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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창간 10주년기념 특별기획으로 '유러피언 드림, 그 현장을 가다'를 연중 연재한다. 그 첫번째로, 시민기자와 상근기자로 구성된 유러피언 드림 특별취재팀은 '프랑스는 어떻게 저출산 위기를 극복했나'를 현지취재, 30여회에 걸쳐 연재한다. [편집자말]
취재정리 : 손병관 기자
공동취재 :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햇살을 맞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젊은이들.
 프랑스 파리의 몽마르뜨 언덕에서 햇살을 맞으며 한가로운 오후를 즐기는 젊은이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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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당 출산율 2.0명의 비밀. 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취재팀이 프랑스 파리로 떠나면서 풀고자 했던 궁금증이었다. 그리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정부의 도움이 크다"는 파리 시민들의 한결같은 답변에 궁금증은 더욱 깊어졌다.

프랑스는 언제부터 저출산 문제의 해법을 찾아냈을까? 프랑스 정부는 어떤 방식으로 막대한 '저출산'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을까? 한국에 프랑스식 모델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할까?

취재팀은 INED(Institut national d'études démographiques, 국립인구문제연구소)의 두 연구원 안 솔라즈(36, Anne Solaz)와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55, Marie-Thérèse Letablier)를 만나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물었다. 솔라즈와의 인터뷰는 2월 25일 INED 본부에서, 르타블리에와의 인터뷰는 3월 3일 파리1대학 경제연구소 사무실에서 각각 이뤄졌다.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Marie-Therese Letablier) 파리 1대학 교수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Marie-Therese Letablier) 파리 1대학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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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는 2월말부터 3월초까지 '스키휴가'가 이어지는데, 솔라즈 연구원은 휴가 기간에도 자리를 비우지 않고 한국에서 온 취재진을 반갑게 맞이했다.

프랑스 가족보건부 산하에 INED라는 연구기관이 만들어진 것은 1945년.

60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비롯해 2백여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는 INED는 프랑스의 인구동향에 대한 기초자료 수집과 함께 중장기 인구대책을 마련하는 정부 산하 싱크탱크다. 파리 시내에 있는 이 연구소를 <오마이뉴스> 취재팀이 찾아갔을 때 솔라즈 연구원은 우리에게 이 국립 싱크탱크의 역사를 자세히 소개하면서 " 최근 2명의 박사급 연구원을 신규 채용하려고 하자 53명의 지원자가 몰릴 정도로 INED의 인기는 높다"고 했다 .

저출산 문제 해결, "일-가정 함께 할 분위기 중요"

프랑스가 INED를 만든 후 네덜란드(1970)와 독일(1996)과 오스트리아(2002)에도 유사한 성격의 연구소가 속속 생기는 등 인구문제 연구에서도 프랑스는 유럽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해왔다.

솔라스 연구원은 "프랑스가 2차대전 직후부터 인구문제 연구소를 세운 이유는 135만 명의 사망자를 낸 1차대전의 경험이 크게 작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사한 남성들을 대신해서 많은 여성들이 1차대전이 끝난 후 일자리를 갖게 됐는데, 그로 인해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은 여성들이 출산을 꺼리는 현상이 나타나 그에 대한 대책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솔라즈 연구원은 "2차대전 이후 재건 과정에서도 일하는 여성들이 많아졌기 때문에 정부로서는 당연히 출산율을 높이려는 노력을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결혼 후 세 자녀를 둔 솔라즈도 프랑스의 오래된 육아제도 덕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첫 아이가 쌍둥이였던 솔라즈는 남들보다 긴 5개월의 출산휴가를 얻었고, 그가 연구소에서 일하는 시간에는 크레시(탁아소)가 자녀들의 보육을 맡았다.

그럼에도 그는 "양성평등을 연구하는 나조차도 퇴근 무렵에는 장보는 문제를 (남편보다) 먼저 걱정해야 한다"면서 "프랑스 일반가정의 가사분담 비율은 가정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2(여):1(남)을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르타블리에씨의 경우 INED 연구와 파리1대학 교수를 겸하고 있는데, 2008년 8월 한국에서 열린 '일-가족 양립 국제 학술 심포지엄'에 참석한 기억이 생생하다고 한다.

파리1대학 경제연구소에서 만난 르타블리에 교수는 "한국에 오랜 기간 머물지는 못했지만, 심포지엄이  아주 유익했고 그곳에서 만난 한국사람들도 아주 친절했다"며 "기회가 닿으면 한번 더 방문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터뷰 전날 영국을 다녀왔다는 르타블리에 교수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취재진의 질문을 받아주었다. 인터뷰 도중 지나가던 학생들이 큰 소리로 잡담을 하자 그는 "지금 중요한 인터뷰를 하고 있으니 조용히 좀 하라"고 학생들에게 핀잔을 주기도 했다.

르타블리에 교수는 "정부가 단기간에 시행하는 정책만으로는 효과가 없다"며 "가족수당처럼 금전적·직접적인 지원도 중요하지만 여성이 일과 가정을 함께 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르타블리에 교수는 저출산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프랑스의 저출산 극복 역사를 설명했다. 그는 "프랑스의 경우 여성의 사회진출이 본격화된 19세기부터 직장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문제가 큰 이슈로 떠올랐다"면서 "그때부터 여성들을 위해 사회보장의 지평을 조금씩 넓혀 온 것이 오늘날의 프랑스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프랑스에서는 부모의 일과시간에 자녀를 맡는 Ecole Maternelle(유치원)가 1881년에 처음 세워졌고, 출산휴가를 허용하는 기업이 1913년부터 생겨났다"면서 "1917년에는 출산장려책으로 가족수당이 도입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니까 프랑스는 이미 100여 년 전에, 여성이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을 당연시하던 사회풍토에서 "아이는 여성이 낳지만 사회가 함께 키운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작한 셈이다.

