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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올해 창간 10주년 기획의 일환으로 국내 11개 진보싱크탱크들과 공동으로 '지방선거 10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삽보다 사람'이라는 주제가 붙은 이번 기획을 통해 거대 담론보다는 주민들의 삶과 밀접한 과제를 구체적으로 선정하고 이에 대한 대안을 내놓을 계획입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말>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찬성한 당신들, 똑똑히 지켜보겠습니다. 한 명 한 명 이름, 경력, 얼굴 새기고 또 새겼습니다. 아이들 눈에서 피눈물 나게 하는 당신들, 내 아이들에게도 똑똑히 기억시킬 겁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작년 6월 23일 누리꾼 '박지훈'은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 이런 글을 남겼다. 경기도교육위원회가 무상급식 예산 50%를 삭감한 날이었다. 또 혁신학교 추진 예산 28억 2000만 원 전액과 학생인권조례제정 준비 예산도 삭감됐다. 결국 이날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핵심 정책들은 모두 '저격'됐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날부터 무상급식은 전국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경기도교육위원회는 곧바로 역풍을 맞았다. 누리꾼들은 성지순례하듯 도교육위원회 홈페이지를 찾아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비판했다.

 

그로부터 약 10개월이 흘렀다. 6·2지방선거도 1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무상급식은 전국적으로 관심받는 사회 의제가 됐다. 각종 모든 여론조사에서 국민 70% 이상이 무상급식을 지지하고 있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10개월 전 무상급식 예산을 삭감했던 교육위원들의 생각은 어떨까? 혹시 이들은 또 이번 6·2지방선거에 출마하나? 그리고 "똑똑히 기억하고 지켜보겠다"던 시민들은 여전히 관심을 갖고 있을까? 그래서 <오마이뉴스>가 알아봤다.

 

우선 경기도교육위원회 전체 13명 중 9명은 6·2지방선거에서 다시 교육의원으로 출마할 예정이다. 나머지 4명은 어떤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시 교육의원으로 나서는 9명에게 "여전히 무상급식을 반대하느냐"는 똑같은 질문을 던져봤다.

 

여론의 힘일까, 아니면 10개월이라는 세월의 힘일까? 이들은 모두 "무상급식은 필요하고, 해야 하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물론 실시 방법에 대해선 약간씩 차이를 보였다.

 

우선, 확실히 해둘 게 있다. 도교육위원회가 "아이들 밥상을 엎어 버린" 역사적인 2009년 6월 23일, 본회의에 출석한 이들은 이철두(의장)·강관희·조현무·한상국·유옥희·최운용·전영수·최창의·정헌모·이재삼·조돈창 위원 등 총 11명이었다.

 

이중 이재삼·최창의 위원은 "피 토하는 심정으로 호소한다"며 무상급식 추진을 주장했다. 또 당시 본회의에서 이철두 위원은 의장으로서 기권을 했고, 조현무 위원 역시 기권을 했다. 인터뷰는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찬성한 7명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 강관희 위원(제5선거구- 수원·오산·평택·화성에 출마 예정)

 

-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입니다.

"대답하지 않겠습니다. 작년에 <오마이뉴스>가 완전히 왜곡 보도를 해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었습니다!"

 

- 무슨 말씀이신지.

"나는 당시 도시지역 무상급식 예산 11억 5000만원 삭감을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이 의견은 채택 안됐어요. 결국 본회의에서 무상급식 예산 85억원 삭감하는 게 다수의견이어서 나도 찬성했을 뿐입니다."

 

- 지금은 무상급식을 찬성합니까?

"작년 6월 23일 이후 두 번의 예산 심사에서 모두 김상곤 경기도교육감 계획대로 무상급식 예산을 찬성했습니다. 그게 내 뜻입니다. 어쨌든 이제는 무상급식을 해야합니다."

