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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방송 신경민 기자
 문화방송 신경민 기자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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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신경민 선임기자는 "엄기영 사장이 형식적으로는 자진 사퇴지만 결국은 권력에 의해 물러 난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지난 24일 문화방송 여의도 본사 근처 식당에서 만난 신경민 기자에게 엄사장이 사퇴하던 날 뉴스데스크 앵커로 나섰다면 어떤 클로징 멘트를 했을까?라고 묻자 "개인의 결정이나 결단이 아니고 권력의 문제임을 반드시 지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MBC 사태와 관련해서는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사태가 어떻게 될지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MBC내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 온다면 사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실제 방문진은 26일 김재철 청주 문화방송 사장을 내정했고 이에 대해 노조는 반발하고 있다).

현재 상황을 군사정권 때와 비교해 달라고 하자 "그때는 구타 고문이 다반사로 있었다. 지금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 나머지 탄압의 양태는 많이 비슷하다. 그런 것들은 우리들이 잘 보도해서 막아야 하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있다"고 진단하였다.

뉴스데스크 진행하던 작년 초 광고가 많이 떨어졌을 때 심경이 어땠느냐는 질문에는 "착찹했다"며 "동료들이 나 때문에 월급을 못 받는다고 생각해 보라"며 괴로웠다고 술회하였다.

최근 시국재판에서 잇따른 무죄판결에 대해 법조전문기자로서 어떻게 보는지도 물었다.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을 한꺼번에 묶어서 젊은 판사들, 단독 판사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몰아간 것"이라며 "언론이 제대로 써주면 좋겠는데 기자들이 제대로 책임을 못하고 있다"라고 비판하였다.

언론에게 있어 '중립', '공정'의 차이가 무엇인지 묻자 "중립은 stance, 공정은 approach를 말하는 것인데 이들 단어가 권력비판의 책임을 회피할 때 쓰여서는 안된다" 강조했다. 

다음은 신경민 기자와 한 인터뷰 전문

"어린 시절, 전북일보는 내게 출입처 비슷했던 곳"

- 선친께서 지방지 기자로 일했기 때문에 선친의 영향을 받았을 듯합니다. 하지만 신 기자는 신문이 아닌 방송기자이신데 이유가 있을까요?
"영향은 분명히 있었죠. 어렸을 때 전북일보 편집국이 저희 집에서 한 블록 거리에 있었어요. 당시에는 전화가 잘 안 되어서 전화로 해결할 수 있을 만한 일도 심부름을 많이 다녔죠. 당시 일요일 개념이 별로 없어서 아버지는 항상 회사에 계셨고 집에서 일이 있거나 아버지가 부르시면 신문사 편집국에 가서 놀았어요. 당시에는 전북일보가 전주시 고사동에 있었어요. 편집국 드나들면서 신문에 대해 많이 봤고 기자들도 알았죠. 전북일보가 도내에서 유력한 일간지였기 때문에 도내 인사도 와 있었고 서울에서 손님이 오면 반드시 들리죠. 그래서 유명한 사람들을 많이 봤어요. 전북일보는 아버지 직장이기도 했지만 저에게는 출입처 비슷한 것이었어요.

방송기자가 된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라, 80년 당시에 신입사원을 뽑아 준 언론사가 MBC 밖에 없었어요. 나머지에는 시험 봤지만 합격이 취소되거나 시험 자체가 무산이 됐어요. 당시 기자들을 대량 해직했기 때문에 기자를 내쫓고 신입사원을 뽑는다는 것이 말이 안 되고 그럴 분위기도 아니었죠. 우연이지 특별한 이유는 없었어요.

- 여러 자리에서 정계 입문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회사에서 잘리지 않는 한 안 가신다고 하셨더라고요. 그 말은 듣기에 따라 가능성을 열어둔 걸로 들릴 수도 있는데 어떤가요?
"그런 질문이 나오면 제가 그렇게 답변을 드렸죠. 제가 꼭 정치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언론계 내외에서 말이 많기 때문에 일단 그렇게 답변하는 것이죠. 언론인 노릇을 더 해야겠는데 그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모르겠고요. 만약 '너를 언론에서 못 쓰겠다'라고 한다면 제 갈 길을 생각해야 되겠지요. 이런저런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는 것이죠. 다른 언론을 할 수도 있고, 학교로 갈 수도 있고, 정치를 할 수도 있는 것이죠. 사람 일은 모르잖아요. 그런 의미죠. 제가 정치권에 갈 가능성을 크게 열어 놓는 것은 아닙니다."

