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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11일째인 5일 저녁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된 백령도 앞바다에서 인양준비중인 대형 해상크레인이 불을 밝히고 있다.
 천안함 침몰 11일째인 5일 저녁 기상 악화로 작업이 중단된 백령도 앞바다에서 인양준비중인 대형 해상크레인이 불을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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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서 레이더를 비롯한 각종 전파 탐지기를 운용하는 부사관을 전탐사라고 부른다. <오마이뉴스>는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해 구축함과 레이더 기지에서 전탐사로 근무한  예비역 부사관 김아무개씨와 이메일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씨는 최근에 부각되고 있는 어뢰 피격 가능성에 대해 "천안함이 (평소에 들어가지 않던 해역에서) 북한 잠수함(정)이 발사한 어뢰에 맞았을 가능성은 로또 당첨 확률보다 더 낮다"고 단언했다. 김씨는 또 "숙련된 소나사(음향탐지사)들은 고래의 울음소리, 상선이나 어선의 스크류 소음을 구별할 수 있을 정도"라며 사고 당시 "어뢰가 발사됐다면 그것을 미리 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어뢰 공격? 로또 당첨 확률보다 낮다"

- 사고 당시 천안함은 평상시 작전 구역이 아닌 곳에 있었다는 의혹이 있다.
"초계함의 경비구역은 기본적으로 백령도 서방에 직사각형 형태로 운영된다. 2척의 초계함이 2곳의 섹터를 따라 동조기동하며 평시에는 우리나라 어선의 NLL접근을 통제하거나 중국 어선들의 영해접근을 차단하는 임무를 주로 한다.

초계함은 돌발적인 작전상황 또는 날씨에 따른 피항을 이유로 경비구역을 조정하기도 한다. 백령도 서쪽 사고지점으로 경비구역이 조정됐다면 당시 기상악화에 따라 경비구역이 지정된 것으로 보인다. 함장의 건의에 따라 2함대사령부가 경비구역 조정을 하달했을 것이다.

기상악화로 경비구역이 조정됐다는 것은 함장의 근무위치 및 대원들의 복장을 살피면 명확해진다. 작전상황에 의해 사고지점으로 초계함이 기동했다면 총원전투배치 후에 기동하게 된다. 총원전투배치 상황에서는 모든 대원이 방탄모와 구명의를 착용하고 각자 지정위치에 있게되는데, 단 1명도 침실에서 대기하는 경우란 있을 수 없다. 사고 당일 함장은 함장실에 있었고 승조원들은 평시 복장 상태였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작전상황에 따라 기동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해준다.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경 함선이 주변을 지나고 있다.  (사진=옹진군청 제공)
 3월 26일 밤 서해 백령도 서남방 1.8㎞ 해상에서 침몰한 1200t급 초계함 천안함의 선수 부분이 수면위로 보이고 있는 가운데 해경 함선이 주변을 지나고 있다. (사진=옹진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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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김태영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 이후 어뢰 피격설이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를 듣고 싶다.
"사고위치가 현 위치가 아니고 사고지점에서 동쪽으로 5km 이상에 위치하고 있었다면 어뢰에 의한 피격을 주장하는 의견에 귀를 기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고위치는 북한이 전쟁을 도발할 목적이 아니고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위치다.

북측 잠수함 또는 반잠수정이 어뢰를 발사하고 도주했다고 가정한다면, 천안함에 최소 5km 이내에 접근해 어뢰를 발사했다는 건데, 당시 기상상황(해군이 밝힌 바에 의하면 파고 3m 이상)에서는 반잠수정은 기동이 불가능하다. 1200톤급 초계함도 파도가 심해 경비구역을 조정할 정도의 기상상태인데 반잠수정이 그런 파도를 뚫고 작전을 수행한다면 그건 자살행위다.

(반잠수정이 아니고) 잠수함, 또는 잠수정에 의한 어뢰 발사일 경우, 잠수함의 어뢰 발사 거리가 최소 4km, 최대 10km임을 추정할 때 어뢰는 시속 40~50노트의 속도로 천안함에 접근했을 것이다. 이 경우 어뢰는 스크류에 의한 항적을 남기게 되고 또한 스크류에서 엄청난 소음을 발생시킨다.

초계함은 24시간 소나(수중음파탐지기) 탐지를 하고 있다. 평시에는 패시브소나(감청)를 운용하고 특이상황이 발생하면 엑티브(능동) 소나를 운용한다. 패시브소나 상태에서 숙련된 소나사들은 고래의 울음소리, 어선의 스크류 소리, 상선의 스크류 소리 등을 탐지해 분별할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다.

국방장관의 국회 답변을 보면 상황에 따라 어뢰 스크류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하는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소나에서 탐지할 수 없을 정도로 어뢰가 조용하게, 4km 이상을 시속 40~50노트의 속도로 접근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대한민국 해군의 '소나사'라는 직별은 없어져야 한다.

