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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백만 놓여있는 영좌 -2010. 4. 24. 영월 단종문화제에서 재현 중인 견전제 중-
 혼백만 놓여있는 영좌 -2010. 4. 24. 영월 단종문화제에서 재현 중인 견전제 중-
ⓒ 임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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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져 오면 조문을 가게 됩니다. 상가나 장례식장에 도착해 제청(분향소)에 들려 조문을 하다보면 대개의 경우 제단위에 영정과 위패가 함께 놓여있습니다. 혼백이 놓여있을 수도 있지만 혼백은 잘 드러나지 않으니 일부러 확인을 하지 않으면 보지 못하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셨던 40여 년 전이라 동네 어르신들께서 돌아가셨을 때 보았던 상가에는 한지로 접은 혼백이라는 것만 영좌에 놓여있었던 것으로 기억되는데 언제부터인가 영정과 위패가 함께 놓이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영좌에 혼백, 영정, 위패 함께 놓여

일부러 공부를 하지 않으면 의미도 잘 모르는 혼백만 덜렁 놓여있는 영좌(제단)를 보면 조문을 하는 것보다는 영정 속의 돌아가신 분의 생전 모습을 보며 명복을 비는 것이 어쩌면 더 현실적이고 시대적 변화에 따른 조문방법이 될지도 모릅니다.

문제는 혼백이나 영정과 함께 놓여 있는 위패입니다. 위패를 놓는 자체가 문제되는 게 아니라 위패에 쓰여 있는 글(내용)이 맞지 않는 다는 생각입니다.

불의의 사고로 국민적 애도 속에 치러지고 있는 천안함 사망자들의 분향소 영정 앞에도 위패가 놓여있습니다. 위패에는 '故계급000神位',라고 쓰여 있는데요. 이는 '돌아가신 계급 000신의 자리'라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상장례에서 신(神)이라는 말은 하관을 하고 봉분까지 다 완성한 후 지내는 제주전(題主奠 신주를 만드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사용하게 됩니다. 그 이전까지는 령(靈)이라는 말을 주로 사용하게 됩니다.

예로서 운구를 시작하며 지내는 발인제의 축문을 보면 '영이기가 왕즉유택(靈輀旣駕 往卽幽宅)'로 시작됩니다. '영혼이시어 상여에 타셨으니 머지않아 유택입니다…'라는 내용이 될 것입니다. 노제에서도 신(神)이라는 용어는 사용되지 않습니다.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산소를 다 완성하고 혼백을 신주에 모시는 과정인 제주전에서 처음으로 신이라는 말을 사용하게 됩니다. 

'신위'로 되어있는 위패, '영위'나 '혼위'로 바꾸어야

천안함 전사자들의 영정 앞에 놓여있는 위패를 지금처럼 신위(神位)로 하여 놓는다면 발인제 축문에서 보았듯이 발인과정에서는 다시 영(靈)으로 호칭되어 앞뒤가 맞지 않게 되는 겁니다.

다수의 전사자를 합동장례로 치러야 하는 이번의 경우라면 영정만으로는 누가 누구인지를 알 수 없으니 위패까지 놓는 것이 좋겠지만 '신위'로 되어 있는 위패는 당장이라도 '故계급000靈位'(돌아가신 계급 000의 영혼이 모셔진 자리) 또는 '故계급000魂位'(돌아가신 계급 000의 넋이 모셔진 자리)로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 생각됩니다.

나라에서는 이번 전사 장병들의 장례식을 한 치의 소홀함도 없이 거행할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신위냐 영위냐를 따지는 것은, 뭉개버리면 아주 사소한 것이지만 의미를 두면 결코 사소하지 않은 일이라 생각됩니다. 

한 치의 소홀함은 눈에 보이지 않고, 잘 드러나지도 않는 숨은 의미를 망각하거나 무시하는 데서 비롯될 수도 있습니다. 앞뒤가 맞지 않음에도 장례식장 등에서 버젓하게 치러지고 있는 영좌가 제대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반영되고 홍보 될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태그:#혼백, #영좌, #신위, #영위, #혼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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