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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지난 10년 최고의 책> 특별기획을 진행합니다. <오마이뉴스>는 전문가와 시민기자, 누리꾼 패널들이 뽑은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을 기본 자료로 삼아, 선정자문위원회의 자문 그리고 누리꾼 투표 등을 거쳐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10권을 선정해 최종 결과를 5월중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이와 더불어 <지난 10년간 최고의 책> 서평 기사를 공모해 좋은 기사로 선정된 경우 소정의 특별원고료(사이버머니)를 지급합니다. [편집자말]
김용택, 도법스님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 김용택, 도법스님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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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언어의 꽃'이라면 책은 '지식산업의 꽃'이다. 인터넷이 아무리 홍수처럼 수많은 지식을 날마다 쏟아내고 있다지만 새로운 지식은 가장 먼저 책을 통해 여기저기 알려지기 시작한다. 물론 어떤 이는 자신만이 갖고 있는 그 어떤 새로운 지식을 인터넷에 먼저 퍼뜨린 뒤 반응을 살펴가며 책으로 엮기도 한다.  

이처럼 인터넷에 그 어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먼저 퍼뜨린 뒤 책을 내는 것을 두고 출판계에서는 두 가지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나는 그 어떤 새로운 지식이나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미리 퍼뜨리고 나면 그 책을 잘 사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인터넷을 통해 그 지식이나 정보를 '맛보기'로 보인 뒤 반응을 살펴보고 책을 펴내는 것도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것이 맞을까. 사람 마음이 저마다 다르듯이 함부로 '이게 옳고 저게 그르다'고 매듭지을 수는 없다.

요즈음 서점가에 가면 흔히 '사람이 책을 만들고,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상징처럼 나붙고 있다. 왜? 사람이 살아가는 이 세상 모든 것을 '지식'이란 빗자루로 깨끗하게 쓸어 담고 있는 지식창고가 바로 책이기 때문이다.

책은 하루에도 수백 권씩 쏟아진다. 어떤 책은 내용이 아주 뛰어나지만 마케팅 부족이나 독자들 선택을 받지 못해 그대로 반품되기도 하고, 어떤 책은 내용이 썩 좋지는 않지만 시류를 아주 잘 타 베스트셀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요즈음 새로 나오는 책 대부분은 미처 독자들 눈에 띄기에 앞서 사라진다. 책에도 철저한 시장경제 논리가 따라붙기 때문이다.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 '최고의 책'

지난 십 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나온 수백만 권이 넘는 책들 가운데 어떤 책들이 '지난 10년 최고의 책'이라 할 수 있을까.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들만 '최고의 책'일까. 아니다. 베스트셀러가 아니더라도 꾸준히 독자들 마음을 사로잡는 스테디셀러도 있다. 여기에 미처 독자들 손을 거치지 못하고 사라진 책 가운데에서도 '최고의 책'이 있다.

누군가 글쓴이에게 '지난 10년 최고의 책'을 추천하라고 한다면 입에 자물쇠를 채우고 싶다. 왜? '최고의 책'은 독자들에게 큰사랑을 받은 베스트셀러 가운데에도 많이 있고, 꾸준히 조금씩 팔려나가는 스테디셀러와 독자들에게 많이 알려지지 않고 홀연히 사라졌던 책 가운데에도 너무나 많이 있기 때문이다.

출판사에서 책 한 권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을 거쳐 필자교섭-원고청탁-교열교정-종이발주-인쇄-제본 등 여러 과정을 까다롭게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 대표와 기획자는 책 한 권을 펴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어떤 지식이나 정보를 담은 책이 좋을까, 제목은 어떻게 정할 것이며, 표지 디자인과 본문 디자인은 어떡할 것인가 등등.  

이 때문에 출판사에서 펴낸 책 한 권, 한 권은 다 소중하고 귀하다. 까닭에 어떤 책이 '좋은 책'이며, 어떤 책이 '나쁜 책'이라고 함부로 말하기가 어렵다. 물론 처음부터 아예 상업적 목적을 가지고 책을 출판하는 출판사들도 더러 있다. 하지만 출판사 대부분은 '좋은 책'을 내기 위해 끝없이 노력하기 때문에 책을 '지식산업의 꽃'이라 부르는 것이다. 

