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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5월 26일, 오후

 

사건의 직접적인 발단은 이랬다. 경기도 H시 D아파트에 사는 김성수(30세, 가명)씨는 아파트 단지 내 놀이터 한 구석에 놓여있는 농구공을 보고 무심코 발로 찼다가 아주머니 한 분과 시비가 붙었다.

 

아주머니는 아이 공을 발로 찬 김씨에게 욕설을 퍼부었고, 당황한 김씨는 그 자리를 피했으나 아주머니는 김씨의 집까지 따라오며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다툼은 곧 몸싸움이 됐고, 급기야 아주머니 눈 밑이 찢어져 여섯 바늘을 꿰매는 사건이 일어났다. 결국 김씨와 아주머니는 경찰서까지 가야했고, 김씨가 아주머니에게 치료비 300만 원을 지급하는 것으로 합의하면서 사건은 마무리됐다.

 

보통 이런 일은 하루 저녁 가십거리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정도로 끝이 난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아파트 부녀회장과 입주대표회장이 사건 당일 김씨가 조사를 받던 경찰서로 찾아와 이미 경찰 조사가 끝나 귀가조치 된 김씨에게 주민의 안전을 운운하며 "아파트에 들어설 수 없다"고 막아섰던 것이다.

 

이들이 이렇게 강경하게 대응한 이유, 그것은 김씨에게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부녀회장과 입주대표회장이 김씨에게 입원을 강요하며 아무 병원이나 입원시키려 하자 김씨 가족들은 경찰서에서 하룻밤을 지새우면서 결국 이들을 설득해 김씨가 그동안 치료를 받아오던 병원에 입원하도록 조치했다.

 

 

4개월의 강제입원…가족에 대한 이사 강요

 

그러나 김씨의 입원 후에도 사건은 끝나지 않았다. 그로부터 며칠 후 주민들은 청와대, 보건복지가족부, 보건소 등 6개 공공기관에 '정신질환자 강제전출 및 강제 요양치료 요청 탄원서'를 모아 제출했고, 그 과정에서 주민간의 다툼이었던 사건은 김씨가 아무 이유도 없이 아주머니를 끌고 다니며 폭행한 것으로 왜곡되고 과장됐다.

 

며칠이 또 지나자, 이번에는 "정신장애인이 부녀자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주민회의를 소집한다"는 아파트 내 방송이 하루 두 차례씩 흘러나오기 시작했고 6월 10일 주민회의를 마친 100여명의 아파트 주민들이 어머니와 갓난아기만 있는 김씨의 집을 에워싸고 확성기까지 동원해 "이사를 가라"며 시위하고 베란다 모기장을 찢는 등 위협을 했다.

 

이 소식을 들은 가족들은 다급하게 집으로 돌아왔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들을 노인정으로 불러내 "이사 가라. 사람들 보이지 않는데 숨어 살아라", "정신분열증환자는 갑자기 뒤에서 사람을 칼로 찌를 수 있다. 그것도 모르냐?"면서 "이사를 간다"는 각서를 쓰도록 강요했고, 가족들은 각서를 쓰고 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튿날 아파트에는 '절반의 성공'을 알리는 벽보가 나붙었다. 그리고 김씨는 이후 4개월간 강제입원 상태로 집에 돌아올 수 없었다. 폭력성이 감지되지 않고 통원치료가 가능하다는 의사 소견은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주민의 집단 폭력=공공의 이익?

 

주민들의 괴롭힘이 10월까지 이어지자, 가족들은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해 10월말 이를 주동한 가해자 6명을 명예훼손과 다중 위력에 의한 협박 및 강요로 경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고소에 대해 경찰이 지난 2월 불기소(혐의없음)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유는 주민들의 행동이 주민의 안전이라는 공공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것으로 범죄로 볼 수 없다는 것과 증거불충분, 두 가지였다.

 

가해자들은 사람들 속에 숨은 채, 자신은 주민회의를 소집했을 뿐 농성이나 위협 당시 그 자리에 없었다고 입을 맞춰 발뺌했고, 모든 행동이 주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경찰의 불기소 의견은 경찰이 가해자들의 이러한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기 때문에 내려진 것이었다.

