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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733조 원, 이자비용 30조 원.
월평균 실질소득 305만 원, 6분기 연속 감소.
채무불이행자 248만 명.
신용등급 7등급 이하 815만 명.
대부업 1위 업체의 순이익 1194억.

우리 가계경제를 말해주는 짧지만 굵은 수치들이다. 빚은 늘어나고, 소득은 줄어들고, 하지만 신용등급에 걸려서 은행 문턱을 넘을 수 없는 사람들은 결국 대부업이나 사금융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30~40퍼센트의 이자를 지불해야 하는 그 문을 여는 순간 이자와 함께 빚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빚 독촉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보내거나 때로는 소중한 목숨을 끊게 될지도 모른다.

자꾸만 경제의 바깥으로 밀려가고 있는 서민가계와 저신용계층 등의 금융소외자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현재 정부의 대표적인 서민금융 정책인 미소금융이 제 이름값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미소금융, 300명에게 20억 원 대출

미소금융은 자활 의지와 능력은 있으나 담보나 신용이 부족해서 제도권 금융을 이용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경제적 자립을 위한 자금을 빌려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무담보소액대출사업)이다. 정부는 이를 통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금융 소외계층의 사회경제적 자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밝혔다.

2007년 설립되었던 휴면예금관리재단이 2008년 소액서민금융재단으로 변경되었고, 이후 2009년 9월 미소금융중앙재단으로 다시 변경되면서 미소금융이 시작되었다. 2009년 12월 15일 첫 대출업무를 시작하여 현재까지 근 석 달 동안 진행되고 있다.

대출 재원은 휴면예금과 기부금으로 총 5300여억 원이다. 미소금융중앙재단 외에도 6개 기업재단(삼성, 현대기아차, LG, SK, 포스코, 롯데)과 5개 은행재단(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이 존재한다. 현재까지 총 27개 지점이 설립되었다. 미소금융중앙재단이 관리하는 지점이 8개, 기업과 은행 재단이 관리하는 지점이 19개이며 지역별로는 수도권에 16개, 지방에 11개가 설립되었다. 이 외에도 해피월드복지재단, 민생경제정책연구소, 사회연대은행, 신나는 조합 등 민간 대안금융에도 재정적 지원을 해주고 있다.

[표1] 미소금융 지점 설립 현황
 [표1] 미소금융 지점 설립 현황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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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2] 미소금융 재원 현황
 [표2] 미소금융 재원 현황
ⓒ 새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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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종류는 5가지로 크게 창업자금과 사업운영자금으로 나누어진다. 대출의 종류에 따라서 이자는 2퍼센트 또는 4.5퍼센트이며 한도는 1천만 또는 5천만 원이다. 대출 절차는 우선 미소금융 지점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은 후 컨설팅과 현장조사 등의 심사를 거친다.

대출 자격은 신용등급이 7등급 이하이며 배우자를 포함한 재산이 8500만 원 이하여야 한다. 특별시와 광역시 거주자의 경우 1억 3500만 원 이하이다. 또한 보유재산의 절반을 넘는 빚이 있으면 안된다. 이 외에도 창업자금의 경우 사업 비용의 50퍼센트를 대출자가 미리 확보해야 한다. 즉, 자신이 준비해놓은 자금만큼만 대출받을 수 있다. 사업자금의 경우 사업자 등록 후 2년이 지난 사람만 해당되며 업종 전환이나 사업장을 이전한 경우는 신규 창업으로 간주된다.

미소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2009년 12월 15일부터 2010년 2월 24일까지 약 두 달 동안 미소금융이 올린 실적을 살펴보자. 총 14708명이 지점을 방문해서 상담을 받았으나 그 중 2퍼센트에 해당하는 300명만이 대출을 받았으며, 대출 금액은 총 20억 2천만 원에 그쳤다. 1인당 673만 원의 대출을 받은 셈이다.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의 실적이기 때문에 아직 판단하기에는 이르지만 정부의 대대적인 홍보 속에 진행된 친서민 정책 핵심주자의 실적이라고 하기에는 아쉬움이 많다.

부진한 실적뿐 아니라 진보와 보수를 망라하여 미소금융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핵심적으로 대출 기준과 금리의 수준에 대한 논쟁이 있으며 그 외에 재정과 인력의 문제, 친정부 단체로의 편중 등에 대한 지적이 있다.

