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수선화 수선화 핀 뒤로 내도라는 섬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 수선화 수선화 핀 뒤로 내도라는 섬이 보이고 그 뒤로는 해금강이 보인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별다른 약속이 없어도 해마다 봄이 돌아오면 어김없이 수선화가 피어나는 거제도 공곶(鞏串)마을. 가까이는 내도가, 멀리는 외도가 보이고 좀 더 먼 곳으로 시선을 옮기면 해금강 사자바위를 볼 수 있는 거제도의 명소다. 봄이면 거제도 사람보다, 서울을 비롯한 도시 사람들에게 인기가 더 많은 곳이다. 주말마다 바다를 찾는 강태공들에게는 낚싯대만 드리우면 놀래미와 술뱅이가 술술 낚이는 곳으로도 이름이 잘 알려져 있다.

수선화 2천여 평의 수선화밭 다음주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출것만 같다.
▲ 수선화 2천여 평의 수선화밭 다음주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출것만 같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거제시 일운면 예구마을에서 이십여 분, 숨을 몰아쉬며 산길을 오르면, 확 트인 바다가 보인다. 바다에서 파도를 타고 온 바람은 수선화 밭에 멈춘다. 바닷바람에 춤을 추는 노란 수선화. 춤추는 여인의 살랑거리는 주름치마가 이런 모습일까.

수선화와 내도 수선화가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다음주면 활짝 필 것이라고 한다.
▲ 수선화와 내도 수선화가 하나 둘 피어나고 있다. 다음주면 활짝 필 것이라고 한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17일 오후, 공곶마을 수선화 꽃밭을 찾았다. 수십 년의 세월을 수선화와 함께 한 강명식 할아버지. 여든에 가까운 나이에도 새벽부터 일어나 농사일에 바쁘다. 1만여 평의 농원은 할아버지의 삶 그 자체다. 수선화와 더불어 설유화, 조팝나무, 동백 그리고 명자꽃을 비롯한 수십 종의 꽃과 나무들이 봄철 내내 화려한 색으로 향기를 뿜어내고 있다. 타국에 온 느낌을 들게 하는 종려나무 숲은 할아버지의 주 소득원이다. 종려나무가 꽃꽂이 재료로 서울 등 전국 각지로 팔려나가기 때문이다.

종려나무 숲 종려나무 숲속길을 거닐고 싶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농작업에 필요한 모노레일이다.
▲ 종려나무 숲 종려나무 숲속길을 거닐고 싶다. 가운데 보이는 것은 농작업에 필요한 모노레일이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몽돌밭 담장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몽돌밭 담장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포구나무 주름지고 움푹 패인 모습에서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고 1백년을 살았음을 느낄 수 있다.
▲ 포구나무 주름지고 움푹 패인 모습에서 해풍과 태풍을 견뎌내고 1백년을 살았음을 느낄 수 있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이곳 농원에 숨어 있는 미로 같은 길을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길 옆 몽돌로 만든 담장에는 고향의 정취가 흠뻑 묻어난다. 조금은 걷기 불편한 돌멩이 길도 그리 힘들지는 않다. 담장 끝에 서 있는 억센 주름살을 가진 나무 한 그루. 주름지고 움푹 패인 껍질은 백년이 넘었다는 증거일까. 포구나무는 해풍과 태풍에도 끄떡없다는 듯 늠름하게 서있다.

천국의 문 1백여 미터의 가파른 동백꽃 경사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천국의 문 1백여 미터의 가파른 동백꽃 경사길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한 계단 한 계단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동백꽃 터널'이 만들어진 1백여 미터의 가파른 경사길의 끝은 하늘과 맞닿아 있다. 양쪽으로 빽빽이 서 있는 동백나무 터널 내부는 햇볕이 들어오지 않아 깜깜할 정도다. 이런 경사에 넙적넙적한 돌을 누가, 어떻게 쌓아 계단을 만들었을까. 계단을 하나씩 오르는데 점점 숨이 차오른다.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 안쪽 모습이다.
▲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 안쪽 모습이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은 어릴 때 추억사진집을 보는 것만 같다.
▲ 몽돌 담장길 몽돌 담장길은 어릴 때 추억사진집을 보는 것만 같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깜깜한 동백꽃 터널 계단을 조용히 오르며 인생의 뒤안길을 돌아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천주교 마산교구에서도 올해부터 이 곳을 도보 순례코스로 지정했다고 하니, 비단 필자만 이런 느낌을 받은 것은 아닌듯 싶다. 순례코스는 공곶마을을 거치고 서이말등대를 지나 지세포성으로 이어지는 길이라고 한다. 다음 기회에 한 번 걸어보고 싶은 마음이다.

행복 수선화 꽃말이 자기사랑. 행복한 모습이다.
▲ 행복 수선화 꽃말이 자기사랑. 행복한 모습이다.
ⓒ 정도길

관련사진보기


'자기사랑'이라는 꽃말을 가진 수선화. 외로운 한 송이 수선화보다는 두 송이가 어울리고, 두 송이 보다는, 세 송이가 안정감을 느끼게 해 준다. 6600㎡ 밭에 심겨진 수선화는 드문드문 꽃을 피우고 있다. 아마도 이번 주말이면 반 정도는 활짝 피어날 것 같고, 다음 주가 되면 밭 전체가 노란 물결로 춤을 출 것만 같다.

봄날, 바닷바람과 함께 수선화가 춤추는 모습을 보고 싶은 이 있으면, 거제도 공곶마을로 가 보시기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