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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독자가 참여해 완성해나가는 '팬 픽션(fan fiction)' 형식의 '함께 만드는 뉴스'를 선보입니다. '함께 만드는 뉴스'는 여러 다양한 의견들이 나올 수 있는 주제나 사안에 대해 기자가 전후 상황을 설명해주고, 이에 대해 독자들이 직접 주인공 또는 조언자의 입장에 서서 의견을 제시합니다. 이후 독자들이 남긴 의견을 반영하면서 최종적으로 기사를 완성하는 방식입니다. [편집자말]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예비군교육대 건물 입구에 28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시간(26일 오후 9시 30분)승조원들의 근무위치표가 붙어 있여, 실종가 가족들이 확인을 하고 있다.
 백령도 부근에서 침몰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의 실종자 가족들이 임시 숙소로 사용하는 경기도 평택 해군 2함대 예비군교육대 건물 입구에 28일 오후 '천안함'이 침몰한 시간(26일 오후 9시 30분)승조원들의 근무위치표가 붙어 있여, 실종가 가족들이 확인을 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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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침몰 시각은 26일 오후 9시 30분. 46명의 실종자가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천안함의 함미(배꼬리)가 발견된 것은 28일 오후 4시 20분경이었다. 왜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일까?

함미 내부가 물에 차지 않으면 69시간은 죽지 않고 버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었지만,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게다가 함미를 먼저 찾아낸 것은 군 수색대가 아니라 어민이었다. 군이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지하벙커에 있는 MB "대응 잘했다"?... 풀리지 않는 의혹들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밤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재소집했다. 안보관계장관회의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김태영 국방부장관, 현인택 통일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이 참석했다.
 27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전날 밤 서해 백령도 부근에서 발생한 해군 초계함 '천안함' 침몰사건의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안보관계장관회의를 재소집했다. 안보관계장관회의에는 정정길 대통령실장, 김성환 외교안보수석, 이동관 홍보수석, 김태영 국방부장관, 현인택 통일부장관, 유명환 외교통상부장관, 원세훈 국가정보원장, 권태신 국무총리실장 등이 참석했다.
ⓒ 청와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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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참사를 둘러싼 의문은 이것 말고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침몰한 천안함을 빠져나온 함장 최원일 중령은 "천안함이 순식간에 두동강이 났다"고 했다. 그러나 28일 오전 침몰 인근 해역을 찾은 해군본부 엄아무개 정책실장(준장)은 "천안함 함장이 순식간에 함이 두동강났다고 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사고 전말을 놓고 현직 해군 고위 간부조차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청와대는 수시로 '지하벙커'에서 안보장관회의를 열고 있지만, 회의 후 발표내용은 "한 점 의혹 없이 밝히겠다, 예단과 혼란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명박 대통령은 "안타깝게도 많은 실종자가 나오기는 했지만 해군의 초동대응은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조차 반발하고 나섰다.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은 "대부분의 실종자가 함미 부분에 있다는 것을 사고 직후부터 알았는데, 함미는 불과 사고 지점에서 18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며 "그것마저 민간 어선이 발견해 보고하는 마당에 '해군의 초기대응이 잘 됐다'고 말하는 청와대의 말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고 질타했다.

군 당국의 발표 내용은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뒤바뀌고, 구조된 천안함 승조원들에 대한 통제까지 이뤄지면서 오히려 군 스스로 의혹을 부풀리는 형국이다. 천안함 침몰의 원인을 떠나 참사를 둘러싼 의문점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고, 실종자도 너무 많아 거센 후폭풍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오마이뉴스>는 천안함 침몰사고 이후 아직까지 풀리지 않고 있는 의혹들 중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3대 의문점'을 정리해봤다. 누리꾼들도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제기된 여러 의혹들을 함께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명명백백하게 진실을 가리는 일만이, 꽃도 피우지 못하고 꺾인 20대 젊은 희생자들의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이다.    

[의문점 ①] 천안함은 왜 백령도 해안에 가깝게 근접했을까?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천안함 침몰로 소집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화면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천안함 침몰로 소집된 긴급 안보관계장관회의에서 화면을 보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
ⓒ 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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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당시 천안함은 백령도 서남방 1마일(약 1.6Km) 해상을 항해하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1200톤급의 초계함(PCC)인 천안함이 해안과 가까운 근해까지 접근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여러 군사전문가들과 해군 전역자들의 지적이다.

천안함과 동급의 초계함에서 근무했던 한 예비역 해군 중위는 "1200톤급 초계함이 야간에 수심이 25m 밖에 되지 않는 근해로 들어온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천안함에 비해) 1/10 크기인 참수리급 고속정도 이 정도까지 들어오는 일은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초계함이 통상적으로 해안에서 최소 5마일 안으로 들어오는 일은 극히 드물다'고 말했다.

