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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며칠 전, 울산 울주군 삼남면사무소는 지역 개들을 상대로 광견병 예방접종을 무료로 실시했다. 이날 면사무소 주차장에 모습을 드러낸 개들의 이동 수단은 다양했다. 승용차나 트럭에 실려오거나 시골의 특성상 경운기를 타고 온 개들도 있었다. 꽃샘추위가 극성인데도 운동도 시킬 겸 손수 개를 끌고 오신 분들도 보였다. 면사무소 앞은 아침부터 몰려든 개들로 시끌벅적 장터를 방불케 했다. 

간혹, 광견병 예방 접종에 대해 헷갈려하는 분도 계셨다. 개들이 주사 맞는 모습을 보더니, "주사를 사람이 맞는 거 아이가? 나는 내가 맞아야 하는 줄 알고 개 안 데리고 내 혼자 왔다 아이가. 다시 가서 개 데리고 와야겠네"하며 크게 웃으신다.

한 주민은 광견병 예방접종은 반드시 맞혀야 한다며, 어릴 때 겪은 고생담을 털어놓으셨다.

"내가 일곱 살 때, 들판에서 친구들이랑 쑥 뜯고 있었는데 갑자기 개 한마리가 오더니 내 허벅지를 물어뜯었다 아이가."
"세상에나, 어린 나이에 엄청 놀라셨겠네요?"

어르신은 갑자기 바지를 걷기 시작하더니 광견병에 물린 자국을 주위 사람들에게 보여주셨다. 수십 년이 흐른 지금도 흉터가 심한데 어린 나이에 얼마나 놀라고 아팠을지, 상상하는 것조차 끔찍할 정도였다. 어르신은 광견병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개 주인이 수백만 원의 벌금도 물어야 한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가축전염병예방법 제60조의 규정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사람이나 개나 주사바늘 보고 놀라는 건 마찬가지인가보다. 아파도 맞을 건 맞아야지. 면사무소 주차장에 모여든 개들의 표정을 담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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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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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주인의 차량에 실려온 개들이 놀란 표정을 짓고 있다.

'앗, 오늘 여기 뭔 일이다냐? 완전 개판이네. 얘들아, 저길 봐. 친구들이 주사 맞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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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어떡해. 나, 지금 너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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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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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야 말도 마라. 나는 너무 긴장했는갑다. 시방 오줌 싸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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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사가 너무 싫어! 안 맞을래. 아무도 모르게 바짝 엎드려있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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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 아저씨, 안 아프게 살살 놔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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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 차례인가 보구나."

갑자기 표정이 시무룩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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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주사를 맞는 동안 먼 곳을 바라보며 애써 외면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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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갱! 엄마야, 개 살려~'

주사바늘이 다가오자 갑자기 혓바닥을 쏙 내미는 표정이 압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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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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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사를 다 맞은 뒤의 저 여유로운 모습. 집으로 돌아가면서도 자꾸만 뒤를 돌아본다.

'친구들아, 잘 견뎌내.'


태그:#광견병예방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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