- 신 기자의 이미지를 보면 차갑다는 느낌이 듭니다. 실제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글쎄, 그런 이미지가 있지만 저하고 같이 일해 본 후배들은 저에게 신뢰를 주는 측면이 있습니다. 이미지하고 실제는 항상 똑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실제는 그렇게 차갑고 딱딱한 사람은 아닐 거예요. 저도 사람이니까 후배들 중에는 저를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죠."

- 웃는 모습은 부드러운데 무표정하면 차갑게 느껴저요(웃음).
"하지만 뉴스에서 웃을 수는 없잖아요(웃음)."

"군사정권 때와 비교해 같은 점도 다른 점도 있어"

- 기자님의 언론관을 요약하자면 권력에 대한 비판과 견제, 약자에 대한 배려인 듯합니다. 하지만 현 상황은 그것이 쉽지않은데요. 군사정부 때와 비교한다면 어떤가요?
"군사정권 때와 비교하자면 그때는 구타 고문이 다반사로 있었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많이 죽거나 다쳤거든요. 지금 그런 단계는 아니지만 나머지 탄압의 양태는 많이 비슷하죠. 그런 것들을 우리들이 잘 보도해서 막아야 하는데 그런 것을 못하고 있죠. 그것이 군사정권과 같은 점이자 다른 점일 거예요. 지금 군사정권 때 했던 것들이 동원 되거든요.

예를 들어 홍사덕 의원이 며칠 전 라디오에서 사찰을 한다고 했던 것들이 60~80년대 우리가 봤던 것들이죠. 홍 의원의 말을 그대로 믿을 수 있느냐에 의문을 가지는 사람도 있겠지만 홍 의원의 얘기가 다 거짓은 아닐 거예요. 구정  때 MB가 세종시 관련 메시지를 보냈잖아요. 전 그것을 들으면서 '뭔가 지금 계산이 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숫자로만 보면 친이가 재적의원의 3분의 2가 안되니까 당론 변경이 불가능 하잖아요. 분명히 몇 십 석이 필요하죠. 몇 십 석이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꺼져가는 세종시 문제를 강력히 얘기 했을 때는 충분히 가능하다는 계산이 있을 것 아니겠어요. 계산은 뻔하죠. 홍 의원이 얘기했던 것이 그것하고 연결이 되어 있을 거예요."

- 그럼 세종시 문제는 어떻게 보세요?
"세종시는 처음에 노 전 대통령이 한 것이죠. 정부를 여기저기 찢어 놓는 것이 잘된 것은 아니죠. 하지만 국토의 균형 발전이라는 것 때문에 그러는 것 아니겠어요? 국토 균형발전을 행정보다 중요한 어젠다로 보는 것이죠. 행복도시는 너무 진행이 많이 됐고 국민들에게 약속을 했기 때문에 U턴을 한다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고 봐야죠. 만약 정말로 국가대계라면 이렇게 접근하지 말고 진지하게 접근을 해야죠. 국민들과 당내 반대파를 진지하게 설득했어야 하는 것이죠. 그런 점에서는 절차적으로 너무 밀어붙인 것이죠."

"불의를 보고 공정 외치는 건 책임 회피"

- '공정'과 '중립'을 혼동할 때가 많은 것 같아요. 하지만 분명 다른 것이잖아요. 차이점을 설명해 주세요.
"이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실제 현실에서 '공정', '중립' 하기에 어려운 일이죠. 예를 들어 설명할까요. 가령 작년 1월 용산 참사가 났을 때 '공정', '중립'을 근거로 내세워서 언론에서 '사람이 몇 명 불에 타 죽었다.', '경찰이 철거민을 진압하다 죽었다'라고 단순 보도 하는 것이 공정하고 중립적인 것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죠.

