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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이 달갑지 않은 부자인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하려고 이렇게 펜을 들었습니다.

요즘 무상급식 논쟁이 한창 뜨겁군요. 여론은 찬성 쪽으로 많이 기운 것처럼 보입니다. 이는 무상급식 찬성 논리가 그 필요성, 가능성, 정당성 등 모든 측면에서 반대 논리에 비해 우위에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면적인 무상급식 실시는 다만 의지의 문제라는 인식이 이미 대세를 이뤘습니다.

무상급식 실시는 이제 의지의 문제

 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먹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먹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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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자 <경향신문>을 보니 16개 시·도 교육감 출마예상자들의 무상급식에 대한 흥미로운 의견 조사 결과가 있더군요. 조사대상 출마예상자 94명 가운데 67명은 찬성이었고, 반대는 17명뿐이었습니다. 보수적 성향으로 분류된 30명의 출마예상자 가운데서도 절반이 넘는 16명이 찬성이었고, 반대는 11명에 불과했습니다.

그럼에도 반대 논리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네요. '무상급식은 사회주의'라는 등식을 내세운 색깔론마저 등장했고, 무상급식을 실시하면 교육 재정이 바닥난다는 논리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들은 잘 먹혀들지 않겠지요. 부자인 당신이 최소한의 상식을 지니셨다면, 이런 반대 논리를 지지하시겠습니까.

최근에는 '부자급식' 논리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서민 아이에게 무상급식 혜택을 주어야지 왜 부자인 당신 아이에게까지 무상급식을 혜택을 주어야 하냐는 주장입니다. 물론 이 논리도 이미 수많은 근거들을 통해 이미 논파를 당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한 번 상기하기 위해 몇 가지를 열거해보면 이렇습니다.

일단 부자인 당신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이 그리도 못마땅한 분들이 부자감세 정책은 왜 추진했을까요. 알다가도 모를 일입니다. 우선 그것부터 바로잡는다면, 좀 더 그 논리에 귀를 기울여 볼 의향이 있습니다.

지난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 가계수지 자료를 보더라도, 소득이 하위 20%인 1분위 가구는 경상조세 지출액이 2008년 1만4171원에서 2009년 1만6181원으로 14.2%나 증가했는데, 소득이 상위 20%인 5분위 가구는 31만601원에서 27만8367원으로 10.4%나 감소했습니다. 부자인 당신이 최근 소득세나 재산세 등을 납부하면서 많은 혜택을 봤다는 겁니다.

'부자감세' 찬성, '부자급식' 반대의 부조화

아,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미 부자인 당신에게 너무 많은 혜택을 줬는데, 무상급식으로 또 혜택을 주는 것은 해도 너무하지 않느냐 하는 그런 논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너무 많이 퍼줬는데 또 퍼준다는 말이 나올까봐 지레 제발이 저린 것은 아닐까요.

또, 많은 분들이 이런 방식으로 반박을 하기도 했지요. 부자인 당신의 아이는 왜 수업료도 안 내고 학교에 공짜로 다니지? 부자인 당신의 아들은 군대에 가서 왜 공짜로 밥도 먹고 잠도 자지? 등등.

사실 한나라당 등의 '부자급식' 논리는 그 자체로도 설득력이 떨어지고 논리가 제대로 구성되기 어려운 것인데, 그럼에도 왜 그런 주장이 계속되는지 많은 분들이 궁금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복지' 자체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한나라당의 고집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는 자신의 정체성이 걸린 문제이기도 하니까요.

'복지'에 대한 시각을 크게 둘로 나누면, 하나는 '복지'를 여전히 가난 구제를 위해 시혜나 동정을 베푸는 것으로 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복지'를 보편적인 권리의 하나로 보는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복지를 결코 보편적인 권리의 하나로 보지 않기 때문에 가난한 사람을 까다롭게 선별해 시혜나 동정을 베푸는 것이 마땅하다는 주장을 하는 것이죠.