 

참고로 강 위원은 작년 예산 삭감 뒤 역풍을 맞을 때 "누가 뒤에서 시민들을 조종하고 있다"며 "전교조가 권역별로 나눠 시민들 선동해서 우리 공격하는 것"이라고 밝혔었다. 하지만 현재 강 위원은 "그것은 <오마이뉴스>의 왜곡보도"라고 주장했다.

 

▲ 유옥희 위원(제4선거구- 부천·안산·시흥 출마 예정)

 

- 다시 교육의원 출마하시던데요. 지금도 무상급식 반대하시나요.

"무상급식 처음엔 반대했지만, 그 후에는 모두 예산 통과시켜 줬습니다. 이제는 무상급식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잖아요? 의무교육에서는 이제 무상급식을 당연히 해야죠!"

 

- 10개월 만에 생각이 바뀌신거네요.

"이야기했듯이, 무상급식에 대한 시민들의 이해가 높아졌어요. 그동안 지역주민들과도 소통을 많이 했는데 의무교육에서는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무상급식, 이제는 해야죠!"

 

유 위원은 작년 6월 28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후회하지 않는다"며 아래와 같은 주장을 펼쳤었다.

 

"안양에는 300명 이하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없어요.(유 의원의 지역구는 안양·군포·안산·과천·의왕이다) 시민들이 잘 몰라서 그래. 그리고 무엇보다 요즘 굶는 아이들이 없어요. 도대체 누가 굶어?"

 

▲ 최운용 위원(제4선거구- 부천·안산·시흥 출마 예정)

 

- 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미안합니다. <오마이뉴스>와는 인터뷰 안합니다. 작년에 소신껏 이야기했더니, 이상하게 오도를 해서요.(뚝!)"

 

최 위원은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다시 전화를 걸었다.

 

- 무상급식 견해 좀 듣고 싶어서요. 요즘 시민들이 관심이 많잖아요.

"무상급식 확대 실시하는 건 찬성입니다."

 

- 그러면 작년에는 왜 반대를 하셨나요?

"좋은 정책이라고 다 할 수는 없잖아요! 예산이 허락하는 선에서 해야죠. 원칙적으로는 의무교육에 해당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무상급식을 해야 합니다. 하지만 재정이 없으니, 저는 저소득층 자녀부터 확대해야 한다고 봅니다. 돈 낼 만한 아이들은 돈 내고 먹는 게 좋지 않겠어요?"

 

- 그럼 부모 소득기준에 따라 무상급식을 실시해야 한다는 겁니까?

"계속 확대 실시하는 건 맞는데, 저는 저소득층부터 점진적으로 했으면 좋겠어요. 예산이 확보되면 다르게 할 수도 있겠죠."

 

작년에도 최 위원은 "경제 형편이나 개인 사정을 고려해 무상급식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요즘 굶는 아이들 없다"며 "무상급식 예산 삭감을 후회하지 않는다"고 밝혔었다.

 

▲ 정헌모 위원(제6선거구- 고양·파주·김포·연천·양주 출마 예정)

 

- 여전히 무상급식을 반대하고 있나요?

"<오마이뉴스>와 인터뷰하고 싶지 않습니다."

 

- 그래도 요즘 시민들이 관심이 많이 갖고 있잖아요. 출마도 하시는데, 말씀 좀.

"사실 나는 무상급식을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5, 6학년을 전체 다 무상급식하는 것에 반대했을 뿐입니다. 예산이 없다면 소외계층부터 먼저 하는 게 맞잖아요?"

 

- 그러면 저소득층부터 확대 실시하자는 뜻인가요?

"예산만 많으면 무상급식을 반대할 일 없죠. 솔직히 밥값 걱정 없는 아이들까지 다 무상급식 해야 합니까? 한꺼번에 실시하지 못하면 서민층부터 해야죠."

 

- 그런 식으로 하면 어린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을까요?