정말로 공정하고 중립적인 것이 뭔지, 중립이란 것이 경찰 편도 아니고, 철거민 편도 아니고 가운데서 가만히 있는 것이 맞는 것인지 생각해 봐야죠. '공정', '중립' 다 비슷한 말입니다. 불의가 일어났을 때 또는 나쁜 짓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을 때 언론이 한 발짝 물러나서 우린 공정하고 중립적이니까 가만히 사실만 보도하면 된다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그렇지만 만약 그것이 불의한 일이고 부정부패가 있고, 독재가 있거나 할 때, 그때도 '공정', '중립'을 말하면 되겠어요?

대개의 경우는 언론이 권력비판의 책임을 회피할 때 이 단어를 쓰거든요. 그렇게 하지 말라는 것이 제 뜻입니다. '공정'. '중립'을 말하면서 언론의 권력비판 책임을 회피하지 말고, 정말 공정하고 중립적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더 생각해 보고 결정하라는 얘기죠.

이 말들의 차이점을 보자면 '중립'은 여러 계파들이 있을 때 어느 한쪽에서 보지 말라는 시각을 의미하는 것이고 '공정'은 시각의 차이가 아니라 어떤 이슈를 다룰 때에 여러 측면, 여러 세력의 얘기를 한꺼번에 다룬다는 것이죠. 중립은 stance를 말하는 것이고, 공정은 approach를 말하는 것이죠. 그래서 이들 단어는 함부로 쓰는 것은 아니예요. 책임을 회피하려고 쓰면 안 되죠. 또한 자기와 반대편에 있는 사람을 비난할 경우 이 단어를 쓰는 경향이 있는데 그렇게 되면 얘기가 안 됩니다. 이 단어들을 그렇게 쓰는 것이 아니죠."

"법원 판결 문제,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자기 판단에 근거해 기사 써"

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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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시국사건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잇따라 나와 검찰과 한나라당은 사법 개혁을 주장하는데요. 법조 기자로서 어떻게 보시나요?
"이 문제는 사법부, 특히 단독판사들이 '잘못된 생각을 가지고 무죄판결을 내렸다'고 몰아가고 있잖아요. 일부 언론과 집권당 쪽에서 그렇게 얘기하면서 법원 개혁을 주장하죠.

우선 사건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사건을 하나 하나 들여다보면 거의 검찰하고 연관돼 있죠. 기소해서는 안 되는 사건이거나, 기소할 때 적용 법률을 A란 법률로 해야 되는데 B란 법률로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공소장 변경을 해야 되지만 검찰이 변경하지 않은 것이죠. 할 수 없이 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릴 수밖에 없죠.

그리고 같은 사건이 여러 법원으로 가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건 법원의 속성상 어쩔 수 없죠. 전국에서 벌어진 사건을 한군데로 모아서 할 수는 없어요. 그래서 엇갈리는 판결이 나올 수도 있어요. 유죄라고 나오기도 하고 무죄라고 나오기도 하죠. 잘 뜯어보면 유죄라는 것도 무죄에 가깝기도 하죠. 특히 전교조 사건을 보면 판사의 시국관과 자유관이 달라 결론을 달리 할 수도 있고 용기가 없어 무죄에 가까운 유죄를 낼 수도 있죠.

논의 과정을 보면 다양하고 복잡한 사건을 한꺼번에 묶어서 젊은 판사들, 단독 판사들이 뭔가 잘못 생각하고 있다고 몰아간 것이죠. 사안을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겠지만 언론도 회피하고 있고 정치권은 이런 때에 법원을 손보겠다고 나서는 형국이죠. 그런 점에서 보면 기자들이 제대로 책임을 못하고 있습니다. 언론이 제대로 써주면 좋겠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그것이 어려워 보이네요."

-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나요?
"법원이 자체 개혁안을 내고 국회도 내겠지만 큰 영향은 없을 거예요. 사안을 자세히 보면 다른 결론을 내기가 어렵거든요. 결국 무죄가 난 판결은 나이가 든 판사들이 해도 무죄가 될 가능성이 높죠. 이번 건은 나이의 문제가 아닙니다."

