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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운 화보집 속이 아닌, 밀짚모자를 쓴 사진 속의 노무현이 아닌, 붉은 피가 흐르는 노무현이 너무 그립습니다."

 

배우 명계남의 울먹임이 5월의 저녁 하늘로 퍼졌다. 허공으로 스며든 울먹임은 통곡으로 이어졌다. 그는 "진보 같은 거 필요 없으니 그냥 인간 노무현이 어디선가 살아 있었으면 좋겠다"며 고개를 떨궜다. 그리고는 어두워져가는 하늘을 바라보며 목놓아 외쳤다. 

 

"노무현님, 사랑합니다!"

 

일년 후 다시 모인 사람들 "노무현님, 사랑합니다"

 

 

이런 외침을 어디선가 들었던 것일까. 노란 리본 수천수만 개로 만들어진 밀짚모자를 쓴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은 5월 저녁 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흔들렸다. 임옥상 화백이 사흘 밤낮으로 만든 '작품'이다.

 

이렇게 한 지지자의 변함없는 애정이 담긴 외침으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주기 추모공연은 8일 저녁 성공회대학교 운동장에서 시작됐다. 공연에 참석한 5000여 명의 시민들도 함께 "노무현님, 사랑합니다"를 외치며 행사의 문을 열었다.

 

역시 세월은 사람을 차별하지 않고 흐른다. 그래서 다시 5월이 왔고, 성공회대 진입로는 작년 6월처럼 노란색의 풍선으로 물들었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적힌 현수막도 걸렸다. 작년 추모 콘서트를 연출했던 탁현민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가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이날 공연에는 윤도현 밴드(YB), 강산에, 안치환과 자유 등 뮤지션들이 무대에 올랐다.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보컬), 정연주 전 KBS 사장(기타), 조기숙 전 청와대 홍보수석(드럼), 여균동 영화감독(색소폰) 등이 참여한 프로젝트 밴드 '사람 사는 세상2'도 무대에 올라 김민기의 <아름다운 사람>, 그룹 해바라기의 <뭉게구름>을 불렀다.

 

노란 리본 단 한명숙, 무대엔 못 섰지만 '인기 최고'

 

하지만 보컬로 참여했던 한명숙 서울시장 민주당 후보는 무대에 서지 못했다. 선거법 때문에 한 후보는 객석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6·2지방선거를 한 달도 남기지 않고 열린 추모공연에서 최고 인기를 누린 인물은 단연 한명숙 후보였다. 한 후보가 저녁 7시께 공연장에 모습을 드러내자 시민들은 "한명숙! 한명숙!"을 연호했다. 이번 공연을 주최한 노무현재단 쪽은 푸른색 정장을 입고 온 한 후보 가슴에 노란리본을 달아줬다.

 

공연장 곳곳에는 "한명숙, 당신은 꼭 지켜내겠습니다", "노무현은 잃었지만, 한명숙은 지켜내자"고 적힌 현수막과 작은 대자보가 붙었다. 개그맨 노정렬은 무대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통해 "내 아바타 한명숙이 있으니 너무 걱정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한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인기도 높았다. 시민들은 그에게 '폰카'와 디지털카메라 세례를 퍼부었다. 현재 소속 정당은 다르지만 '친노'라는 공통점이 있는 서울시장 후보 한명숙과 경기도지사 후보 유시민은 나란히 앉아 공연을 지켜봤다. 

 

 

이들 앞에서 배우 문성근은 무대에 올라 2002년 '후보 노무현'을 위해 외친 것처럼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도, 김대중 전 대통령도 떠났다. 부모 잃은 자식 마냥 황망하다. '노짱'은 꿈을 꿨다. 지역감정이 없는 나라, 비둘기가 나는 평화적인 한반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나라를 말이다. 이제 살아남은 우리가 그 꿈을 이루고 승리를 기쁨을 나눠야 하지 않겠나. 아무리 작은 선거라도 이겨 나가면서 자신감을 세워나가자. 그래야 다시 민주정부를 수립할 수 있다."

 

이어 문성근은 노무현의 이름을 부르며 "당신의 죽음을 결코 헛되이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9일 노 전 대통령 추모 공연은 광주광역시 옛 도청 앞에서 열린다. 15일에는 대구 신천둔치에서, 16일에는 대전 갑천둔치에서 열린다. 그리고 정확히 서거 1주기가 되는 23일에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부산시의 부산대학교에서 진행된다.

 


태그:#노무현 , #한명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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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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