아무튼 무상급식이 공론화되면서 많은 분들에게는 여전히 생소했던 '보편적 복지'라는 말이 이제는 꽤 많이 유명해졌습니다. 평소 '보편적 복지'를 입에 달고 다니며, '기본소득'과 '기본복지'를 역설했던 저로서는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대립 구도

 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받아가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이 3월부터 도서벽지와 농어촌 읍면지역 전체 초등학생에 대한 무상급식을 시행한 가운데 지난 10일 오전 경기도 평택 갈곶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무상으로 제공된 급식을 받아가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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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편적 복지'는 복지를 사회 구성원 모두의 보편적인 권리로 파악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누구나 한 표씩을 갖고 있는 보통선거권처럼 복지도 하나의 권리로 인식하자는 것이죠. 부자인 당신은 두 표, 가난한 사람은 한 표를 갖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물론 보통선거권이 만인에게 평등하게 보장되기까지는 많은 시련이 있었습니다만.

복지를 둘러싼 다툼도 이런 기나긴 과정을 거칠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의 이런 치열한 논쟁이 복지를 하나의 권리로 인식할 수 있는 그 날을 조금이라도 앞당겼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다수가 열망하고 있고 시대의 흐름도 이미 그렇게 가고 있는데, 부자인 당신도 이를 거스르기는 아마 어렵지 않을까요.

참, 부자인 당신에게 한 가지 제안을 한다고 해놓고 서설이 너무 길었군요. 죄송합니다. 미국 알래스카 주의 영구기금배당 사례에서 힌트를 얻어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어서입니다.

알래스카 주는 1970년대 후반에 이 기금을 마련해 그곳에 1년 이상 거주한 모든 사람에게 매년 동등한 배당을 지급하고 있습니다. 기본소득과 같은 아이디어입니다. 그런데 이때 부자에게 왜 배당을 지급하냐는 논쟁은 크게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모두가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라는 인식이 컸기 때문입니다. 다만, 초창기에 이 기금 수익을 나눠주지 말고 각종 개발 사업에 투자하자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알래스카 주에서는 2008년 5월에 통과된 법에 의해 영구기금배당의 자선기부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자신이 받을 배당의 일부 또는 전액을 비영리 민간단체를 지정해 기부할 수 있도록 한 프로그램입니다. 올해 시행 2년째를 맞고 있는데, 작년에는 5천명이 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모두가 권리로서 동일한 혜택을 받지만, 자발적 선택에 의해 이를 더 훌륭한 일에 사용할 수도 있도록 제도적 틀을 만든 것입니다.

'무상급식' 정 싫으면 급식비만큼 기부하는 방법도 좋지 않을까

아무튼 세금을 한 푼 더 내는 것은 어떻게든 싫지만, 부자인 당신의 아이가 무상급식 혜택을 받는 것도 그다지 내키지 않는다면 저는 이와 비슷한 발상으로 다음과 같은 한 가지 방안을 제안하고 싶습니다.

급식비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매달 제3세계 결식아동을 돕기 위한 기부를 하십시오. 다만, '나는 기부했어'라고 광고하는 것은 사절입니다. 부자인 당신은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고, 쥐꼬리만한 ODA(공적개발원조)로 '국격' 향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정부도 부자인 당신의 이 기부로 기금을 조성해 국제사회를 위해 내놓는다면 조금이나마 체면을 차릴 수도 있지 않을까요.

물론 부자급식 논란을 잠재우고, 무상급식을 전면적으로 실시하기 위해 가장 좋은 방안은 최소한의 부자증세를 통해서라도 무상급식 재원을 추가로 마련하는 것이겠지요. 부자인 당신이 최소한 급식비만큼의 세금을 더 낼 용의가 있다면 말입니다.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이미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 것처럼 예산의 우선순위만 조금 조정해도 충분히 무상급식이 실현가능한 것이긴 합니다만. 부자인 당신이 보도블록 갈아엎고, 호화청사 짓고, 4대강 삽질 등에 들어가는 국가나 지자체의 쓸데없는 예산낭비에 찬동하지만 않으신다면 말이죠.

저야 물론 부자인 당신이 세금도 좀 더 많이 내고, 예산낭비도 지적할 줄 알고, 이왕이면 기부도 많이 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글쎄, 너무 무리한 요구인가요?

덧붙이는 글 | 최광은 기자는 사회당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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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BIEN) 평생회원입니다. 평소 정치, 국제, 평화, 인권, 과학, 종교 분야 등에 관심이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