 

물론 증거불충분에는 증거를 댈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자 강제전출 및 강제 요양치료 요청 탄원서'를 조직하고 주민회의를 소집하는 등의 일련의 행위만으로도 집단 폭력을 조장하고 이에 가담했다고 볼 수 있겠으나 그래도 꼭 농성과 위협을 통해 각서를 받아내던 현장에 그들이 있었다는 물증을 원한다면 이는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다.

 

그러나 적어도 가해자들의 명예훼손과 집단 폭력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었다고 정당화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아닐까? 주민의 안전이라는 그들의 주장은 정신장애인에게 공격성이 있고, 이것이 곧 폭력과 범죄로 이어진다는 편견에 기반을 둔 것일 뿐 사실에 기초한 것이 아니었다.

 

김씨가 아파트에서 사는 3년 동안 처음 벌인 싸움이, 그것도 당사자 사이 합의가 끝난 사건이, 정말로 김씨와 그 가족을 격리하고 강제전출 해야 할 만큼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었을까?

 

사건 직후 아파트에는 김씨에 대한 괴소문이 떠돌았다. 주민의 불안감은 상당부분 이 괴소문에 기초한 것이었다. 사실여부조차 확인하지 않고 주민들이 했던 행동들을 정신장애인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취한, 공공의 이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국가가 인정한다면 정신장애인들과 그 가족들이 발붙일 곳은 어디에도 없다.

 

인구의 12.9%, 정신장애는 '특별한 장애'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신장애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인격장애나 사이코패스와 헛갈리기도 하지만, 정신장애는 생각처럼 '특별한 장애'가 아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인구의 20~25%가 평생을 살아가면서 정신장애를 겪는단다. 한국도 보건복지부 <200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더라도 정신질환 1년 유병률은 18세 이상~65세 이하 인구의 12.9%로 매년 약 412만 명이 정신질환을 겪는다니 결코 적은 인구가 아니다.

 

김씨에게 있는 정신분열증은 이러한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그리고 대부분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과다 분비로 발생하는 것으로 도파민의 분비를 줄여주는 약물을 복용하면 어느 정도 조절이 가능하다. 여기에 본인의 노력과 가족, 그리고 의료진의 노력이 함께 한다면 충분히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다.

 

무조건적인 감금과 격리는 사회적 폭력일 뿐!

 

그런데도 '정신장애->공격성->폭력과 범죄'로 이어진다는 편견과 차별 때문에 정신장애인 대부분은 지역사회에서 위험인물로 낙인찍힌 채 정신장애가 있다는 것을 쉬쉬하며 제대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기본 생계와 직결되는 거주이전의 자유조차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정신장애인이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은 편견일 뿐이다. 실제 통계를 보더라도 정신장애인의 범죄율은 2%로 일반인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다. 게다가 만약 정신장애인 혹은 정신질환자가 자해나 타해의 위험이 있더라도 응급입원, 동의입원, 시도지사에 의한 입원 등의 절차를 통해 환자를 치료하고, 공공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이 정신보건법에 마련돼 있다. 이러한 법적 절차를 무시한 채 정신장애인을 무조건 감금과 격리로 내몰고 가족을 배척하는 행위는 '주민의 안전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폭력'일 뿐이다.

 

지난 2월말부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경찰이 불기소 의견을 달아 사건을 검찰로 송치한 것에 대해 부당함을 호소하며 검찰이 이를 현명하게 판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탄원서를 모으기 시작했고 호응은 뜨거웠다.

 

한 달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국회의원 5명을 비롯해, 1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탄원서 제출에 동참한 것이다. 게다가 당사자들은 자신의 사연을 담아 탄원서를 보냄으로써 이 사건이 단지 김씨와 김씨 가족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줬다. 그동안 이와 비슷한 일들이 심심치 않게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낙인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의 피해자들은 피해를 입고도 쉬쉬하고 넘어갔던 것이다.

 

이번 기자회견의 영향을 받은 검찰은 3월말 내리려던 사건결정을 4월 재수사 이후로 미뤘다. 그러나 여전히 검찰은 '상식의 수준'에서 결정을 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사건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폭력이자 집단적 괴롭힘의 대표적 사례이다. 검찰이 제발 '상식 밖'의 결정을 내리지 않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덧붙이는 글 | 조은영 님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입니다. 이기사는 천주교인권위원회 월간 소식지 <교회와 인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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