글쓴이는 이 자리를 빌어 분명하게 밝혀둔다. 글쓴이가 이 글에서 추천하는 책은 '지난 10년 최고의 책'이 아니라 '지난 10년 기억에 오래 남는 책'이다. 그래야 수많은 출판사들 손가락질을 어느 정도나마 피할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글쓴이가 '지난 10년 최고의 책'이란 말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책은 <술- 한국의 술문화 1, 2>(이상희, 선)와 <덕혜옹주>(권비영, 다산책방),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정용선, 메디치)이다.

이 가운데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는 글쓴이가 지난 2009년 11월 26일자로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썼기 때문에 책 소개를 따로 하지 않고, <술-한국의 술문화 1, 2>와 <덕혜옹주> 두 권을 핵심만 간추려 소개한다. 왜 이 책들이 글쓴이 기억에 오래 남았는지 다시 한번 되짚어보기 위해서다.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술백과사전'

술, 한국의 술문화 1,2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이 2009년 5월에 펴낸 <술-한국의 문화 1,2>는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술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 술, 한국의 술문화 1,2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이 2009년 5월에 펴낸 <술-한국의 문화 1,2>는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술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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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민족은 술에 대한 인심이 특별히 후하고 술 취한 사람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편이다. 그러나 우리가 본래부터 술을 죽기 살기로 아무렇게나 들이킨 것은 아니었다. 술을 마시는 데는 엄격한 주도가 있어 지킬 것은 서로 지켜가면서 술을 마셨다. 그리고 그 주도에는 정서적인 교양이 있었고 향기로운 철학이 있었으며 멋있는 풍류가 있었다." - 6쪽, '책머리말' 몇 토막

지난 1998년 1500쪽이 넘는 대작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 2, 3>을 펴내며 "한국 정신문화사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라는 평가를 받은 이상희 전 내무부 장관이 2009년 5월에 펴낸 <술-한국의 문화 1, 2>는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술백과사전'이라 할 수 있다. 200자 원고지 1만여 장을 훌쩍 넘긴 이 책에는 1200여 점에 이르는 그림과 사진자료까지 들어 있어 읽는 이로 하여금 책이 빚은 술에 '포옥' 취하게 만든다.

이 책은 우리 민족과 함께 살았던 술에 대한 역사과 전통주 빚는 법, 술과 관련된 민속, 술집, 주법과 주도, 풍류놀이, 문학, 노동과 술을 담는 도기와 술잔 등을 주춧돌과 기둥으로 세웠다. 여기에 역사 기록에 남아있는 주호들이 벌인 행동, 술과 관련된 일화, 야화, 속담 등으로 벽을 세우고 기와를 얹어 술에 관한 모든 것을 한눈에 꿰뚫어 볼 수 있다.

1권에는 우리나라 술에 따른 어원과 연혁, 전통주를 빚는 특징과 종류를 꼼꼼하게 적어 우리나라 술이 입고 있는 겉옷과 속옷을 한 겹 한 겹 벗겨내고 있다. 이와 함께 술의 효용, 계주, 금주, 주상(酒商), 술과 민속 등도 빠뜨리지 않고 이야기를 하듯이 차근차근 풀어놓고 있어, 우리나라 술문화에 자신도 모르게 흥겨워진다. 

2권에는 주법(酒法)과 주례(酒禮), 음주와 풍류놀이, 음주와 문학, 술병과 술잔 그리고 역사상 기록이 남아 있는 주호(酒豪)들이 벌인 술에 대한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되짚는다. 여기에 술과 이어지는 일화와 야화, 술과 관련된 속담과 고사성어까지 덧붙여, 이 책 주인공 '술'이 보아도 고개를 절로 끄덕이게 만든다.

이상희 전 장관은 "현재 술과 관련된 서적은 비교적 다양한 편이지만 그 대부분이 서양 술에 관한 것이다"라며 "이 책에서 우리 조상들이 어떻게 술을 마셨고, 과연 어떠한 술문화를 형성했던가 하는 것을 똑똑히 규명함으로써 한국인의 술문화 전반에 대하여 폭넓게 기술해 보고자 본 저서 집필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이상희는 1932년 경북 성주에서 태어나 고등고시 행정과에 합격한 뒤 진주시장, 산림청장, 대구광역시장, 경상북도 도지사, 내무부 장관,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한국토지공사 사장, 건설부 장관 등을 거쳤으며, 학교법인 영광학원(대구대학교) 이사장을 맡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지방세개론> <지방재정론> <波臣(파신)의 눈물> <꽃으로 보는 한국문화 1, 2, 3> <우리 꽃문화 답사기> <백년설 평전-오늘도 걷는다마는> <매화> 등이 있다.

