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아이들 스틸컷

▲ 어둠의 아이들 스틸컷 ⓒ ㈜씨에이엔


<어둠의 아이들>(闇の子供たち: Children Of The Dark, 3월25일 개봉)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2008년 일본에서 단 2개 극장에서 개봉하여 전국 120개 극장으로 확대 상영된 작품인 만큼 당시 많은 화제가 된 영화이기도 하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이 연출한 <어둠의 아이들>은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본격적인 리뷰에 들어가기 전에 고백하자면, 난 이 작품을 접하고 매우 부러웠다. 일본에서 꽤 인기 있는 유명 젊은 배우들인 미야자키 아오이, 츠마부키 사토시 등이 초기 단 2개 극장에서만 개봉한 이런 영화에도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디 이뿐인가? 웬만한 일본의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은 저예산 영화 출연을 거리낌 없이 하고 있다. 한국에서 저예산 영화나 혹은 이름 있는 예술 감독 영화에 인기 있는 젊은 배우들을 보기 힘들단 것을 감안하면 정말 부럽단 말 밖에 안 나온다. 물론 이런 문제는 비단 한국배우들에게만 그 책임을 지울 수는 없다. 한국영화시장이 일본보다 규모가 작은 것이 사실이며, 한국관객들 성향이 저예산 영화나 예술영화 그리고 독립영화 등에 큰 관심을 두지 않는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아이들 장기이식 수술이 벌어지는 그곳

이 작품은 재일작가로 유명한 양석일 작가의 원작소설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석일 작가는 <피와 뼈>를 통해 한국영화팬들에게도 제법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미 많은 보도자료를 통해 접했겠지만, 양석일 작가는 이 영화를 본 뒤 "소설에 빠지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완성도를 가진 작품"이라 극찬하였다. 실제 소설을 읽지 않았더라도 이 작품이 어느 정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는지 영화를 보면 바로 확인할 수 있다.

난부 히로유키(에구치 요스케)는 태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신문기자다. 그는 우연한 기회에 소아 장기 관련한 불법 이식수술이 현재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태국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에 프래랜서 사진작가 요다 히로아키(츠마부키 사토시)와 취재에 나서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한 특종을 노리고 시작한 취재이지만 이내 충격적인 사실 앞에 이들은 무기력함을 느끼게 된다.

태국에서 행해지는 소아 장기 이식수술이 너무나 잔인하기 때문이다. 이 불법 장기이식 수술은 살아 있는 아이들의 몸에서 직접 특정 부분을 떼내는 것이었다. 인권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의 장기가 불법적으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은 끔찍하고 살벌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NGO에서 일하고 있는 오토와 케이코(미야자키 아오이)는 태국에서 자행되고 있는 아동 성매매 사실을 확인하고 경악한다. 하지만 그녀가 이런 암울한 현실과 맞설 수 있는 실제적인 힘이 없다. 모든 불법적인 것을 확인하고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만큼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것은 없다.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연출이 돋보인 작품

어둠의 아이들 스틸컷

▲ 어둠의 아이들 스틸컷 ⓒ ㈜씨에이엔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영화에서 느껴지는 배우들의 무력감이 관객들에게도 그대로 전달된다는 것.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불법 소아 장기 이식과 아동 매춘에 대해 감정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놓지 않았다. 차분하면서도 냉소적인 시선으로 이 사건을 들여다봤고,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들 또한 자신들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쏟아내지 않고 안으로 참는다.

어린 아이들을 성 노리개로 생각하고 태국에 온 백인뿐만 아니라 동양인 등 온갖 추잡한 어른들이 영화에 나온다. 하지만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감정을 단순히 폭발시켜 이들의 만행을 일회성 오락거리로 허비하지 않는다. 단지 죽으면 비닐봉투에 담겨 버려지는 아이들의 모습을 영화에서 보여준 것만으로도 관객들의 감정적 폭발을 불러올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부분마저도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속 담담하게 현실을 비춘다.

이런 연출은 단순히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감정적인 배설이 아닌 이성적으로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관객들이 단순하게 이 영화를 보고 감정적인 배설물만 쏟아낸다면 얼마지 않아 이 영화에서 보여준 충격적인 사실들을 잊어버릴지 모른다. 하지만 감독은 이런 감정적인 면을 적절히 조절하면서 영화를 본 관객들이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영화를 본 관객들의 마음을 상당히 무겁다. 영화에서 배우들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을 느끼듯 관객들 역시 그런 무기력함을 느낀다. 그리고 영화에서 보여준 너무나 사실적인 이야기들 때문에 보는 관객들 모두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단순히 <어둠의 아이들>이 이런 무기력함만 전해주었다면 좋은 작품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무기력함 이후에 찾아오는 현실에 대한 자각이 있기 때문에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다. 태국에서 행해지고 있는 아동에 대한 여러 가지 불법적인 행동들이 결국 인간이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깨닫게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은 작은 걸음이라도 우리가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길이 된다.

<어둠의 아이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어두운 부분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런 영화 속 현실은 우리에게 되묻고 있다. 이런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일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있는지 말이다. 우리가 사실을 진실로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만 작은 걸음이라도 올바른 방향으로 발걸음을 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이 작품에 일본인들이 태국에서 보여준 인간 이하의 행동을 넣어 일본 극우파에게 심한 여론 몰매를 맞았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어둠의 아이들 츠마부키 사토시 미야자키 아오이 사카모토 준지 무비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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