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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성삼 서울시교육감 예비후보(63·건국대학교 사범대 교수)가 16일 날개를 접었다. 후보에서 사퇴한 것이다. 지난 6일 기자와 만나 "아무리 정치이념 논리로 교육감을 뽑는 교육종말론적 현상이 벌어져도 감동을 퍼뜨리는 합리적인 선거운동 방식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한 뒤 딱 10일 만에 벌어진 일이다.

 

오 교수는 왜 후보 사퇴라는 최후의 카드를 선택했을까. 사퇴를 선언한 지 하루 뒤인 17일 오 교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 교수는 "맞아죽을 각오로 '반 전교조 단일화'란 말을 쓰지 말라고도 제안하는 등 이념대결에 반대하다 결국 사퇴를 하게 됐다"면서도 "교육의 반목과 대립구도를 조금이라도 막는데 기여를 한 것 같아 보람도 느낀다"고 최근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교육감 선거는 가장 교육적이어야 한다. 그런데 전교조와 반전교조로 나뉘어 서로를 헐뜯는 식의 선거운동은 아주 비교육적인 것이다. '반전교조 후보단일화'란 이념적인 말을 쓰지 말자고 제안했는데 결국 이런 표현을 쓰지 못하게 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 교수가 들은 소식은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를 내세운 바른교육국민연합이 지난 16일 보수 후보들 쪽에 '더 이상 반 전교조 후보단일화란 표현을 쓸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통보했다는 것. 기자가 복수의 교육감 예비 후보 사무실에 확인한 결과 이 단체는 선관위 권고 등에 따라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란 핵심 슬로건을 쓰지 않기로 잠정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예비후보는 지난 6일 오전 바른교육국민연합 간담회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발언문을 기자들에게 돌린 바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화약고처럼 비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데 교육감 선거에서 핵심이 되어야 할 교육문제는 접어둔 채 전교조와 반전교조의 이념대결만 난무하고 있는 듯하다. 교육감 선거에서 전교조 대 반전교조의 잣대에 맞춰 후보를 단일화 시키려는 움직임이 과연 합당한 일인가 말이다."

 

건대 교육대학원장과 전국교육대학원장협의회 회장을 지낸 오 예비후보는 참여정부 시절엔 잠시 국제교육진흥원장을 맡기도 했다. 현재 7년째 KBS 객원해설위원으로 활동하며 교육문제에 대한 해설을 해오고 있다.

 

오 교수와 인터뷰는 두 차례에 걸쳐 진행했다. 지난 6일 밤 건국대에서의 만남과 17일 전화 인터뷰가 그것이다. 다음은 이 두 인터뷰를 요약한 것이다.

 

"상대를 헐뜯는 이념대결... 혼란 되풀이될 뿐"

 

- 왜 후보 사퇴를 결심했나.

"이념대결로 나 같은 중도개혁 성향의 후보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는 교육감 선거전이 전개되고 있다. 또 특정 정당의 지지를 받은 후보자가 등장해 정치권 대리전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이렇게 서로를 헐뜯어야 살아남는 상황에서 비용은 많이 들고 효율은 떨어지는 교육감 선거운동을 전개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판단을 했다."

 

- 이념에 따른 편가르기식 선거운동이 어떤 문제가 있다고 보나.

"교육적이어야 할 교육감 선거가 전교조와 반전교조 대립각을 세우게 되면 후보의 능력이나 자질 검증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도덕성에 대한 판단도 못하게 된다."

 

- 반전교조 프레임을 내건 보수단체의 선거운동 개입 방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이 분들 타이틀이 '반전교조 교육감 후보 단일화'다. 이 문패 자체가 비교육적이다. 만약에 반전교조 후보 단일화로 된 사람이 당선됐다고 치자. 교총과 전교조가 학교현장에 있는데 갈등을 조정하겠나. 교육계 이념논쟁의 혼란이 되풀이될 뿐이다. 교육감 '깜'을 찾아야 하는데 반전교조 성향이 있는 사람을 찾는 활동은 맞지 않다."

 

- 원로 교육학자로서 이념대결에 대한 남다른 걱정이 있는 듯한데.

"학생들이 선생님들을 어떻게 보겠나. 쏠림현상은 병리현상으로 변해버린다. 자꾸 전교조가 국가체제를 부정하고 빨치산을 지지한다고 매도를 하는데 그건 잘못되었다. 고교 평가단 일원으로 나갔을 때 한 고교에서 전교조 선생님들이 가난한 학생 돌봐주는 모습 보면서 감복했다."

 

- 오 교수도 보수 후보로 보도되지 않았나.

"교육은 보수적이지만 지도자는 진보적이어야 한다. 다람쥐 쳇바퀴 패턴으론 발전이 없다. 나는 합리적 실용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교육은 가치중립적인 것이어야 하는데 언론들이 편 가르기를 한 것 같다."

 

- 방송 해설가 일을 오래 했으니 이명박 정부 교육정책에 대한 평가를 해 달라.

"교육정책도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구호와 궤를 같이 해야 한다. 이런 정부라면 황폐화된 인성을 회복시키고 잘못된 가치관을 바로 잡아주고 그래서 학교가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지원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학생들을 성적 경쟁의 마당으로 교원들을 평가의 심판대로 내모는 일에 강도를 더해가고 있으니 모를 일이다."

 

"언론, 전교조-반전교조 관심 두지 말라"

 

- 정부가 학교 자율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하는데…

"학교현장에서 자율화를 받는 사람들의 생각이 중요하다고 본다. 학교현장에서 정부의 자율화를 '학력향상 방안과 경쟁적 교육'만 하고 있다고 느낀다면, 그런 것이다. 자율을 통한 경쟁을 해야지, 경쟁을 위한 자율화라면 문제다."

 

- 끝으로 교육감 선거에 대해 언론들의 바람직한 보도 자세에 대해 말해 달라.

"지금 우리 사회에는 전교조와 반전교조 지지자들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닭싸움 붙이듯 전교조와 반전교조에만 관심을 두지 말고 중도 진영의 후보자들이 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면 좋겠다. 그래서 진보, 중도, 보수의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공평하게 다가갈 수 있는 선거풍토가 마련되었으면 한다."


태그:#교육감 선거, #오성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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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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