- 이념의 영향이 있을까요?
"이념의 영향은 없어 보입니다. 판사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특별히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죠. 공부 열심히 해서 사법고시를 패스한 보통 사람이거든요. 우리법연구회라는 것이 특별한 것도 아니죠. 우리법연구회 소속이 아닌 판사들도 많이 있고요. 그렇게 보면 그 판사들이 특별한 이념이나 목적을 가지고 했다는 증거는 하나도 없거든요. 하지만 그렇게 몰고 가는 것이죠. 그것이 중요한 현재의 현실이죠. 사실에 근거해서 기사를 써야 하는데 자기 판단에 근거해서 기사를 쓰는 그런 형국이지요. 기자나 기사의 기본 원론에서는 벗어난 것이죠. 그런 것은 잘못된 겁니다."

"남북정상회담보다 남북한 간 기본 대화가 더 필요"

- 남북정상회담의 연내 가능성 보도가 잇따르고 있잖아요. 신 기자가 보기엔 어떠세요?
"보도가 이렇다는 것이죠. 아직 특별한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안 보이죠. 물론 비밀접촉이기 때문에 언론이나 외부인이 알 수는 없죠."

- 예전 정부에서는 비밀리에 하다가 갑자기 터뜨렸는데 이 정권은 언론에 흘리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요.
"DJ 정권에서는 갑자기 나왔고 노무현 정권에서는 지금처럼 비밀 접촉설이 많이 나오다가 일부 확인이 되고 그런 과정에서 성사가 됐죠. 남북한 접촉의 특성상 갑자기 하는 것이 맞겠지만 흘러나올 수도 있어요.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아요."

- 혹시 물타기 하려는 것 아닐까요?
"글쎄요. 북한 때리기를 심하게 하다가 갑자기 이렇게 나오니까 사람들이 혼란스러울 수가 있죠. 지금 정권이 내리는 북한에 대한 평가나 태도와 너무 멀죠. 남북한 정상회담도 중요하지만 남북한의 기본적 대화가 우선 필요하죠."

- 물론 필요하지만 현 정권이 그것을 이용하는 것은 아닌지.
"이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것이 걱정이죠. 다른 이슈를 덮어보려고 할 수 있고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대화를 추진할 경우 잘못된 거래가 있을 수도 있죠. 그런 여러 문제점에 대해서 걱정하는 것이죠. 남북한 정상회담은 해도 좋고, 안 해도 좋아요. 이제 국민들은 그렇게 큰 기대를 걸지는 않아요. 정상회담으로 문제가 해결 된다고 보는 사람도 이제 거의 없고요. 첫 번째 회담에는 의미를 뒀지만 지금은 아니죠. 또 우리 정상이 평양에 다시 간다면 말이 안 되기 때문에 정권도 내부적으로 평양에 간다는 것을 고민할 거예요. 장소 문제부터 쉽진 않을 거예요. 물론 열릴 수는 있겠지만 굉장히 복잡하고 골치 아픈 일이 있죠. 임기 안에 될 가능성은 있겠지만 올해 안에 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 민주당 최문순 의원은 인터뷰에서 남북이 서로를 보는 시각이 달라서 열린다고 하더라도 소득이 없을 것으로 보시던데.
"그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시각이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얘기가 더 잘 풀릴 수도 있는 것이죠. 그것은 상황에 따라 중요한 문제는 아니라고 봐요. 의제와 입장을 잘 조율하면 되죠. 걸림돌이 있다면 보수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는 MB정권으로는 꼭 들어가야 할 의제가 있거든요. 예를 들면 국군포로나 납북자 문제, 전반적으로 인권 같은 문제를 어떻게 제기하고 해결하느냐가 굉장히 어려울 거예요. 오히려 어려운 문제를 찾는다면 이런 문제일 것입니다." 

- 참여정부에서 한미 FTA를 추진해서 지지층을 잃었듯이 MB 정권도 정상회담으로 지지층을 잃지 않을까요?
"가능성이 있죠. 정상회담에서 지지층이 요구하는 것이 있지 않겠어요? 이런 얘기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북한은 까다로운 상대거든요. 미국이 북한과 오랫동안 대화했지만 제대로 협상과 설득을 하지 못했고 노무현 정권도 그것을 제대로 못했죠. 그러니 MB 정권의 외교통일 보좌진을 봐서는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대목이 있죠."