천안함에 근무했던 한 전역자도 "야간에는 한치 앞도 안보이기 때문에 견시병이 있어도 레이더에만 의지해 항해를 한다"며 "(암초에 의한) 좌초 위험성이 있기 때문에 육지 가까이에서는 항해를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천안함이 수리받은 지 며칠 만에 급히 출동했다는 점도 이번 기동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이뤄진 게 아니지 않느냐는 의문을 뒷받침한다. 실종자 가족들은 천안함이 출동 직전까지 수리를 받았다고 증언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천안함이 사고 당시 통상적인 작전 수행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을 뿐, 천안함이 무슨 임무를 띠고 그곳에서 운항 중이었는지 해명하지 않고 있다.

28일 오후 국방부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박성우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천안함이 백령도에 너무 근접하지 않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통상적인 항로는 아니지만 전혀 가지 않는 항로도 아니"라며 "평상시에는 수심이 깊은 곳으로 다니지만 최근에 여러 가지 상황으로 해서 작전 해역에 대한 순찰이라든지 엄폐 효과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지역으로 들어간 것일 수 있다"고 해명하고 있다.

군 당국의 해명은 "사고 해역은 초계함 작전 구역의 일부이며 군 작전상 구체적인 임무에 대해서는 밝힐 수 없다"는 것으로 정리된다.

[의문점 ②] 사고 당시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의 대공 사격은 왜?

29일 오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실에서 천안함 모형과 함께 백령도 대청도 주변 상황도를 공개하고 수색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29일 오전 국방부 대변인은 브리핑실에서 천안함 모형과 함께 백령도 대청도 주변 상황도를 공개하고 수색상황에 대한 브리핑을 했다.
ⓒ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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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오후 천안함 인근에 있던 속초함(1200톤급 초계함)이 레이더 상에 나타난 북쪽의 미확인 대공 표적에 대해 76mm포를 발사했다. 이기식(준장) 합참 정보작전처장은 지난 27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 당시 속초함의 발포 시각을 오후 9시 57분이라고 말했다. 천안함이 침몰된 지 27분만의 일이다.

그러나 이기식 처장은 당시 속초함의 위치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이후 함동참모본부 박성호 공보실장은 속초함의 정확한 위치와 발포 시간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일부의 오해를 사더라도 일체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다. 이미 국회에서 이기식 처장이 밝힌 발포 시간은 물론 위치에 대해서도 일체 함구하면서 오히려 스스로 오해를 만든 셈이다.

이후 합참은 "천안함 근처에 있던 속초함이 정체불명의 물체를 포착해 5분간 경고사격을 가하기도 했지만 레이더상의 형상으로 볼 때 새떼였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속초함이 사격을 한 시각은 천안함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급속하게 함체가 침수되는 급박한 순간이었다. 긴급상황에서 인근에 있었던 속초함이 구조작업에 참가하지 않고 대공 표적을 향해 사격했다는 것은 그럴 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사고의 원인을 북측의 공격으로 오판한 지휘부의 판단 때문은 아니었는지 하는 추측이 나오는 대목이다.

군 당국은 이런 추측에 대해 "해난 사고의 경우 무질서하게 구조함정들이 몰려들면 함정의 스크루 등에 의해 인명피해가 늘 수 있기 때문에, 먼저 출동한 참수리급 고속정 4척이 천안함 주변에 늘어서 원을 형성하고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가운데 해경이 보유한 RIB보트(구조용 고무보트)로 생존자들을 구출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역시 사고 당시 속초함이 구조작업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한 해명은 하지 않고 있다.

[의문점 ③] 어선이 발견한 함미, 해군은 왜 발견 못했나?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초기대응 미흡 지적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김태영 국방부장관이 29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천안함 침몰사고 당시 초기대응 미흡 지적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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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몰한 천안함의 함미 부분을 찾는 일이 수색·구조 작업의 핵심이었다. 실종자들의 대부분이 함미 부분에 갇혀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천안함의 함미는 침몰 3일 만인 28일 오후 10시 30분경 소해함(기뢰제거함) 옹진함의 음향탐지장비에 의해 확인됐다. 하지만 군 당국에 따르면 이보다 앞선 오후 4시 20분경 어선 연성호의 어군탐지기에 동일한 위치에서 이상 물체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어선이 먼저 특이 징후를 발견하고 뒤늦게 도착한 옹진함이 그 위치에서 함미 부분을 찾아냈다는 얘기다.

김태영 국방장관은 29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서 "한국 해군이 보유하고 있는 9척의 소해함이 모두 진해항을 모항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사고 해역에 도착한 시간이 늦을 수 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천안함이 침몰한지 이틀만에야 소해함이 사고 해역에 나타난 것은 촌각을 다투는 구조 작전의 성격을 감안하면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태그:#초계함 침몰, #천안함, #이명박 대통령, #지하벙커, #백령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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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사실 너머의 진실을 보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선임기자(지방자치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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