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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입 못하십니다."

"성당에 신부가 왜 못 들어갑니까!"

"안 됩니다. 못 들어가십니다."

 

28일 오후 8시께,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생명의 강을 위한 생명평화미사'를 마친 천주교 신부들이 "우리가 세상의 빛이 돼야 한다"면서 촛불을 들었다. 200여 명의 신자들 역시 촛불을 들고 뒤를 이었다. 그러나 "고통받는 민중들의 마음을 생각하면서 걷자"던 촛불행진은 딱 명동성당 입구에서 멈췄다. 성당 직원들이 문을 닫아걸었기 때문이다.

 

신자들은 즉각 "신부가 못 들어가는 성당이 어디 있냐", "여기는 우리 신자들 것 아니냐"고 항의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직원들은 "미사 시간 끝나면 문을 닫는다, (명동성당) 주임신부님이 못 오게 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그래도 신부들에게는 점잖은 편이었다. 직원들은 카메라를 든 기자나 신자들을 거칠게 밀어내면서 "사진 찍지마, 내가 당신 고발할 거야"라고 외치기도 했다.

 

성당 건물로 들어가는 것도 아니라 마당을 한 바퀴 돌고 오겠다면서 시작된 행진이었지만, 이날 명동성당은 천주교 신부와 신자에게 출입불가 공간이었다. 몇몇 신자들은 "추기경님, 나오세요"라고 외치면서 눈물을 흘렸고, 상황을 믿지 못하겠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라고 말했다.

 

신부들은 "충돌이 일어나면 저쪽에 빌미를 주는 것이다", "들어가고 싶지도 않다, 돌아가자"면서 돌아섰다. 신자들 입에서는 "여기가 성당이 아닌가 보네"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앞서 미사에서 장동훈 신부는 전날 기도천막 철거 사건으로 강론을 시작했다. 종이처럼 구겨진 천막을 보면서 가톨릭회관 직원이 인간적으로 안쓰러웠다는 것이다. 그 직원은 "윗분이 보내셨다, 어쩔 수 없다"고 난처한 기색을 보였다고 한다. 장 신부는 "왜 먹고사는 일에 양심을 걸어야 하냐"고 개탄했다.

 

장 신부는 또한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서도 "성당에 4대강을 반대하는 현수막이나 홍보물을 내놓으면 선거법 위반이라고 감시하고 있다"면서 "일반 유권자를 대상으로 하지 말고 신자만 대상으로 하라는 것인데, 신자들이 무슨 자격증이라도 갖고 다니냐"고 꼬집었다. 

 

그는 "선관위에 질의했더니 찬성캠페인도 똑같이 불법이라고 답변이 왔다"고 전하고 "그렇다면 4대강 공사는 선거 끝나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자들 사이에선 "옳소!"라는 추임새와 박수가 터져나왔다.

 

기도천막도 빼앗기고 성당 출입마저 거부당했지만, 신부들은 미사를 끝내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매일 오후 7시 30분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미사를 진행하고, 오는 5월 10일에는 전국적인 대규모 미사도 연다.

 

"신부들 뇌구조가 어떻게 생기셨길래..."

 

한편, 이날 낮에는 같은 자리에서 보수단체들의 생명평화미사 규탄 기자회견도 열렸다. 6.25남침피해유족회·라이트코리아·대한민국지키기불교도총연합·국민통합선진화행동본부는 오후 2시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를 앞둔 시기에 사사건건 정부 정책에 반대하면서 정치적 선동과 집단행동을 하고 있다"고 신부들을 비난했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신부가 하천에 대해서 알면 얼마나 안다고 나서냐"고 말했다. "뇌구조가 어떻게 생기셨길래 그러냐"고도 했다. 그는 "사패산 터널, 천성산 공사, 방폐장 등을 반대해서 재미를 톡톡히 본 모양"이라면서 "도롱뇽 죽는다고 (천성산 공사에) 반대해 수조원 낭비하지 않았냐"고 주장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선관위는 지난 26일 4대강사업과 관련한 홍보책자 배부 및 서명, 현수막 게시를 금지했다"면서 신부들이 선거법 위반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봉 대표는 "저희 역시 4대강을 지지하는 일을 하면 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회견문에서 보수단체들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찬성 입장을 명확히 했다. "미룰 수 없는 치수 사업"이라면서 "국토 발전과 경제 부훙의 밑거름이 될 녹색성장의 다목적 사업으로 4대강 물길 따라 새로운 대한민국이 열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힌 것이다.

 

또한 이들은 4대강과는 상관없는 제주도 해군기지나 평택 미군기지,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를 강조했다. 그 때도 천주교 신부들이 반대했었다는 주장이다.

 

봉태홍 라이트코리아 대표는 "제주 해군기지를 안 만들면 장군님이 개척한 항로라면서 가장 기뻐할 쪽이 바로 북한"이라고 말했다. 제주 해군기지 반대는 친북적 의도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날 한 회원은 "정의구현사제단, 평양서 기다리고 있다"는 피켓을 들었다. 

 

▲ 보수단체, "신부님, 도대체 뇌구조가 어떻게 생기셨나?"
ⓒ 오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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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4대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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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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