"MBC내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 온다면 사태 어려워져"

- MBC 돌아가는 상황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지금 상황은 정권의 시나리오 대로 돌아 가는 듯 합니다. MBC 내부에서는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는지 궁금합니다.
"MBC 새로운 사장을 뽑는 단계에 들어섰죠.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서 사태가 어떻게 될지 상황이 달라질 겁니다. 만약 MBC내부가 받아들일 수 없는 인물이 온다면 사태가 더 어려워지겠죠."

- 하지만 MBC 내부가 받아들일 인물이 올 가능성이 없지 않나요?
"후보 중 MBC 내부에서 '이 사람 정도면 해 볼 수 있다'라는 사람이 있어요. 1차 지망한 15명 중 두 세 분은 흔쾌하진 않지만 해 볼 수는 있지 않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 때문에 숫자는 적지만 방문진이 누구를 뽑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그냥 가보자 하는 사람을 뽑을 수도 있고, 도저히 이 사람하고는 못 간다 하는 사람을 뽑을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으로 가느냐에 따라 진행 속도나 방향이 달라지죠."

- 방문진이 엄기영 사장을 내쫓은 거잖아요. 그런데, 노조에서는 엄 사장에 준하는 사람을 바라는 것일 텐데 방문진에서 노조가 바라는 대로 할 이유가 없지 않나요?
"글쎄, 그것은 모르겠어요. 엄 사장은 실질적으로 쫓겨났지만 자진 사퇴라는 형식을 빌렸고 MBC는 상법상 회사이기 때문에 일단은 끝났다고 볼 수 있죠. 공사인 KBS와는 법적 측면에서 다릅니다."

- 그럼 사장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네요?
"엄 사장이 어떻게 쫓겨났느냐의 실체를 우리가 자세히 모르지만, 그것은 그것대로 일단락이 되었다고 봅니다. 앞으로 금요일(26일) 방문진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를 봐야죠."

- 앵커 하차 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클로징 멘트를 못 한 것이 가장 아쉬웠다고 책에 썼습니다. 출판 후 아쉬웠던 적도 있을 것 같은데 언제일까요?
"11월 초에 책을 탈고하면서 노 전 대통령 서거를 아쉬운 대목으로 썼죠. 탈고 뒤 원고를 급히 고쳤던 일이 미디어법 헌재 결정이었습니다. 뉴스를 진행했더라면 헌재 결정을 오보한 데 대해서는 시청자들에게 정중하고 진지하게 사과 멘트를 했을 겁니다.

출판 이후 뉴스가 더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죠. '내가 했더라면' 하는 것들이 많죠. 우선 세종시 문제에 대해서 여러 가지 언급을 했을 거예요. 너무 큰 이슈였고 현 집권세력이 만들어낸 이슈였기 때문이고 또 박근혜 전 대표가 맞받아 친 형국이라서 여러 번 코멘트를 했을 것이고, 할 수밖에 없었을 거예요.

또 세종시에 묻혀 있지만 4대강 이슈도 중요한 문제죠. 4대강 문제도 많이 했을 거예요. 외신으로 아이패드 문제, 도요타 사태도 할 얘기가 많은 이슈죠. 삼성전자 부사장 문제도 해야죠. 삼성이 조직적으로 취재 보도를 막았기 때문에 진실이 안 드러나 있지만, 실제로 그것을 언론이 파헤치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삼성전자 내부의 문제 뿐만은 아니고 기업의 문제, 사회의 문제가 있습니다. 삼성그룹은 우리나라 GDP의 20% 가까이를 차지하는 대기업이기 때문에 삼성전자 문제는 우리나라 문제죠." 

- MBC 사태에 대해서 언급했을까요?
"MBC 사태에 대해서도 당연히 했겠죠. MBC가 MBC 사태에 대해서 정확하고 충실하게 보도하지 않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문제도 지적하고 내부적으로 보도를 충실히 하도록 했을 것이고 뉴스에서도 그 얘기를 했어야죠."

