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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산업도시이자 부자도시로 성장한 울산의 최대 병폐로 지적되어온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물결이 지역에서 거세게 일고 있다.

 

1960년까지 인구 10만 명도 안되는 조용한 농어촌이던 울산이 1962년 공업특정지구로 지정된 후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국내 최대 산업단지가 들어서면서 인구 110만 명의 국내 최대 수출도시로 성장한 배경에는 전체 인구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외지인 출신 시민들이 있었다.   

 

하지만 대도시로 급성장한 지난 50년간 울산에서는 유독 정치를 통한 기득권만은 토박이권력들이 독식하며 외지인들의 참여가 사실상 이뤄지지 않았다. 이같은 토박이 득세, 외지인 배제에는 '지역주의'라는 배경이 자리잡고 있었다.

 

특히 노태우의 6·29선언이 가져온 1987년 노동자 대투쟁이 '노동자 세력에 의한 진보정치 일번지'라는 새로운 닉네임을 얻게 했으나 아이러니하게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의 진보정치 진입은 토박이 권력의 위기의식을 불러와 오히려 울산에서는 지역주의가 더욱 단단해지는 기현상을 보였다. 이는 자치단체장, 지방의원, 국회의원 대부분을 토박이들로 채우는 결과로 나타났다.

 

하지만 6·2지방선거를 계기로 울산의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물결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진원지는 아이러니 하게도 지역주의 뿌리를 내리게 한 토박이 독점 권력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토박이 권력으로 지칭되는 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 돈을 받고 여론 조사를 실시한 지역언론의 행태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이들이 기소된 후에도 소수 독점 권력이 이들의 한나라당 공천을 고집하면서다(보수세력진보정치 일번지 울산은 왜 '비리정치 일번지'가 됐나).

 

이를 계기로 그동안 지역주의에 의한 피해자로 거론되어온 노동자, 진보정치인, 야당뿐 아니라 범여권내에서도 지역주의를 타파하자는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그 이유는 이들 대다수가 지역구성원으로 지역발전에 기여, 수십 년을 지내오면서도 객지인 취급을 받아왔고, 이런 또 다른 인구가 80%나 된다는 데 있다. 이들 사이에서는 "더 이상 소수 토박이 특권세력에 휘둘릴 수 없다"는 개혁 여론이 일고 있는 것.

 

달라진 세상... "지역주의 타파" 주창하는 지역언론도

 

6·2지방선거를 앞두고 일어난 금품여론조사 사건 발생 후 "이제는 지역주의를 타파해야 한다"는 여론이 시민들 사이에 형성되고 있다.

 

특히 최근 편집국장이 칼럼을 통해 "돈으로 줄을 세우는 외부 압력이 심하다"며 언론의 자성론을 펼친(지역일간지 편집국장 "돈으로 길들이는 외부검열 심하다" 고백) 울산지역 일간지 <제일일보>가 연일 '지역주의 극복'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개혁의 여론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제일일보>는 5월 6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도 "울주군수 무소속 후보로 출마선언한 최병권 전 울산시 경제통상 실장이 최근 '객지출신이라는 이유로 공천불이익을 받았다'고 주장하며 출마를 선언하자 '잠복된 불씨가 마침내 지펴졌다'며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최씨의 주장은 울산에서 오랫동안 숙제로 여겨졌던 지역공동체의식, 정주민 의식에 대한 논란에 직접 불을 붙인 것으로 풀이된다"며 지역의 여러 여론을 인터뷰를 통해 알렸다. ('객지론' 선거판 쟁점화)

 

<제일일보> 김정주 편집위원은 "수십 년간 울산의 발목을 잡아온 지역주의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는 '또 다른 갈등을 부른다'는 일부 소수 계층의 주장과 달리 울산만 유일하게 존재하는 토박이 득세론을 개혁해 진정한 화합과 발전을 이루자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주의에 희생 더 이상 안돼"

 

지역 정가에서는 울산의 지역주의 최대 희생자로 노무현 정부 때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냈던 송철호 변호사를 든다. 그는 울산에서 두 번의 시장 선거, 두 번의 국회의원 선거에 나섰다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항상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호남 출신, 객지 출신'이라는 점을 부각시키는 토호세력의 여론형성이었다.

 

지난 2002년 5·31지방선거에서의 정치풍토는 이를 잘 대변한다. 당시 노동자들의 지지를 받는 인권 변호사인 그는 선거 몇 달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 후보 예정자에 10% 이상 지지율이 앞섰다.

 

하지만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자 일부 지역 일간지는 '송철호 외지 출신, 호남 출신' 등을 부각시키며 연일 톱 뉴스로 보도했고, 결국 그는 한나라당 후보에 10% 이상 차로 고배를 마시고 만다. 또한 선거 후 일부 지역언론은 "'외지출생 후보에게 울산시정을 맡길 수 없다'는 식의 지역주의 정서가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지역 언론계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장성운 울주향토사연구소장은(현 언론중재위원) "실제로 송철호씨는 호남 출신이 아니었고 단지 그의 모친의 고향인 호남에서 어린시절을 잠시 보냈다는 이유로 매도됐었다"며 "하지만 송 변호사는 별 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면서 번번히 희생되어 왔다"고 말했다.

 

2002년 대선에서 승리한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과 비슷한 이력을 가진 송철호 변호사가 이같은 지역주의 해소에 기여할 것이라 기대하고 2005년 그를 국민고충처리위원회 위원장에 임명했다는 것은 역사의 한 흐름으로 볼 수 있다.

 

장성운 울주향토사연구소장은 "송철호씨는 자신이 울산에서 억울하게 당했던 일들을 정부 장관급 직책을 맡으면서도 어떤 이의 제기나 보복 등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소개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시사울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울산 지역주의, #6.2지방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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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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