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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따라붙었다. 아주 드물게 뒤집은 조사도 있다. 4월 9일 무죄 선언을 기점으로 제법 탄력이 붙었다. 한명숙 전 총리에 대한 서울시장 후보로서의 지지율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아직 열세인 것은 분명하다.  

 

어떻게 보면 한 전 총리를 가위눌리게 하던 장애가 없어진 지금, 수면 아래에선 때늦은 논쟁이 조용하게 진행중이다. 쟁점은 한 전 총리의 득표력을 얼마로 산정하느냐, 즉 경쟁력에 관한 것이다. 경제에서 말하는 잠재 성장률처럼 한 전 총리가 최대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가늠에서부터 이견이 표출되고 있다. 한 전 총리의 경쟁력, 과연 어느 정도일까? 정말 이길 수는 있는 것일까? 

 

한명숙 전 총리로 이길 수 있나?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에게서 인사청탁과 함께 뇌물을 받은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한명숙 전 총리가 9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함께 법원을 나서고 있다.

원론적으로 보면, 상대를 소수로 몰고 우리가 다수를 만들 수 있는 쟁점이나 프레임을 가장 잘 구현하는 후보가 최고다. 시대흐름을 잘 담아내는 후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이 지점이 한 전 총리에 대한 논란의 시작이다. 객관적으로 검토한 끝에 한 전 총리가 후보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분위기 때문에 강요되고 있다는 주장이 있다. 한 전 총리가 승리를 만들 최적의 후보는 아니라는 이야기다.

 

무릇 후보 적격성은 중요한 기준이다. 따라서 이에 대한 문제제기는 옳은 것이다. 허나 여기엔 함정이 하나 있다. 찰스 더버(Charles Derber) 교수가 말하는 이른바 '선거의 덫'이다. 겉으로 드러난 여론이나 대중정서에 부합하는 후보를 선택해야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는 패배를 부르는 덫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2004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존 케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라크 전쟁의 와중이라 선거 프로파일링 끝에 군사영웅의 스토리를 갖추고 있는지를 후보 선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이 과정에 대해 더버 교수는 이렇게 적고 있다.

 

2004년 대통령 선거과정에서 민주당은 선거의 덫이 가지는 비극적인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당 지도부와 선거인단은 대통령 후보로 존 케리를 선택했다. 케리가 베트남 전쟁의 영웅이었고,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는 최대의 기회를 맞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선거인단이 케리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은 그뿐이었다.(<히든파워>, 김형주 역 2007)

 

훌륭한 정치인, 장관과 총리를 지낸 '어머니 리더십'의 소유자라고 하는 한 전 총리가 '후보'로서 거론된 가장 큰 동력은 아무래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 서거 후 한 전 총리에 대한 노 전 대통령의 평가가 소개되면서, 그리고 추모 국면에서 한 전 총리가 행한 역할로 인해 자연스레 '노무현 추모' 에너지가 한 전 총리를 후보로 밀어 올렸다. 누군가 후광효과(halo effect)라 해도 아주 틀린 것은 아니라 하겠다.

 

주목되는 '노무현의 힘'

 

이런 점에 주목하면 한 전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서의 유력 후보로 자리매김 되는 과정에서 다소 일탈한 면이 없지 없다. 그러나 선거 승리에 필요한 요건을 잘 갖춘, 일종의 맞춤 후보를 내도 지는 게 다반사인 것이 선거다. 이것이 더버 교수가 말하는 '선거의 덫' 개념의 핵심이다. 따라서 한 전 총리에 대해 최적이냐 아니냐 하는 질문은 우문이다. 부질없는 문제제기다. 따져야 할 것은 적격성 여부가 아니라 잠재 득표력이다.

