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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봄은 '야누스' 같다. 두 얼굴을 가진 신 야누스처럼 올해 봄은 한쪽에서 함박눈을 펑펑 쏟아내는가 하면 다른 한쪽에선 봄꽃들을 피운다.

 

천안의 유일한 자연휴양림인 풍세면의 태학산 자연휴양림은 후자에 가깝다. 야생식물원을 품고 있는 태학산 자연휴양림에는 분홍색 꽃빛깔이 마치 봄 처녀를 연상케하는 노루귀 등 봄꽃들이 어느새 앞마당까지 당도한 새 봄을 증거하고 있다.

 

봄 옷으로 단장한 꽃들과 수목들 곁에는 한 명의 눈 밝은 안내자도 있다. 작년 봄부터 태학산 자연휴양림에서 숲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고화수씨(60.신부동).해설가이기에 앞서 본인 자신이 숲의 자연 치유력을 생생히 체험한 산 증인이다.

 

"집 안에 큰일을 겪고 난 뒤 우울증도 찾아오고 건강도 쇠약해졌죠. 바깥 활동을 해보라는 동생의 권유로 숲 해설가 모집 공고를 본 뒤 덜컥 응시 원서를 제출했습니다."

 

도심에서 출생했지만 어릴 적 방학 때면 시골 할머니댁에 머물며 흙과 산을 친구 삼아 뛰놀았다. 성장한 뒤에도 한국방송통신대학교 농업학과를 졸업하며 숲과 나무, 꽃 등에 대한 지식을 꾸준히 쌓아왔다.

 

작년 3월 말부터 8월까지는 산림청의 숲 해설가 과정을 이수하느라 일주일에 삼일씩 야간에 서울을 오갔다.

 

"낮 동안은 휴양림에서 근무하고 퇴근 뒤 서울에 올라가 심야 버스를 타고 귀가했죠. 집에 오면 보통 새벽 1시. 그래도 견딜 수 있었던 것은 숲의 '자연 치유력' 덕분입니다. 태학산 자연휴양림으로 출근 한 달 뒤부터 몸이 달라지더군요. 좋은 공기에 아름다운 꽃과 나무와 생활하니 몸이 안 좋아질래야 안 좋아 질 수가 없죠."

 

고마운 자연에 대한 보답으로 숲 해설가 활동에 더욱 정성을 쏟게 됐다. 숲 해설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오전과 오후로 나눠 각각 한 차례씩 진행된다. 15~20명 정도 신청하면 한 시간에서, 한 시간 30분 정도의 맞춤형 숲 해설이 이뤄진다.

 

말로만 하는 해설이 아니라 오감이 동원된다. 나무에 청진기를 대고 수관을 통해 물이 지나가는 소리를 직접 들을 수도 있다. 아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자연교육의 기회가 된다. 고화수씨 말고 또 한명의 숲 해설가도 근무하며 숲 해설 요청에 응한다.

 

요즘 고화수씨는 혼자 있어도 살며시 웃음꽃이 피어난다. 1백58종의 나무와 3백3종의 초본이 식재된 태학산 자연휴양림에 이번 봄에는 초본 1백20종이 새로 심어진다. 더 많고 다양한 꽃들을 탐방객들에게 소개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기대가 부풀어 오른다. 한 가지 걱정도 있다. 탐방객들의 잘못된 행동 때문이다.

 

"해설을 하고 난 뒤 돌아 올 때 방금 있었던 야생화가 사라지거나 나무가 훼손된 모습을 간혹 목격하곤 해요. 자연휴양림은 쉼과 휴식의 의미도 있지만 점차 사라져가는 우리 꽃, 우리 나무들에 대한 종 보전의 장소이기도 합니다. 혼자보다는 여럿이서, 지금보다는 나중에도 만날 수 있도록 휴양림의 꽃과 나무는 눈으로만 만나세요."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천안지역 주간신문인 천안신문 567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태학산 자연휴양림, #숲해설가, #고화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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