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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탱자나무
▲ 가시 나무, 탱자나무
ⓒ 송유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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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처럼 뽀쪽한 햇살에도 눈을 찔릴 때가 있다.
더러 톡 쏘아보는 따가운 시선에도
철철 피를 흘리게 하는
아픈 가시가 숨어 있다.

새들을 따뜻하게 품어주는
탱자나무 가시를 보라. 
가시가 새둥지를 지켜준다.

유난히 가시 많은 하얀 탱자꽃 좋아했던
어머니 오래도록 앓으면서, 
가시 많아 해독제로 쓰인다는 
오가피 탱자나무 엄나무...
닳여먹다, 가시나무처럼
앙상하게 마른 몸으로 돌아가셨다.

어머니 마치 빠끔빠끔
병든 물고기처럼 산소 호흡기 매달고
명줄을 끊었다 놓았다
폐부에 박힌 지독한 가시를,
아버지 몰래 배운
궐연 연기처럼 뿜어내셨지.

층층시하 시동생들 공부시키느랴
고슴도치 같은 자식들은
뒷전에 밀어두고
생선함지와 소금함지, 떡함지
방물 장수 보따리를
철 따라 바꾸어 이고
장돌뱅이 아지매로 살아온 어머니, 

그해 폭설이 펑펑 내리던
얼음빙판 수리재 넘어오다가

소금함지와 함께 데굴데굴 굴러 굴러
젖배 곯아 죽은 말똥이 무덤 곁에 묻히셨지.

이제는 아무도 살지 않는
하얀 탱자꽃 피는 고향집에 놀러와
어머니 살아생전 아들처럼
키운 삼촌들과 녹슨 석쇠 꺼내 닦아 
어머니 생전 좋아하던
가시 많은 청어 굽는다.

노릇노릇 익어가는 달 속에서도
어머니 가시 많아 목에 걸릴까봐
가시 발라 살점만 떼워주던
그 가시 많은 청어의 사랑도 
뚝뚝 뜨거운 염장 눈물 흘리며
노릇노릇 탱자빛으로 익어간다.


태그:#탱자나무, #엄나무, #어머니, #청어가시, #사모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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