 

노 대통령 앞에 두손 모은 한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가 무죄판결을 받은 다음날 김해시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하면서 두 손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목할 만한 일화가 있다. 최근 여론조사 현장에서 돌아다니는 이야기다. 다름 아니라, 지방선거에 나설 후보들의 지지율을 조사할 때 그 사람의 이력으로 노 전 대통령과 관련된 것을 언급하면 지지율이 많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실제로 KSOI(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조사에서도 확인된 사실이다. 노 전 대통령이 지금 시대나 상황에 갖는 정치적 의미나 선거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라 하겠다. 더욱이, 5월 23일 노 전 대통령 추모 1주기가 된다. 따라서 한 전 총리의 '친노'(親盧) 정체성이 부여하는 득표 잠재력은 인정해야 할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잠재득표력을 가늠할 때 가장 크게 고려해야 하는 점은 투표 불참층의 투표동기에 관련된 것이다. 지난 대선과 총선에서 대거 기권한 개혁 내지 진보성향의 유권자들이 다시 투표할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데에 한 전 총리가 얼마나 기여할 것인지 하는 문제다. 사람들을 흥분시키거나 깜짝 놀라게 하는 요소, 즉 자극요인(wow factor)를 갖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2002년 대선에서 젊은층을 투표층으로 이끌어낸 노 전 대통령이나, 싫든 좋든 노이즈 마케팅(noise marketing)이 가능한 유시민 전 장관 등과 비교해 보면, 한 전 총리에게 자극요인이 부족한 점을 알 수 있다. 지난 총선의 투표율 46%가 말해주듯, 개혁·반여 성향이 강한 젊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한 전 총리는 약하다. 허나 다행히 완패 당한 검찰이 별건수사를 통해 추태를 이어가 준다면 이런 약점은 다소 상쇄될 것이다.

 

또 하나는, 한 전 총리가 정치세대로 보면 구세대에 속한다는 점이다. 개혁·진보세력이 내세운 인물 중에서 국민이 받아들인 것은 DJ와 노 전 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들에게 실망한 나머지 다시 보수세력을 선택하는 '반동'으로 돌아섰다. 따라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유형의, 업그레이드(up grade)된 새 인물·세력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도 한 전 총리는 생물학적 나이가 아니라 정치세대로 볼 때 미래지향성이나 '새로우미즘'(new-ism)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마음을 심란하게 하는 게 하나 더 있다. 국회의원-장관-총리 등을 거치면서 한 전 총리의 정책적 정체성이 제대로 드러난 적이 없다는 점이다. 눈에 드러나고 손에 잡히는 '한명숙 아젠다'나 '한명숙 테마'가 없다는 것이다. 한 전 총리의 장점이 '어머니 리더십'이라고 하더라도, 서울시장에 걸맞은 정책과 비전은 꼭 있어야 한다. 앞으로 제시되겠지만, 현재로선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더 적극적인 행보 필요한 때!

 

이런 점에서 한 전 총리의 입장에서 민주당 당내 경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일 것이다. 경선 프로세스를 통해 '한명숙'을 알리고, 자신의 정책과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또 민심의 실체를 확인하고, 그에 호응해야 한다. 한명숙이란 브랜드 하에 새로운 세력과 새로운 비전이 결집되어 가는 흐름을 만들어야 한다.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후보요인이다. 후보가 '적당해야' 구도가 산다. 후보가 '적당해야' 다수 유권자를 결집시키는 승리연합이 가능하다. 그런데 후보는 인물과 동의어가 아니다. 특정 인물을 대중이 공감하고 대표성을 부여하고 싶은 후보로 만들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것은 가공이나 덧칠 또는 조작이 아니다. 대중과 소통하면서 그들의 이해와 요구를 받아들이는 민주적 절차이다.

 

추대 혹은 떠밀려서 후보가 되는 소극적 행보가 아니라 아젠다를 던지고, 전선(front)을 일궈내고, 합의를 만들어내고, 국면을 주도하는 적극적 행보가 필요하다. 지금 한 전 총리에게 던지고 싶은 조언이 바로 이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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