■ 까다로운 대출 기준

먼저 대출 기준이 너무 까다롭다는 지적이다. 신용등급과 재산 조건, 그리고 사업비용의 50퍼센트를 대출자가 준비해야 한다거나 사업자 등록 후 2년이 지나야 한다는 등의 기준을 모두 만족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특히 신용등급 7등급 이하라는 기준은 신용등급이 조금 나은 5, 6등급의 사람들이 갈 곳이 없는 상황을 만들고 있다. 5, 6등급 역시 담보 없이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기는 힘든 조건이다.

하지만 이들이 미소금융을 방문하면 신용등급이 너무 좋아서 돈을 빌릴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다. 실제로 대출요건이 충족되지 못해서 미소금융을 이용하지 못한 사람들 중 신용등급이 우수해서 거절당한 사람이 34퍼센트로 가장 많다. 그 뒤로는 부채비율 과다가 17퍼센트, 사업경험 및 자기자금 부족이 12퍼센트를 차지한다.

■ 낮은 금리로 인한 시장질서 파괴

반면 미소금융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를 책정하여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대출 문턱이 너무 낮아지면서 도덕적 해이를 불러오고 시장질서를 파괴하여 결과적으로 서민 금융 전반을 위축시킨다는 지적이다.

현재 제도권 서민 금융기관인 저축은행, 신용협동조합, 상호금융의 경우 일반대출 금리가 7퍼센트에서 13퍼센트 정도에 이른다. 여기에 대출자의 특성에 따른 가산금리가 붙으면 실제 대출 금리는 20퍼센트 이상이 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에 반해 미소금융의 금리는 2퍼센트와 4.5퍼센트로 매우 낮다. 때문에 부적격 신청자가 쇄도할 수 있고 적합한 대출자를 선별하기 어려워지면서 손실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의 서민 금융기관의 고객들이 미소금융으로 몰리고 대신에 신용도가 좋지 않은 고객들만 남게 되면 서민 금융기관의 리스크가 증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서민 금융기관들은 금리를 올리거나 규모를 축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출 금리를 20퍼센트 수준으로 높이는 것이 선별효과도 높아지고 시장질서도 파괴하지 않으면서 서민금융을 활성화하는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 재정과 전문인력 부족

재정이 불안정하고 전문인력이 없어서 장기적 운영이 불확실하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현재 미소금융의 재원은 기업과 금융권의 기부 및 휴면예금에 의존하고 있다. 향후 자생적으로 수익을 내고 운용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계획대로 전국에 200~300개의 지점을 추가로 세우게 된다면 연간운영비만 1000억 원이 들어간다는 계산도 있다.

놀라운 것은 정부의 핵심사업 중 하나이지만 정부의 재정 지원은 한 푼도 없다는 점이다. 다만 정부는 기업과 은행에 권유 혹은 강요를 통해 재정을 마련하고 있다. 정권이 바뀔 경우 이 사업이 당장에 무력해질 수 있음을 짐작하게 한다.

전문인력의 경우 마이크로크레디트를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재원의 마련보다도 중요한 지점이다. 선별과 사후관리를 통해 자활을 돕고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취지를 이해하고 전문적 지식과 경험으로 대출자들을 도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실현하기 위한 조건

무엇보다도 현재 미소금융 사업의 핵심 문제는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제기된 많은 문제점들 역시 여기서 출발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핵심은 첫째, 대출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는 것이다. 이미 2005년에 UN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해'를 선포하면서 강조한 것도 금융을 이용할 권리는 모든 사람이 누려야 할 기본권이 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금융 중에서 예금을 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나 가지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권리에는 제약이 많다. 둘째, 자립과 자활을 돕는 것이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대출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대출에서 시작되는 사업이다. 돈을 빌려주는 목적은 그 돈을 통해서 일자리를 창출하여 경제적 자립을 하도록 돕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 정부가 추진하는 미소금융은 두 가지 지점에서 모두 부족하다. 기존의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사용하는 신용등급과 소득 수준 등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고 있기 때문에 금융 소외자들의 대출에 대한 접근권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 또한 대출자들의 자활을 목표로 책임감 있게 운영되고 있지도 않다. 사후관리를 전담할 전문인력이 부족하다는 점이 단적인 증거이다. 정부는 미소금융 사업을 그저 단순히 저소득층에 대한 또 하나의 생계 지원 정도로 이해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진정한 마이크로크레디트의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보완되어야 할까?