"그러면 다른 교육비까지 삭감하면서까지 무상급식을 하는 건 옳습니까? 무상급식 확대 실시는 맞지만, 저는 방법면에서 생각이 좀 다릅니다."

 

정 위원은 작년 인터뷰에서도 "대충 급한 사람들은 다 도와주고 있으니 (무상급식은) 점진적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경기도 초중고 중 34%가 급식시설이 없고, 12%가 급식시설과 교실을 같이 사용한다"며 "급식비 낼 수 있는 아이들은 내게 하고, 국가 세금으로는 이런 시설 먼저 고치는 게 시급한 거 아니냐"고 반문했다.

 

▲ 조돈창 위원 (제3선거구- 의정부·동두천·남양주·포천·가평)

 

- 무상급식을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원칙적으로 찬성하죠! 무상급식은 이제 한다 안한다 하는 단계는 지나지 않았습니까? 의무교육단계에서는 이제 해야죠!"

 

- 작년과는 견해가 많이 달라지셨네요.

"작년에도 무상급식 확대 실시에는 찬성이었습니다. 다만, 필요한 예산이 문제였죠."

 

- 그러면 앞으로 계속 확대 실시를 주장할 계획인가요.

"그렇죠! 무상급식이 필요한 학생들에게 빨리 확대 실시하고, 특히 농어촌 지역부터 해야죠. 또 의무교육이니까 중학교에서도 당연히 해야합니다.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에서도 저소득층 아이들은 저녁까지 무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지금은 중식만 지원하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저녁까지 줘야죠!"

 

 

 

▲ 조현무 위원 (제5선거구- 수원·오산·평택·화성)

 

- 무상급식에 대한 견해는?

"작년에도 저는 반대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교육위에서 합의가 안돼 반대를 했었지요. 그리고 그냥 무상급식이 아니라, '친환경 무상급식'으로 가야죠!"

 

- 실시 방법에 대한 견해는 어떠가요?

"사실 경기도는 인구가 가장 많습니다. 무상급식을 확대 실시하고 있는 전북, 경남과는 많이 다릅니다. 교육비로만 다 충당하지 못합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50%는 지원 받아야 합니다. 저는 그렇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입니다. 의무교육 기간에는 당연히 무상급식 해야죠!"

 

 

 

 

 

 

 

▲ 이철두 위원(제1선거구- 안양·광명·과천·의왕·군포)

 

이철두 위원은 작년 6월 교육위원회 의장이었다. 따라서 그는 당시는 무상급식에 대한 가부 표현을 하지 않았다. 이번 인터뷰에서 이 위원은 "처음부터 무상급식 찬성론자였다"고 주장했다.

 

"저는 처음부터 무상급식을 찬성했습니다. 하지만 작년에는 의장이라서 의견 표명을 못했을 뿐이죠! 지금은 대부분 위원들이 무상급식을 찬성할 겁니다. 사실 작년 문제가 됐을 때는 무상급식을 잘 몰랐어요. 그래서 처음엔 반대를 했었는데, 그 후에는 모두 김상곤 교육감 뜻대로 찬성을 했습니다."

 

6월 2일 선거에서 경기도에서는 총 7명의 교육의원이 선출된다. 명칭도 '교육위원'에서 '교육의원'으로 바뀐다. 이들은 도의회 의원 6명과 함께 교육위원회를 구성해 경기도 초중고 교육 예산 심사 등 교육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추진한 무상급식 예산이 도의회에서 모두 삭감된 게 좋은 예다.

 

어떤 교육의원을 선출하느냐는 유권자들의 몫이다. 작년 무상급식 예산 삭감에 반대했던 이재삼 위원은 제3선거구(의정부, 동두천, 남양주, 포천, 가평)에, 최창의 위원은 제6선거구(고양, 파주, 김포, 연천)에 출마한다.

 


태그:#무상급식, #김상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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낸시랭은 고양이를, 저는 개를 업고 다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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