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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동안 함께 했던 막내동생 막둥이(예설이)가 지난 2월 20일 어린이집에 가기 위해 우리집을 떠났습니다. 정말 며칠 동안은 힘들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 셋 모두가 예설이 때문에 한동안 마음이 뻥 뚤린 것처럼 허전했습니다. 눈에서 눈물이 주루룩 흘러내릴 때도 있었습니다.

 

한 번씩 전화를 하는데 "큰 아빠 사랑해요, 큰 엄마 사랑해요"라는 목소리를 들으면 마음 한쪽에 작은 울림이 있을 정도로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어젯밤에 제수씨가 전화를 했는데 오늘 회사에 출근해야 하니 오후 2시 이후로 예설이를 좀 보살펴 달라고 합니다. 숙모 전화를 받은 아이들은 예설이가 온다는 말이 춤을 추고 난리가 났습니다. 아내와 나도 마음이 떨렸습니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이들은 예설이를 어린이집에 보내지 말고, 그냥 아침부터 우리집에 데리고 오면 안 되냐고 묻습니다. 나도 아침부터 우리집에 오면 좋겠다고 했는데 이미 어린이집에 간 후라 어쩔 수가 없었습니다. 오전 11시 30분쯤 예설이를 빨리 데려 오라고 아내를 닦달했습니다. 아이들은 학교를 마치자 바로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엄마가 예설이를 데려오자 춤을 추면서 온 집안에 웃음이 넘쳤습니다.

 

밥을 먹고 인라인스케이트장에 갔습니다. 인라인스케이트장에가 가면 자전거를 탈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녀석이 큰 아빠는 안 된다고 합니다. 조금 섭섭했지만 큰 아빠도 데리고 가자고 애원을 했습니다.

 

"큰 아빠는 안 돼요."

"큰 아빠도 데리고 가자."

"네, 알았어요."

"큰 아빠가 예설이를 데리고 가는 것이 아니라 예설이가 큰 아빠를 데리고 간다."

 

어린이용 네발 자전거를 빌려 태워 주려고 하는데 무서운지 처음에는 잘 타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언니가 안아주고, 무섭지 않다면서 달래주었더니 타기 시작했습니다. 머리에는 안전모를 쓰고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정말 멋집니다. 딸아이는 누구에게나 다정다감한 아이입니다. 학교에서 동무들을 잘 도와준다고 소문이 났습니다. 동무들도 도와주는데 2년 동안 함께 지냈던 동생에게는 얼마나 잘하겠습니까?

 

자전거 타기가 싫증났는지 언니에게 운동을 하자고 합니다. 옆에 운동기구가 많습니다. 언니가 온동기구에 매달리자 자기도 매달리고 싶다면 큰 엄마에게 조르기 시작합니다. 나는 떨어질까봐 무서운데 아내는 아닙니다. 가슴에 안아 번쩍 들어 주었더니 예설이는 잘 매달렸고, 빙글빙글 돌면서 좋아합니다.

 

그런데 문제가 터졌습니다. 우리집에 있을때부터 엄청난 강적이었던 우리집 막둥이와 다툼이 벌어졌습니다. 아내를 두고 두 아이가 다투는 모습이 대단합니다. 먼저 싸움을 건 쪽은 우리집 막둥이입니다. 예설이가 물을 마시고 있었는데 빼앗아 버렸습니다. 열 살 먹은 막둥이와 네 살 먹은 예설이 첫 싸움은 우리집 막둥이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오빠에게 한 방 먹은 예설이는 울고불고 했지만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막둥이는 첫 승리에 감격한 나머지 엄마에게 뽀뽀를 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착각이었습니다. 오빠가 큰 엄마와 뽀뽀를 하는 모습을 보자 예설이가 큰 엄마와 뽀뽀를 하기 위해 젖 먹던 힘까지 동원하여 오빠를 밀어냈습니다. 우리집에 있을 때는 막둥이가 엄마 무릎에 앉는 것도 용납하지 않았던 예설이입니다. 그러니 뽀뽀는 절대로 인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야, 우리 예설이 대단하다. 대단해. 결국은 오빠를 밀어내고 큰 엄마와 뽀뽀를 하네."
"전에는 체헌이가 내 무릎에도 앉지 못하게 했잖아요."
"그렇지. 당신 무릎에 앉으면 금방 달려와서 밀쳐냈지."
"그게 어디 가겠어요?"
"막둥아, 예설이가 밀쳐내니 마음이 어때?"
"괜찮아요. 내가 먼저 엄마와 뽀뽀했잖아요."
"우리 막둥이가 마음이 넓어졌네. 막둥이는 엄마하고 날마다 같이 지내지만 예설이는 오늘 엄마와 잠깐 같이 있으니까 엄마와 더 많이 있게 해주어야지."
 

▲ 막둥이와 예설이 막둥이와 예설이 치열한 싸움 끝에 예설이가 이겼습니다.
ⓒ 김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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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막둥이와 예설이의 치열한 싸움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겠습니다. 여섯 살이 적은 예설이와 다투는 막둥이를 보면 얼마나 우스운지 모릅니다. 다툴 때보면 열 살이 아니라 네 살입니다. 아내에게 막둥이가 네 살쯤 되어 보인다고 하니 웃습니다.

 

"다투는 것 보니 막둥이가 네 살로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열 살 먹은 아이를 네 살로 보다니 너무 심한 것 아니에요?"

"아까 물 빼앗는 것과 뽀뽀하려고 다투는 것 보세요. 네 살이지. 생각이 얼마나 어린지."
 

나중에 예설이 엄마가 일을 마치고 집에 가기 위해 왔는데 예설이가 갑자기 가지 않겠다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큰 엄마와 있겠다는 것입니다. 아내도 마음이 아픈지 예설이를 꼭 안았습니다. 막둥이와 딸 아이도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조금 전까지 엄마와 서로 뽀뽀하겠다고 다투었는데 막상 할머니집에 가야 하는 예설이를 보자 마음이 아픈 것 같습니다.

 

우는 예설이를 억지로 보냈습니다. 돌려보낸 후 아내가 말했습니다. 예설이를 계속 데리고 있고 싶다고 말입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냥 우리 집에 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예설이 때문에 웃었다가 울었습니다.


태그:#조카, #막둥이, #아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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