기업이 가족수당 예산의 2/3 부담... 그 이유는?

 프랑스 인구조사기관 INED의 연구원 앤 솔라즈(Anne SOLAZ).
 프랑스 INED(Institut national d'etudes demographiques, 국립인구문제연구소)의 연구원 안 솔라즈(Anne SOLAZ).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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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패러다임 전환은 정부뿐 아니라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프랑스에서는 출산육아지원 시스템을 효율적으로 통합하기 위해 1972년에는 '국립가족수당기금(CNAF)'이라는 정부기관이 만들어졌다. CNAF는 아이를 낳고 키우는 데 드는 가족수당을 지급하는 역할을 하는데, 기업들이 재원의 2/3를 떠맡고 있다. INED가 2002년 국가의 가족정책 예산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CNAF의 재원은 기업이 65%, 개인세금이 20%, 정부보조금 10%로 이뤄져 있다.

솔라즈 연구원은 "과거에는 기업이 자사 노동자들의 가족생활을 지원하는 차원에서 자발적으로 기금을 냈는데, 어느 순간 국가가 기업에 강제적으로 세금을 내게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기업은 미래의 노동력 확보를 위해 적잖은 세금을 내고, 정부가 자녀가 있는 가족에 이를 적절히 분배함으로써 기업-정부-가정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진 셈이다.

그러나 정부 정책이 여성의 출산을 독려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고 해서 대중들의 의식까지 갑자기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오마이뉴스>가 만난 파리 시민들은 "프랑스도 40~50년 전에는 여성들이 일 보다는 가정을 택하길 바랬고, 직장여성이 가사 일도 대부분 떠맡아야 했고, 혼외정사로 낳은 아이를 부끄러워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1968년 5월혁명(이하 68혁명)이 많은 것을 바꿔놓았다. 드골 정부의 실정에 대한 비판으로 시작된 68혁명은 시위주동자들이 원했던 '좌파정부 수립'으로 이어지지는 못했지만, 종교와 애국·가부장제로 대표되는 '구체제'를 뒤흔드는 데는 성공한 것이다.

남녀가 가사 분담을 평등하게 나누는 문화로 바뀐 것도 68혁명이 가져온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르타블리에 교수는 "프랑스는 직장에서 일하는 시간이 한국에 비해 상당히 적고, 남성이 여성과 가사를 같이 맡는 것에도 익숙하다"고 한국과의 차이를 설명했다.

요컨대, 한국이 프랑스와 같은 방식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 정책의 변화(가족예산의 확충) ▲ 기업문화의 변화 (남편 일찍 귀가 시키기) ▲ 가족의 변화(적절한 가사 분담에 대한 합의)라는 3가지 요소가 필요하고, 프랑스의 경우 100여 년이 넘는 역사적인 경험이 쌓이면서 3가지 축의 변화가 조화롭게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점은, 프랑스가 지금의 복지제도를 만드는 과정에서 국민들이 적잖은 액수의 세금을 흔쾌히 지불한다는 것이다.

1인당 GDP의 43.6% 세금 내는 프랑스인들 "정부를 믿기에..."

OECD 자료에 따르면, 프랑스의 1인당 GDP 대비 국민부담율(GDP에서 조세와 사회보장기여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43.6%(2007년)에 이르렀다. 반면, 같은 시기 한국의 국민부담율은 28.7%. 만약 정부가 지금도 적잖은 세금을 내는 우리 국민에게 "미래의 복지국가를 위해 프랑스만큼 세금을 올리자"고 제안한다면 어떤 반응이 나올까?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Marie-Therese Letablier) 파리 1대학 교수
 마리-테레즈 르타블리에(Marie-Therese Letablier) 파리 1대학 교수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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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타블리에 교수는 "프랑스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신뢰관계가 있었기에 증세가 가능했다"고 말했다. 그의 얘기는 이랬다.

"2차대전이 끝난 후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프랑스 정계의 주류는 독일에 맞서 레지스탕스 활동을 했던 인물들이었다. 좌우 이념을 떠나서 국가지도자들이 이러한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데 국민들과의 합의를 비교적 손쉽게 이뤄낼 수 있었다.

어느 날 만들어지고 끝나는 복지정책이 아니기 때문에 계속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웃나라 독일은 프랑스에 비해 가부장적인 문화가 강하다. 그런데 2000년 급진적인 방향으로 가족정책을 바꾸려다가 지금 큰 곤란을 겪고 있다. 한국도 조금씩 개혁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창간10주년을 맞아 오마이뉴스가 준비한 특별기획 '<유러피언 드림>의 현장을 가다' 그 첫번째 기획으로 프랑스에 파견된 특별취재팀이 25일 인구조사기관 INED를 방문, 연구원 앤 솔라즈(Anne SOLAZ)를 만나 프랑스의 가족지원정책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프랑스에 도착한 오마이뉴스 특별취재팀이 25일 INED(Institut national d'etudes demographiques, 국립인구문제연구소)를 방문, 연구원 안 솔라즈(Anne SOLAZ)를 만나 프랑스의 가족지원정책 등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오마이뉴스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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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유러피언 드림: 프랑스편> 특별취재팀: 오연호 대표(단장), 김용익 서울대 의대교수(편집 자문위원), 손병관 남소연 앤드류 그루엔 (이상 상근기자) 전진한 안소민 김영숙 진민정(이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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