 받지 않았고, 김 대변인은 "브리핑 내용을 참고하라"는 문자 답신을 보내왔다. 기자는 김 대변인의 짧은 답신으로는 말 뜻을 정확히 알 길이 없어 대변인실의 다른 직원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아무개 행정관과 통화가 이뤄진 것은 바로 이때였다. 조 행정관은 "B 행정관이 일하고 있는 중이라 내가 대신해서 말하겠다"고 했다. 당시 그는 기자가 12일 쓴 <김은혜 "오마이가 오프더레코드 파기" 주장> 기사로 인해 감정이 다소 격앙된 상태였다고 했다. 김은혜 대변인은 조 행정관의 직속상관이다.

기자가 "대변인실이 (박 수석이 얘기한) 대통령 발언이 민감한 내용이라서 일부러 뺀 것 아니냐? 아니면 발언 자체가 없었던 거냐"고 묻자 조 행정관은 "대통령의 모든 발언을 공개해야 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우리 내부에서만 알아야 하는, 언론이 알 필요가 없는 내용은 공개 안 한다"고 답했다.

"국민 이름 쓰지 말라고... <오마이뉴스>에 무슨 국민이 있어?"

그의 답변이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한 기자가 좀 더 질문을 던졌다.

기자 : "대변인실 브리핑 자료에는 그런 얘기가 없잖아요?"
조 행정관 : "<오마이뉴스>는 기자가 쓴 기사를 100% 다 싣냐? 본인이 취재한 것, 정보보고한 것을 100% 다 올립니까?"

기자가 "제가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는 거냐"고 묻자 조 행정관은 이렇게 대꾸했다.

"터무니없는 질문을 하는 거죠. 야마를 맞춰놓고 끼워맞추기 질문을 하는 거죠. 그쪽은 그걸 얻어내기 위해서 계속 그쪽으로 질문을 몰고 가는 것 아닌가요?"

기자가 "흥분을 좀 가라앉히시라, 국민들이 지금…"이라고 하자 이때부터 조 행정관의 막말이 시작됐다.

조 행정관 : "아니, 국민 이름 쓰지 말라고… <오마이뉴스>에 무슨 국민이 있어?"
기자 : "청와대 공무원이니까 물어보는 거예요. 그런 식으로 말씀하지 마세요. 지금 사담하는 겁니까? 개인적인 호기심으로 물어보는 게 아니잖아요? 청와대 출입기자가 청와대 행정관에게 묻는 건데 질문하는 것 자체를 문제삼으시잖아요?"
조 행정관 : "질문 자체의 요건이 성립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손 기자 : "기사거리가 안 된다고 생각하면 전화를 하겠어요?"
조 행정관 : "그러니까 아까 질문 자체가 본인의 기사에 맞추기 위해서…. "

"청와대 행정관이 '자식'이라고 얘기했다고 기사쓰란 말야, 인마!"

더 이상의 통화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기자가 전화를 먼저 끊었지만, 조 행정관은 전화를 다시 걸어 막무가내로 폭언을 퍼부었다.

"청와대 행정관 조XX가 이런 식으로 말했다고 기사 써봐! 만날 그런 식으로 기사 쓰잖아? 그게 무슨 기사야?"
"자식이 정말 형편없이 말이야… 청와대 행정관이 '자식'이라고 얘기했다고 기사쓰란 말야. 인마!"

기자가 기가 막힌 나머지 허허 웃자 그는 결정적인 한 마디를 더 뱉은 뒤 전화를 끊었다.

"쓰란 말이야. 자식아! <오마이뉴스>가 그렇게 쓰레기라고 쓰란 말이야!"

기자가 춘추관 측에 "출입기자가 불편한 주제의 질문을 하면 폭언으로 응답하는 게 청와대의 언론관이냐? 이런 게 이명박 대통령이 얘기하는 '프레스 프렌들리(press friendly)'냐"고 따지자 춘추관 관계자는 "그 사람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모르겠다, 경위를 알아보겠다"고 답했다.

조 행정관은 전화 통화 약 3시간 뒤 <오마이뉴스> 기자를 찾아와 "내가 단정하지 못한 얘기를 한 것은 인정한다"고 이해를 구했으나 청와대의 공식 사과는 아직 없는 상태다.

<오마이뉴스>, 14일 청와대에 '항의공문' 보내기로
<오마이뉴스>는 손병관 청와대 출입기자가 13일 박형준 정무수석의 라디오 인터뷰 발언을 확인 취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 행정관으로부터 폭언을 들은 사실에 대해 청와대 측에 엄중 항의할 예정입니다. 

특히 이번 사안은 본사 청와대 출입기자의 '공적' 취재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오마이뉴스>는 이명박 정부 홍보수석실의 잘못된 언론관이 투영된 문제가 아닐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에 <오마이뉴스>는 14일 오후 청와대 측에 공식 사과와 관계자 징계 등 재발방지 대책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을 촉구하는 공문을 보낼 예정입니다. 




태그:#촛불, #이명박,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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