■ 저소득층도 유리할 수 있는 새로운 대출 기준

첫째, 대출을 허용하는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제도권 금융을 이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접근성을 높이려면 제도권 금융에서 사용하는 것과 다른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은행을 비롯한 제도권 금융의 대출 및 금리 결정 기준은 신용등급이다. 미소금융 역시 이것이 주요 대출 기준 중 하나이다. 신용등급은 철저히 금융기관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공급자 중심의 방식이다. 다시 말해 돈을 빌리려는 사람보다 빌려주는 기관의 입장에 서있는 제도이다. 혹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돈을 빌려주는 사람이 당연히 결정권을 가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을지도 모르지만 대안 금융을 고민한다면 이점부터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언제나 돈을 빌려주는 자가 규칙을 정하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인가?

그것이 당연하다고 양보하더라도 그렇다면 신용등급은 믿을 만한 타당성을 가지는 기준일까? 모든 대출의 첫 관문에 놓일 만큼 절대적인 기준일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신용등급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알아야 한다. 우선 개별 은행과 보험업체, 대부업체 등이 대출자의 신용보고서를 작성한다. 신용보고서는 은행연합회와 보험연합회, 대부업연합회 등으로 모아져서 개인신용평가회사로 보내진다. 신용평가회사들은 자신들만의 시스템과 방식으로 신용등급을 책정한다. 은행들은 다시 이를 받아서 은행 자체적으로 만든 개인신용평가시스템(Credit Scoring System, CSS)과 종합하여 사용한다.

신용평가회사라고 하면 공기관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 기관이며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신용평가기관의 필요성을 깊이 느끼면서 직접 출자하여 만든 회사도 있다. 현재 국내에는 개인신용평가회사가 3곳 있는데, 동일한 대출자에 대해서 3곳 모두의 신용등급이 다를 수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신용등급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그 타당성 또한 의심해볼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우리나라의 신용평가시스템이 본격적으로 발전한 것은 1997년 외화위기 이후로 그 역사는 이제 막 10년을 넘겼을 뿐이다. 따라서 평가 수준이 매우 낮다. 소득과 담보 등의 일차적 기준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점 역시 신용평가의 수준이 낮다는 것을 보여준다. 신용평가는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히 상환하느냐를 판단하는 것인데 그와는 관계없이 이 사람이 얼마만큼의 소득과 재산을 갖고 있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된다.  결국 저소득층에게 불리한 신용등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신용평가회사가 등급 책정의 기초자료로 삼는 신용보고서에도 문제가 있다. 은행을 비롯한 금융기관들은 고객의 신용보고서를 작성할 때 나쁜 정보만 기록할 뿐 좋은 정보는 기록하지 않는다. 이 사람이 대출금 상환을 연체했던 기록이나 보증을 섰던 기록, 현금서비스를 받았던 기록들만 공유할 뿐 이 사람이 얼마나 성실히 대출금을 상환했는지 혹은 빨리 상환했는지의 기록은 공유하지 않는다. 나쁜 정보의 경우 서로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유하지만 좋은 정보의 경우 고객 독점 차원에서 공유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로 신용보고서를 뽑아보면 현금서비스, 대출, 신용회복위원회, 보증, 채무불이행, 연체, 신용조회 등 '나쁜' 항목만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신용등급 체계 외의 어떤 것이 대안적이 기준이 될 수 있을까? 그라민 은행의 경우 지역사회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공동체 보증 방식'을 사용한다. 이웃들끼리 3~5명씩 짝을 이루어 서로를 보증해주면 그것을 믿고 대출을 해준다. 가장 가까이에서 그 사람을 보아온 이웃의 신뢰와 그 신뢰를 바탕으로 한 대출자의 자활 의지를 본다는 점에서 대안적인 기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방식이 연대 보증과 다르지 않으며, 지역사회의 갈등을 조장하고, 심한 경우 대출자가 이웃으로부터 고립되어 자살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어서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국내 민간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자인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1차 서류심사의 기준은 '부채의 건전성'이다. 부채의 건전성이란 이 사람이 현재 갖고 있는 부채로 인해서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얼마나 존재하느냐이다. 매달 갚아야 할 원리금이 적을수록 창업을 했을 때 남길 수 있는 수익이 많아지고, 수익이 많이 남을수록 대출금을 상환할 여력이 높아진다고 판단하다. 따라서 부채 건전성을 순위별로 열거하면 1순위는 정책자금에서 대출 받은 경우, 2순위는 은행권에서 대출 받은 경우, 3순위는 신협과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에서 대출 받은 경우, 4순위는 캐피탈과 카드론에서 대출 받은 경우, 5순위는 대부업체와 사금융업체에서 대출 받은 경우이며 마지막 6순위는 사채를 사용한 경우이다. 여기에서 신용등급이나 현재의 소득과 재산은 판단기준이 되지 않는다.

