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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이영조 진실화해위 위원장.
'영문책자 배포 중단 지시'와 관련한 '뉴라이트 성향' 위원장의 주장은 확고했다.

이영조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 위원장은 <주간동아>(8일 발행)와 한 인터뷰에서 "영문책자 번역의 대부분은 엉망이었다"고 기존 위원회 해명을 되풀이했다.

하지만 이 위원장이 '번역상의 오류 때문에 영문책자 배포 중단을 지시했다'고 해명할 당시 번역 오류 사례를 단 한건도 제시하지 못했고, 영문책자를 번역하거나 감수한 원어민은 물론이고, 영어가 모국어인 외국 언론인조차 "번역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위원장이 거듭 번역상의 오류 문제를 들고 나온 것과 관련해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번역자들은 "이 위원장의 발언은 소송의 직접 증거"라며 거듭 소송 추진 의지를 나타냈다.   

"전임 위원장 글 빼고는 문법·구문상 오류 등 엉망이었다"

이영조 위원장의 지시로 인해 배포가 중단된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이영조 위원장의 지시로 인해 배포가 중단된 진실화해위의 영문책자.
ⓒ 진실화해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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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위원장은 '영문 책자의 배포 중단을 두고 좌파 흔적 지우기 논란에 휩싸였다'는 <주간동아> 기자의 질문에 "위원회에서 발간하는 유일한 영문책자였다"며 "해외에 내보이는 위원회의 얼굴인데 문법, 구문상의 오류, 어색한 부분이 많았다"고 대답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전임 위원장이 쓴 부분은 전문 번역가의 도움을 받고 감수를 거쳐서인지 비교적 괜찮았지만, 나머지 부분은 엉망이었다"며 "이미 위원회에서 의결한 사항을 번역한 것인데, 새삼스레 그 내용에 문제가 있다고 이의를 제기했겠는가?"라고 '좌파정권 흔적 지우기 의혹'을 일축했다.

지난 1월 <오마이뉴스>는 "진보 성향인 전임 위원장의 글이 편향적이라는 점을 문제삼아 영문책자의 배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보도했고, 이에 진실화해위는 "영문 번역상의 오류가 많아 배포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진실화해위의 해명에 영문책자의 번역자·감수자들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들은 "다시 검토해봐도 잘된 번역이라고 자부한다"며 이영조 위원장을 상대로 한 민·형사상 명예훼손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영문책자 번역에 참가한 한 인사는 "이영조 위원장이 이번에 영문책자의 번역 질과 관련 '엉망이었다'고 얘기했으니 이것은 번역자와 번역 감수자들이 제기할 민·형사상 명예훼손소송에 좋은 직접 증거"라고 말했다.

진실화해위에서 해명을 내놓은 이후 <시드니 모닝 헤럴드>의 아시아·태평양 담당 에디터인 하미쉬 맥도날드는 지난 1월 23일자 '진실이 위험에 처한 한국'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이 책자를 읽고 나서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 책자는 영어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라며 "이 책자의 영어는 분명하고 올바르다(it is quite clear and correct)"라고 진실화해위의 해명을 반박했다.

하미쉬 맥도날드는 이 칼럼에서 "자유주의 성향의 역사학자(liberal-minded history professor)인 전임 위원장이 물러나고 새 위원장이 들어서면서 진실화해위 활동이 위협을 받고 있다"고 썼다. 

"조사관 동의 못 얻은 조사연구비, 원래 수준으로 복귀"

한편 이 위원장은 지난 2월 14일 <오마이뉴스>에서 보도한 '조사연구비 삭감 논란'과 관련해 "일부 인터넷 언론의 말처럼 무조건 삭감한 것이 아니다"라며 "같은 역할을 맡은 사람은 동일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이 위원장은 "다만 전문위원들의 수당을 조정하려면 근로기준법상 상대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데, 그 부분을 놓쳐서 원래 수준으로 복구시켰다"고 조사연구비 삭감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했다. 


태그:#진실화해위, #이영조, #영문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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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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