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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객이 찜질방에서 또 술을 마신 뒤 자다가 숨졌더라도 음주자의 찜질실 제한 '주의문'이 붙어 있었고, 특히 입장할 때 만취한 상태로 안전배려의무가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업주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L(당시 39)씨는 지난 2008년 2월11일 친구와 함께 술을 마신 뒤 새벽 1시경 경기도 성남시의 한 찜질방을 찾았다. L씨는 찜질방 내의 구내식당에서 술을 조금 더 마시고 잠을 자다 이날 오전 7시40분께 숨진 채 발견됐다.

 

이에 L씨의 부모는 "찜질방 측이 술에 취한 아들의 찜질방 출입을 막지 않았고, 종업원이 찜질방 안을 순찰하는 등의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찜질방 안의 구내식당에서 손님에게 술을 판매해 숨지게 했다"며 업주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찜질방 업주 주의의무 위반 과실 책임 10% 인정

 

1심인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1민사부(재판장 박관근 부장판사)는 지난해 2월 L씨의 부모가 찜질방 업주 N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716만 원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공중위생관리법 규정에 따라 목욕장업자에게는 적어도 종업원을 통해 음주 등으로 목욕장의 정상적인 이용이 곤란하다고 인정되는 사람의 입장을 제한하는 한편, 목욕장 안을 수시로 점검함으로써 목욕장 안에서의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의 술에 취해있던 L씨 일행의 찜질방 출입을 통제하지 않은 점, 찜질방 안에 있는 식당에서 술이 판매되고 있는 점, 종업원들이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찜질방 안을 수시로 점검했다고 볼 만한 자료가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목욕장업자로서 주의의무를 게을리 한 잘못이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L씨도 술에 취한 상태에서 경솔하게 찜질방에 입장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후에도 술을 더 마신 후 급기야 사고를 당한 잘못이 있고, 이런 잘못이 사고 발생이나 확대의 중요한 원인 된 만큼 L씨의 과실 책임비율을 90%로 정하고, 피고의 책임비율을 10%로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29민사부(재판장 최상열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위자료 액수를 일부 줄여 "피고는 원고에게 2916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 "안전배려의무가 요구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먼저 증명돼야"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김지형 대법관)는 찜질방에서 숨진 L씨의 부모가 업주 N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안전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찜질방은 사우나와 목욕실, 휴게실, 수면실, 찜질실, 영화실, 마사지실 등 다양한 시설을 갖추고 있어 이들 시설의 전부 혹은 일부 이용을 목적으로 하는 다양한 부류의 이용객이 출입하는 공중이용 업소이므로 단순히 이용객이 음주상태라는 이유만으로 출입 자체가 금지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찜질방 안에는 음주자의 찜질실 출입을 제한하는 주의문이 게시돼 있었던 반면, 망인이 찜질방 입장 당시 만취해 정상적인 이용이 곤란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는 전혀 없고, 또 망인이 찜질방 내에서 비정상적인 행태를 보임에도 장시간 방치했다는 등의 사정도 보이지 않는 이상, 피고의 주의의무 위반이라고 판단한 원심은 잘못"이라고 밝혔다.

 

또 "술을 마신 상태에서 휴식을 위해 찜질방에 들어온 망인에게 구내식당에서 술을 판 피고로서는 직접적인 안전배려의무가 요구된다고 볼 수 있으나, 그 전제로서 당시 망인의 상태가 안전배려의무가 요구되는 정도에 이르렀음을 먼저 증명돼야 한다"며 "그런데 망인의 친구의 증언은 망인이 약간 비틀거리기는 했지만 부축 없이 혼자가 걸어갔다는 것이어서 피고에게 업무상 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법령상 혹은 업무상 피고의 주의의무위반으로 될 수 없거나 그에 관한 전제사실의 증명이 없는 사정들을 근거로 주의의무위반의 과실을 인정한 다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것은 목욕장업자의 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원고에게 증명책임이 있는 사항에 관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찜질방, #손해배상, #취객, #주의의무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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