1차 서류심사에서 60점 이상을 받으면 2차 현장심사를 받게 된다. 1차 서류심사의 결과는 2차 현장심사에 반영되지 않는다. 현장심사의 기준은 오직 창업성공률로 창업 아이템의 성공가능성, 입지조건 등을 파악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대출자의 창업의지이다. 현장심사는 사회연대은행의 직원인 RM(Relation Manager)이 발로 뛰면서 이루어지는데 온전히 담당 RM의 주관적 평가로 판단된다. 따라서 RM은 대출자의 상황과 의지 등을 면밀히 파악해야 하고 창업전략에 있어서도 전문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대출여부에 대한 RM의 판단은 사회연대은행 내외부 인사들로 이루어진 심사위원들의 회의를 거쳐서 최종 결정된다. 사회연대은행의 평가 방식은 자활 가능성, 즉 이사람이 창업을 통해 수익을 남겨서 부채를 청산하고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가를 초점에 두고 있다. 이런 식의 평가에서는 부자가 아닌 사람도, 소득이 적은 사람도 충분히 유리할 수 있다.

■ 자활을 목표로 하는 철저한 사후관리

둘째, 사후관리를 통해서 대출금을 상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이크로크레디트는 무상지원이 아니라 엄연한 대출이다. 대출한 만큼 상환되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소득도 없고, 재산도 없고, 능력도 없고, 신용등급도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해주고 상환을 받기 위해서는 창업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후관리가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식과 경험을 전수해주고 마음을 의지할 수 있는 전문인력이 많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미소금융의 경우 전문인력의 부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으며,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 자체를 대출 사업이 아니라 단순한 저소득층 지원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마저 드는 상황이다. 정부의 그런 사업 방식 때문에 대출을 받는 사람 역시 꼭 갚아야 할 필요 없는 정부 지원금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상환에 대한 대책 없이 현재와 같은 식으로 계속 운영된다면 분명 상환율은 낮고, 손실율이 높아지면서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이다. 단순히 재정 문제 뿐 아니라 마이크로크레디트 자체에 대한 사회적 신뢰 하락으로 인해 기존의 민간 대안금융기관 역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따라서 가장 시급하게는 전문인력 확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사회연대은행의 경우 현장심사에서부터 함께한 RM이 사후관리까지 맡고 있는데 인력 부족으로 인해 RM 1명이 담당하는 대출자 창업 점포가 100개 정도라고 한다. 이 경우 하루에 3곳씩 발바닥에 불이 나도록 돌아다녀야 자신이 맡은 창업 점포들을 한 달에 한 번이라도 방문할 수 있다는 뜻이다. 현직 RM에 말을 따르면 1인당 맡을 수 있는 창업 점포는 30~40개가 최고치라고 한다. 그나마 이처럼 철저한 사후관리를 하고 있기 때문에 사회연대은행의 상환율은 85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보이는 것이다.

