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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을 앞두고 오래간만에 가족이 모두 모여서 이야기꽃을 피웠다. 그러던 중에 군 입대를 앞둔 막내 동생의 진로에 대한 얘기가 나왔다. 막내 동생은 어릴 때 동물에 관심이 많아서 동물 조련사나 수의사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 하지만 학업을 소홀히 한 탓으로 성적에 맞춰서 지방의 한 대학 토지정보학과에 입학해서 휴학 중이다.  

 

그동안 사무자동화 자격증과 지적기능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9급 공무원 지적직 시험에 몇 번 응시해서 불합격을 경험했다. 그런데 지적직은 지역별로 선발하는 인원이 1~2명 밖에 되지 않아서 경쟁률도 높고 합격하기도 무척이나 어려운 시험이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난 후에 시험에 대한 자신감이 많이 떨어져 있었고 뭔가 다른 돌파구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막내 동생은 4차원을 넘어 5차원이라고 할 만큼 독특한 아이인데, 판타지 무협 소설의 매니아를 넘어 광팬이다. 용돈의 대부분을 책 빌리는데 쓸 정도니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10년 동안 읽은 책이 어느 정도나 되냐고 물어봤더니 집 근처의 도서대여점에 있는 책을 모두 읽었다고 했다. 에디슨은 '나는 도서관을 읽었다'라는 명언을 남겼는데, 동생도 도서관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분야의 책을 모조리 섭렵한 것이다. 수 천 권은 족히 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야의 책을 1000권 이상 읽었는데, 그 엄청난 지식과 정보를 제대로 활용할 방법을 몰라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척이나 안타까웠다. 그래서 형들의 사례를 들면서 책을 한 번 내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넌지시 물어봤다. 그랬더니 몇 년 전에 인터넷 커뮤니티 환타지 동호회에 몇 편의 글을 써서 올린 후에 피드백을 받았는데 칭찬보다는 지적이 많아서 그만두었다고 했다. 뭔가 자신감을 찾을 수 있는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평소 막내 동생은 형들이 하는 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교를 졸업한 후에 회사를 다니다가 몇 년 사이에 책도 많이 내고 전국으로 강의를 하러 다니는 등 큰 변화를 지켜봤기 때문이다. - 참고로 필자는 학습법 분야에서 학습 동기부여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007년 첫 번째 책을 낸 이후 2년 동안 8권의 책을 출간했고, 다음 달에 2권의 책이 더 나올 예정이며 학교와 교육청을 중심으로 연간 100회 이상의 강의를 하고 있다.

 

필자의 동생도 같은 분야에서 학습코칭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2년 동안 4권의 책을 출간(3권은 공저)했고, 5번째 책이 곧 나올 예정이며, 학원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강의가 많아지고 있다. 눈을 반짝거리며 얘기에 집중하는 것 같아서 필자와 동생이 책을 내는 비결에 관해 하나씩 보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우선 책을 내려면 글을 써야 하니 군 생활을 하면서 하루에 한 단락에서 세 단락 (A4 5분의 1 ~ 절반 분량) 정도씩 목표를 정해서 꾸준히 원고를 쓸 것.

둘째, 인물과 사건, 배경이 중요하니 기존에 읽었던 캐릭터들을 조합하여 새로운 퓨전형 캐릭터를 만들 것(예를 들어 동물이나 군인).

셋째, 컨셉과 스토리가 중요하니 일상의 에피소드에 주목할 것(예를 들어 어릴 때 경험이나 군대 생활 체험담).

넷째, 콘텐츠도 중요하니 인물과 사건, 배경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참고할 것.

다섯째, 내무반 동료들을 첫 번째 독자로 삼아서 쓴 글을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을 것.

여섯째, 베스트셀러 작가 한 명을 정해서 그 분의 책을 처음부터 10페이지 정도만 그대로 필사(베껴쓰기) 해 볼 것.

일곱째, 필사를 통해 생각 패턴을 바꾸고, 문체를 유려하게 다듬을 것.

 

얘기를 하다보니 출판에 관한 코칭이 되어버렸다. 모두들 이야기 속에 빠져 들어서 약간의 흥분상태가 되었다. 피곤해서 먼저 잠자리에 들었는데, 동생과 막내 동생은 새벽 3시까지 술잔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했다.

 

다음 날 아내와 어제 있었던 얘기를 하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책을 내고 싶은 사람은 많다. 그런데 실제로 책을 내는 사람과 책을 내지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결단력'과 '실천력' 때문이다. 성과를 내는 사람은 이런 저런 이유와 상황에 대해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생각으로 결단하고 행동한다.

 

성과를 내지 못하는 사람은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라는 생각으로 망설이고 포기한다. 처음부터 작가로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동안에 작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막내 동생이 군 제대와 동시에 작가로 데뷔하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작가와 강사에 관한 생생한 스토리는 오마이 블로그(http://blog.ohmynews.com/aircong) ‘책쓰고 강의하며’ 카테고리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태그:#꿈, #목표, #작가, #환타지, #책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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