- 인터넷에 엄 사장 사표낸 것에 대해 신 기자가 앵커라면 어떤 클로징 멘트를 했을까 하는 질문들이 있는데.
"뉴스에서 꼭지수를 훨씬 더 많이 했을 것이고 더 위로 올렸을 겁니다. 어떤 신문은 그 다음날 톱뉴스로 다뤘잖아요. 충분히 톱뉴스 감이죠. 그런데 MBC 내부의 문제로 쳐서 톱뉴스는 못 간다고 하더라도 충실하게는 다뤘어야죠. 아쉬운 대목이지요. MBC 내부에 국한 되는 문제가 아니라 정권과 언론의 대립 문제라서 언론자유의 문제인데 그것을 사건처럼 간단하게 처리한 건 잘못된 것이죠."

- 만약 클로징 멘트를 하신다면?
"엄 사장의 공과 과는 있죠. 그러나 엄 사장이 형식적으로는 스스로 사퇴했지만 결국은 권력과 언론의 관계에서 중대한 문제란 것을 반드시 지적을 했을 거예요. 언론자유의 문제가 다시 심각한 심판대에 올라섰다는 측면에서 지적을 했을 것이고 엄 사장 개인의 결정이나 결단이 아니다라는 얘기를 했을 거예요."

- 얼마 전에 끝난 MBC 미니시리즈 '히어로'에서 대형사건이 터졌을 때 연예인 스캔들 기사로 가린다든지, 소문으로 나도는 댓글 알바를 고용하는 장면이 있었는데요. 혹시 이 같은 것을 듣거나 경험하신 것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이런 일들은 실제로 정책이나 정치를 운용하는 사람들이 많이 하는 일이에요. 어떻게 보면 항상 있는 일이죠. 동하계 올림픽이나 대형 이벤트가 있을 때 거기에 묻어서 중요한 일들을 처리하기도 하고, 그런 것이 없으면 만들기도 하고, 대형사건 수사발표 그때 맞춰서 하기도 하고 이런 것은 항상 있는 것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이 아니예요."

"앞으로의 계획? 회사 다니는 것 외에 특별한 없어요"

- 책에 보면 지난해 초에 뉴스데스크 광고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내용이 있잖습니까? 그 당시 심경이 복잡했을 거라 예상되는데 어땠나요?
"요즘에도 그런 경향이 있지만 당시에 광고가 많이 떨어졌죠. 이것이 경제위기와 겹쳐져서 진짜 이유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죠."

- 하지만 본인 때문에 떨어졌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것 같은데.
"착찹했죠. 광고가 안 들어오면 월급을 줄 수가 없으니까 정치적 탄압도 어렵지만 경제적 탄압도 굉장히 어렵죠. 월급이 줄어들고 어떤 경우는 아예 못 받는 일도 생기고 그래서 괴롭죠. 동료들이 나 때문에 월급을 못 받는다고 생각해 보세요. 괴롭죠. 근데 입증이 안되요. 가령 어느 기업이 광고를 빼 갈 때 왜 빼 가느냐고 물으면 회사 형편이 어려워서 뺀다고 하지 전화로 압력 받고 뺀다는 사람은 없거든요."

- 기자생활 하시는 동안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실수를 많이 하죠. 낙종도 많이 하고 낙종을 했을 때에 눈물 나게 혼나기도 합니다. 그런 것들이 기억에 많이 남죠. 똑같이 기자회견을 했는데 저만 기사를 잘못 쓰는 경우가 있어요. 어떤 기자는 톱으로 쓰는데 저는 기사를 잘못 써서 1단 처리도 안되는 경우가 있었죠. 그러면 완전히 말귀도 못 알아듣는 기자가 되는 거예요. 그런 경험들이 있죠. 그때는 제 실력이 없는 것이니까 조심해야죠. 경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아요."

- 앞으로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회사 다니는 것 외에는 특별한 것은 없어요. 사장이 결정되고, 그 사장이 와서 여러 가지를 결정하겠죠. 그것을 봐야죠."

덧붙이는 글 | DAUM View에도 올렸습니다



태그:#신경민, #뉴스데스크, #클로징멘트, #엄기영사퇴, #방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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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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