미소금융이 해야 할 더 큰 역할

국내에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시작된 것은 2000년부터이다. 그라민 은행과 함께 만든 신나는조합과 사단법인 함께만드는세상이 운영하는 사회연대은행이 대표적이다. 민간 기관이기 때문에 재원은 주로 정부와 기업의 기부금에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미소금융이 시작되면서 이들 민간 대안금융의 재정이 대폭 줄었다고 한다. 그간 후원을 해주던 기업들이 미소금융에 후원하는 것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아예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해서 운영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사실 앞서 미소금융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살펴보았듯이 마이크로크레디트 운영에 있어서 전문인력과 경험, 지식은 사회연대은행과 같은 민간이 훨씬 풍부하게 갖고 있다. 그런데 정부가 갑자기 나서면서 돈줄만 싹 끌어간 꼴이 되었다. 그러면서 제대로 운영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럴 바에는 굳이 정부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전담하려고 하지 말고 이제까지 역량을 쌓아오던 민간 대안금융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또한 민간 대안금융 기관에서 일하는 전현직 실무자들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 자체가 정부의 속성, 정확히는 공무원의 속성과 맞지 않는다고 말한다. 정부 사업이 될 경우 대출금 손실이 커지면 담당자가 책임을 물어야 하고, 그러면 대출 기준이 과도하게 까다로워지거나 대출의 폭이 줄어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무엇보다도 실무자들이 가장 우려한 부분은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할 사업이 정권의 변화와 함께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많은 실무자들이 조건이 훨씬 좋은 미소금융으로 이직하지 않는 이유 역시 언제 없어질지 모르는 직장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소금융이 홍보성 사업에 그치지 않으려면, 금융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금융소외자를 지원한다는 본래의 취지를 달성하려면 민간 대안금융을 지원하면서 기존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넘어서는 새로운 시도에 도전해야 한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발전하고 확장시키는 일을 미소금융이 해야 한다. 이는 민간 금융기관들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구체적으로는 앞서 중요하게 제기되었던 새로운 대출 기준을 만드는 일을 들 수 있다. 사회연대은행이 '부채 건전성'이라는 기준을 채택하고 있지만 이 기준 역시 완벽하다고 볼 수는 없다. 이를 보완하여 좀 더 과학적이고 합리적이며 대안적인 신용대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인력과 재정을 투자하고, 이것이 현실에서 사용될 수 있도록 기존 질서를 바꿔가는 일은 정부 차원에서 진행될 때 효과적일 수 있다. 새로운 신용대출 기준이 대안 금융기관이나 서민 금융기관 뿐 아니라 점차적으로 제도권 금융에서도 사용되게 된다면 그것이 금융소비자를 중심으로 하는 대안적 금융시스템 재편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

마이크로크레디트를 취업자금 중심으로 변화시키는 일도 중요하다. 아직까지 국내 마이크로크레디트는 주로 창업자금 지원에 머물러 있다. 저소득층의 자활을 위해서는 취업을 시켜주거나 창업을 시켜주는 두 가지 방법밖에 없는데 취업은 시켜줄 회사가 없으니 결론은 창업이 된다. 하지만 이미 우리나라는 자영업 포화상태를 겪고 있다. 한 동네에 새로운 가게가 하나 들어서면, 분명 다른 한 가게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으로의 마이크로크레디트는 개인 창업 지원보다는 사회적 기업 지원으로 확대되어 더 안정적인 일자리를 많이 생산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좀 더 장기적으로는 사회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금융기관의 설립을 준비해야 한다. 이제까지 민간 대안 금융기관들은 예금을 받을 수 없었다. 엄밀히 말하면 금융기관이 아니다. 때문에 재원 마련에도 어려움을 겪었고 사회 전반에 변화를 가져오기 힘든 소수의 움직임으로 제한되었다. 따라서 마이크로크레디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대안 금융기관들이 공적인 금융기관이 되어 우리 사회 전반에 금융에 대한 다른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금융이 수익성 추구라는 자본의 속성에 복무하는 것이 아니라 자금중개를 통한 공공성 추구라는 공동체의 속성에 복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러한 실제 사례로 이탈리아의 윤리은행(Banca Etica)이 있다. 이 은행은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으로 출발했다가 예금기능까지 포괄하는 제도권 금융기관으로 거듭난 경우이며, 예금자들에게 주는 이자가 적은 대신 예금을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사업에만 투자하고 있다.

지금 우리 국민들은 줄어드는 소득과 늘어나는 부채 속에서 힘겨워하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금융 대안이 절실히 필요하다. 미소금융이 기존의 마이크로크레디트 사업을 빼앗아서 생색내기 보다는 좀 더 발전된 금융시스템을 만드는 일에 나서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새사연 이수연 경제 연구원이 작성한 글입니다. 이기사는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http://saesayon.org)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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