조국과 일본이 버렸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

덕혜옹주 한일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올해 들머리에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장편소설 <덕혜옹주>.
▲ 덕혜옹주 한일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올해 들머리에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장편소설 <덕혜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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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장 큰 죄는 대한제국의 마지막 핏줄로 태어난 것입니다."


한일강제합병 100년이 되는 2010년 직전인 지난 12월, 우리나라 최초로 나온 장편소설 <덕혜옹주>. 조국과 일본에서조차 버려졌던 마지막 황녀 덕혜옹주(정혜)가 겪은 기구한 삶을 다룬 <덕혜옹주>는 나오자마자 무라카미 하루키가 19주 동안 지키고 있던 종합베스트셀러 1위 자리를 꿰찼다. 이 책은 그 뒤 7주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다 법정 스님 책 때문에 주춤하고 있는, 울산 작가 권비영이 쓴  장편소설이다.

덕혜옹주는 1912년 5월 25일에 태어나 1989년 4월 21일에 한 많은 이 세상을 뜬, 그야말로 한일강제병합이라는 치욕스런 역사가 낳은 슬프고 가련한 황녀였다. 그는 한때 '덕수궁의 꽃'이라 불리기도 했으나, 사실상 태어나는 순간부터 스스로 뜻과 아무런 관계없이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어린 나이에 고종 황제를 잃은 뒤 일본으로 끌려가 갖은 냉대와 감시를 받으며 십대 시절을 보낸다. 그는 그 뒤 일본인과 강제결혼을 거쳐 7년 동안에 걸친 감금생활, 일방적인 이혼통보 등을 겪으면서 점점 무너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희망이 있다면 오직 '조국에 대한 그리움과 삶의 터전을 다시 찾을 수 있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그가 그토록 사랑했던 조국에서는 일본이 패망한 뒤에도 그를 찾지 않는다. 그는 그렇게 이국땅에서 철저히 버려졌다가 37년 만에 쓸쓸히 조국으로 돌아온다. 그는 "나는 낙선재에서 오래오래 살고 싶어요. 전하, 비 전하 보고 싶습니다. 대한민국 우리나라"라는 글을 남겼을 정도로 조국을 너무나 사랑했다.

"일본 주재소는 양지 바른 곳이었다. 그나마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을 수 있는 곳. 기름진 밥 한 그릇을 빌어먹느니 굶더라도 주재소에 가서 빌붙는 것이 훨씬 편했다…. 고종은 고개를 들어 경운궁 쪽을 바라봤다. 그곳에 조선의 마지막 핏줄이 잠들어 있었다. 그는 그 어린 것의 운명 또한 점칠 수 없었다. 조선의 왕인 자신의 운명을 점칠 수 없는 것처럼."

작가 권비영은 "쓰지 않고는 견딜 수 없었다"며 "나라를 잃어 버린 설움은 가장 높은 곳에서부터 가장 낮은 곳까지 송두리째 흔드는 법이다. 그것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황녀로 태어났지만, 한번도 그 이름에 걸맞게 살아가지 못했던 덕혜옹주도 마찬가지"라고 힘주어 말한다.

권비영은 "그녀의 삶이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못하고 잊혀져 버렸다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덕혜옹주의 처지를 알리기 위해 기사를 썼던 대한제국의 김을한처럼, 현대인들이 그녀를 잊지 않도록 하기 위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덕혜옹주에 대한 책은 단 한 권 밖에 없다. 일본 번역서다. 우리가 한 번도 조명하지 않았던 그녀를, 일본에서 다루었다는 데 대해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울산에서 태어나 울산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 권비영은 1995년 신라문학대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소설21세기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지난 2005년에 창작집 <그 겨울의 우화>를 펴냈으나 빛을 보지 못하다가 <덕혜옹주>로 갑자기 '무명작가'에서 '베스트셀러 작가'로 우뚝 섰다. 글쓴이가 이 책을 추천한 까닭도 이 때문이다.


덕혜옹주 (일반판)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다산책방(2015)


시인과 스님, 삶을 말하다

도법.김용택 지음, 이창수 사진, 정용선 정리, 메디치미디어(2009)


술 : 한국의 술문화 - 전2권

이상희 지음, 선(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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