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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오 "무상급식?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나"
ⓒ 박정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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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6월 지방선거의 최대이슈로 떠오른 무상급식에 대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이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의 핵심측근으로, 현 정부의 실세로 통한다.

이 위원장은 11일 <오마이뉴스> 기자와 만나 "나라의 예산 규모라는 게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인기만 갖고는 (무상급식이)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무상급식에 대해 이 위원장이 입장을 나타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한나라당 지도부를 비롯한 여권 주요 인사들은 민주당 등 야당 예비후보들이 제기하고 있는 무상급식 주장에 대해 "얼치기 좌파 포퓰리즘", "부자 무상급식" 등의 표현을 써가며 대대적인 역공에 나서고 있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오는 18일 당정회의를 갖고 무상급식 문제에 대한 종합대책을 발표키로 했다.

반면 야권과 시민사회단체는 "무상급식을 찬성하는 87% 이상의 국민에 대해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며 몰아세우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보편적인 복지로서의 학교 급식을 잘 모르고 하는 얘기"라고 비판했다.

"세금 더 내라고 하면 사람들 다 싫어해"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에게 배식하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하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에게 배식하기 위해 위생모를 착용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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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오후 이재오 위원장은 학교급식 관련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 이촌동 신용산초등학교를 방문했다. 급식 시설을 둘러 본 이 위원장은 학교장을 비롯해 영양교사, 학부모 대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등과 간담회에 참석했다.

이 위원장은 학교장과 영양교사 등을 상대로 급식비 내역, 식재료 구입 경로, 위생 상태, 조리사 처우 문제 등 학교급식 실태에 대해 꼼꼼히 질문하고, 제도 개선 등 요구 사항도 경청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심은석 서울시교육청 평생교육국장에게 "서울시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만약 무상급식을 한다면 연간 예산이 얼마나 드느냐"고 물었다. 이에 심 국장은 "유치원까지 포함한다면, 지금 지원하고 있는 2000억 원에 8000억 원이 더해져서 최소 1조 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이 위원장은 "1조 원 이상이 든다는데, 학부형들 입장은 어떤 것이냐"며 "1조라는 예산은, 결국 그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느냐"고 물었다. 이에 이 위원장 앞에 앉아있던 학부모 대표(학교 운영위원장)는 "우리 세금으로 내는 것"이라고 맞장구를 쳤다.

이 위원장도 기다렸다는 듯 "결국 국민들이 그만큼 세금을 더 내줘야 한다"며 "월급 받는 직장인들은 월급에서 세금을 더 내야 하니까, 그 돈이 그 돈"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세금을 더 내라고 하면 사람들이 다 싫어한다"고 지적한 뒤, "요즘 선거철이라 신문에서 그(무상급식) 문제를 많이 봤는데, 서울에만 1조 원이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무상급식을 위해서는 많은 예산이 필요하고, 그래서 세금을 더 걷어야 하기 때문에 국민들이 싫어한다는 게 이 위원장의 주장이다. 사실상 무상급식 문제에 대해 반대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위원장은 간담회 직후 <오마이뉴스>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현재는 (현황을) 파악해보는 정도니까, 내가 의견을 개진할 입장은 아니다"면서도 무상급식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거듭 피력했다.

앞서 이날 오전 정몽준 한나라당 대표가 "자유민주체제의 가장 큰 위협은 사회주의나 전체주의보다 포퓰리즘이라고 한다"며 "그 유혹의 실체를 쉽게 잘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나,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있는 사람들은 자기 돈으로 (급식비를 부담)하고 그 돈으로 서민을 도와야 한다"고 한 말과 맥을 같이 하는 셈이다.

또한 전날(10일)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국민 세금을 거둬서 쓰지 않아야 될 곳에 쓰는 얼치기 좌파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고, 정두언 의원은 "우리는 서민 무상급식, 저쪽(야당)은 부자 무상급식"이라고 야권 후보들을 공격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에게 배식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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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이 11일 정오 서울 용산구 중경고등학교를 찾아 학교급식 관련 제도개선을 확인한 뒤 학생들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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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만 바로잡으면 무상급식 재원 마련 가능"

이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무상급식은 예산 집행자의 의지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배옥병 '안전한 학교급식을 위한 국민운동본부' 상임대표는 "16개 시.도 재정자립도를 보면 서울시는 재정자립도가 92%인데, 차상위계층 등에 대한 시혜적인 급식은 지원하고 있지만 무상급식 예산은 0원"이라며 "반면 재정자립도가 최하위인 전북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해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배옥병 대표는 이어 "정부가 세금을 거둬서 정책을 입안할 때 우선 순위를 어디에 두느냐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가 '디자인 서울'을 만든다면서 4년 동안 4조 이상을 쓸 거냐, 아니면 못사는 집 아이들에게만 차별적 무상급식을 실시해 상처를 주는 것보다는 보편적인 복지 차원에서 돈이 있든 없든 따뜻한 밥을 먹이게 하느냐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특히 배옥병 대표는 '무상급식을 하려면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이재오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이명박 정부가 '부자감세'를 해서 세금을 많이 깎아줬는데, 부자들이 세금을 조금 더 내서 아이들에게만은 부자·서민 구분하지 말고 따뜻한 밥상을 차려줘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자꾸 '세금 부담'이라고 하는 것은 헌법 31조에 나와 있는 초·중학교 의무교육의 정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들도 국민들이 반대하는 4대강 토목예산 등 불요불급한 예산만 삭감하면 무상급식 재원은 충분히 마련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이날 방송기자협회 초청 토론회에서 "세계 모든 나라가 의무교육인 경우 무상급식을 동반하고 있으며 이는 보편적 복지"라며 "국민이 반대하는 4대강 사업만 바로잡으면 재원마련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노영민 대변인도 논평에서 "부자아이들은 떳떳하게 자기 밥을 먹는데 서민 아이들만 모아서 공짜 밥을 주겠다는 것은 밥이 아니라 모욕과 상처를 주는 것"이라며 "부자정당, 귀족정당인 한나라당다운 발상"이라고 공격했다.

한편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 야5당은 '친환경 무상급식 전면실시'를 야권의 대표적인 '연합정책'으로 내걸고 연일 한나라당 압박에 나서고 있다.


태그:#무상급식, #이재오 국민권익위원장, #4대강 사업, #얼치기 포퓰리즘, #부자 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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