만약 북측이 치밀한 사전준비 하에 어뢰 공격을 위해 잠수함을 기동했다고 가정한다면 북측 잠수함은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 더한 행운의 기회를 잡은 것이다. 북측 잠수함이 천안함을 공격하기 위하여 사전에 기동했다면, 북측은 다년간 작전을 수행한 초계함 작전구역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그런데 북측의 잠수함은 평시 작전구역이 아닌 사고지점 인근에 매복하고 기다렸고, 그날은 어떤 사정 때문에 천안함도 평시 작전구역이 아닌 백령도 연안으로 기동해 어뢰가 대기하고 있는 구역으로 진입, 결국 어뢰를 맞는 대참사를 당했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국방부는 천안함과 같은 대잠 초계함이 소나 체계를 가동할 경우 사고 당일을 기준으로 백령도 근해(수심30m기준)의 해양환경을 대입하면 약 2㎞ 전후에서 잠수함과 (반)잠수정, 어뢰를 탐지할 수 있는 확률은 70% 이상이라고 밝혔다- 기자 주)

"천안함, 기상악화로 피항하다 파도충격으로 파괴됐을 가능성 높아 "

지난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는 순간이 구조에 나선 해경에 의해 촬영되었다. 침몰 중인 '천안함' 선수에 적힌 초계함 고유번호 '772'의 일부가 보이고 있다.
 지난 26일 밤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이 침몰하는 순간이 구조에 나선 해경에 의해 촬영되었다. 침몰 중인 '천안함' 선수에 적힌 초계함 고유번호 '772'의 일부가 보이고 있다.
ⓒ 해양경찰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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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사고 당시 천안함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천안함은 사고 당시 기상 악화로 항해 피항을 위해 연안 파도가 비교적 잠잠한 작전구역으로 이동했을 것이다. 이 경우 함정의 경비기동속도는 약5노트다. 경비함은 지정된 피항 구역을 왕복하면서 파도를 피하며 경비임무를 수행한다. 경비함은 직사각형으로 지정된 경비구역의 끝 지점에 이르면 다시 변침(방향전환)하게 되는데, 파도가 심할 경우 시속 5노트의 속도로 변침하면 롤링과 피칭에 의해 함내가 아수라장이 된다. 그래서 함교에서는 변침을 할 때 미리 아나운싱(함내 방송)을 통해 좌현 또는 우현 변침 예정이라고 고지한 후 속도를 최대 15노트까지 올린 다음 변침을 한다. 이렇게 가속하여 변침하면 함내 요동은 줄어들지만 침실에 앉아 있는 몸이 덜덜덜 떨릴 정도의 충격이 함내에 전달된다.

3m 이상의 파도에서 15노트 정도의 속도로 변침하다 88m 길이 배의 함수 부분이 파도에 의해 들렸다가 떨어지는 충격을 상상해 보라, 그것도 수회에 걸쳐서. 함수에 의해 갈라지는 물줄기가 함교 아래에 닿을 정도니, 바닷물이 갈라질 정도일 것이다.

결론은 함정 하부가 노후된 상태에서 응급조치만 취한 상태로 작전을 수행했고 작전 수행 중 계속된 함 하부 충격이 높은 파도에 의한 충격으로 파괴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그 근거로는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천안함의 중앙 부분이 절단됐다는 점이다. 이는 파도에 의해 함수가 들렸다가 낙하하면서 받는 충격이 집중되는 곳이 함 중앙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둘째, (해경보고서에 나타난 좌표에 의하면) 사고 직전 18분에 걸쳐 9km를 이동했다는 것은 함정이 경비속도가 아닌 기동속도로 움직였다는 뜻이다. 이 속도라면 함정의 중앙 부분이 잘려 나가면서 물의 저항에 의해 함미는 즉시 침수가 시작돼 사고지역에서 가까운 곳에 침몰했을 것이다. 또 함수는 조류에 의해 떠밀려간 것이 아니라 함미가 잘려나간 상태에서 관성에 의해 이동한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 백령도 해병이 녹화한 TOD(야간열상장비) 영상에 의하면 천안함 함수가 시계 방향으로 돌면서 떠내려 갔다고 하는데, 이는 배가 변침을 위해 턴하다가 사고가 났다는 걸 뜻한다. 이런 근거들을 종합하면 사고함을 인양했을 때 아래 부분은 종이상자가 찢어지거나 터진 듯한 형태일 것이고 윗부분은 부숴져 있거나 심하게 구부러져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 사고 직후 미상의 목표에 대해 발포했다는 속초함의 대공 사격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국방부에서는 새떼라고 추정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새떼였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새떼는 전방이든 후방이든 작전에 있어 골칫거리다. 새떼의 기동속도는 35~50노트 정도 된다. 이 정도 속도로 기동하는 물체는 간첩선(반잠수정) 또는 헬기뿐이다. 레이더에 처음 표적이 잡히면 일정한 방향으로 일정한 속도로 기동하기 때문에 신병들은 간첩선 같다고 난리가 난다. 후방에서도 새떼가 잡히면 전속력으로 기동하여 추적하곤 한다. 그러나 숙달된 중·상사가 레이더를 분석하면 새떼라는 것이 판명된다.

새떼의 특성은 첫째, 레이더 반향이 일정하지 않다는 점이다. 처음 선명하게 접촉됐다가 다시 흐릿해지고 다시 선명해지고를 반복하다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둘째로, 45노트 이상의 속도로 달리다가 갑자기 변침을 한다. 바다 위에서 40~50 노트로 달리다가 직각 변침하는 배는 있을 수 없다. 그럴 경우 관성에 의해 배가 뒤집어진다.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방향이 육지임에도 속도 감속 없이 거침없이 육지 위로 달려가다 사라진다는 점이다. 국방부의 해명을 들어보면 이런 새떼의 특성이 나타나 있어서 (미상 물체의 정체를) 새떼로 판단한 것은 타당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그:#초계함 침몰, #천안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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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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