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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이식지에서 죽어간 단양쑥부쟁이들
 대체이식지에서 죽어간 단양쑥부쟁이들
ⓒ 4대강범대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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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멸종위기인 단양쑥부쟁를 이식한 곳은 '대체서식지'라기보다는 '단양쑥부쟁이의 공동묘지'라고 불러야 할 것 같다. 지난 7일 오전 5시, 여강선원의 4대강사업저지범국민대책위원회(4대강 범대위)와 <오마이뉴스>가 함께 조사한 여주군 강천면 굴암리 일대 단양숙부쟁이 대체서식지는 처참했다.

이식된 약 3만 6천 개체를 일일이 확인해본 결과 총 2656개체가 이미 말라 죽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살아남은 개체들도 곧 말라 죽을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다. 아직 살아있는 단양쑥부쟁이 가운데 발육 상태가 양호한 개체는 102개 정도로, 약 3%만 제대로 살아 남았다. 대체서식지로 옮겨진 지 한 달 만에 멸종위기종이 몰살을 당한 것이다.

대체서식지에 옮겨 심어진 개체중 가장 키가 컷던 단양쑥부쟁이. 이 역시도 말라 죽어있다.
 대체서식지에 옮겨 심어진 개체중 가장 키가 컷던 단양쑥부쟁이. 이 역시도 말라 죽어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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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단양쑥부쟁이 개수를 세고 있는 환경단체 사람들.
 죽은 단양쑥부쟁이 개수를 세고 있는 환경단체 사람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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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서식지' 아닌 '인공서식지'

대체서식지가 조성된 곳은 개인 농장이었던 곳으로 잔디를 재배하던 곳에 자갈과 모래를 깔아 만든 인공이식지였다. 대체서식지를 둘러싼 펜스 인근에서는 잔디 재배가 계속되고 있었다. 대체서식지라면 본래 자생하던 지역과 유사한 환경이어야 하지만, 이곳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데다 근처에 많은 약품을 사용하는 잔디농장까지 있어 단양숙부쟁이가 잘 자랄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

죽어 있는 개체들은 잎이 다 말라 있거나 아예 윗부분이 잘려나간 듯 뭉뚝한 줄기만 남아 있는 경우가 많았다. 또 2년생으로 보이는 길고 굵은 줄기의 개체도 잎이 모두 떨어진 채 말라 있었다.

물도 인공적으로 공급하고 있었다. 바닥에는 고무 호스가 깔려 있었고 가로 5m, 세로 8m 정도를 한 구간으로 설정해 물을 공급하고 있었다. 물이 나오는 곳 근처에 위치한 개체들은 물살에 쓸려나갔는지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펜스가 쳐진 대체서식지 주변에는 잔디농원이 있다.
 펜스가 쳐진 대체서식지 주변에는 잔디농원이 있다.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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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죽은 대체서식지(좌), 같은 시각 자연군락지의 단양쑥부쟁이(우)
 말라죽은 대체서식지(좌), 같은 시각 자연군락지의 단양쑥부쟁이(우)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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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군락지와 대체서식지의 모습은 극과 극

대체서식지에 있는 단양쑥부쟁이 상태가 얼마나 안 좋은가를 확인하기위해 인근에 자연 그대로 남아 있는 서식지를 찾았다. 1km도 떨어지지 않은 곳에 단양쑥부쟁이가 대규모 군락지를 이루고 있었다. 비교가 되지 않았다. 자연상태의 단양쑥부쟁이는 잎이 무성해 보기만 해도 건강한 상태임을 알 수 있었다.

4대강 범대위 관계자는 "대체서식지 장소 조성뿐만아니라 이식과정도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여주군 점동면 삼합리 일대에 단양쑥부쟁이를 전문가가 아닌 일용직 노동자 40여 명이 채취해 이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단양쑥부쟁이에 대해 지식이 없고 작업자체가 어떤 내용인지조차 알고 있지 못했다는 것이 4대강 범대위의 주장이다.

이식한 개체수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지난 4월 10일 현장조사를 하는 4대강 범대위에  현대건설 관계자는 단양쑥부쟁이를 10만본 채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재 조성되어 있는 대체서식지에 있는 개체수는 약 3만 6천 개로 나머지 약 6만 개체는 행방이 불분명하다.

정민걸 공주대학교 환경교육과 교수는 "단양쑥부쟁이가 대체서식지에서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다"라며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토양의 성분이나 수분을 가진 정도가 자연상태와 다르고 이식 과정에서 처리가 잘못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멸종위기종은 원형보존이 가장 우선"이라며 "대체서식지가 성공할 경우에만 공사를 진행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양쑥부쟁이를 실내에서 보존, 증식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 "실내에서 기르는 것은 자연상태와 다르다"고 반박했다.

이에 대해 정부 4대강 사업팀 한 관계자는 "이상 저온 등 계절적 요인으로 발육상태가 떨어질 수 있다"며 "조금 더 지나봐야 (이식 성공여부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단양쑥부쟁이는 지난 1985년 충주댐 건설로 자생지역이 수몰되면서 멸종한 것으로 알려졌었다. 무려 20년 동안 그 모습을 찾을 수 없다가 지난 2005년 여주 일대에서 군락지가 발견돼 멸종위기 야생 식물 2급으로 지정됐다. 그런데 단양쑥부쟁이에게 또 다시 절체절명의 위기가 다가 온 것이다.

대체서식지 인근의 자연상태의 군락지
 대체서식지 인근의 자연상태의 군락지
ⓒ 최지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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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단양쑥부쟁이, #잔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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