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그동안 고택답사를 하면서 나름대로 멋스러움을 간직한 모습들을 보아왔다. 물론 고택 답사를 하다가 보면 어느 하나 멋스럽지 않은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도 조금은 특별한 것들을 꼽아보는 재미도 괜찮을 듯하다. 과연 우리 고택에는 무슨 특별함이 있는 것일까?

 

정보창구인 '소리통'

 

 

전라남도 보성군 득량면 오봉리 강골마을의 중요민속자료 제159호 이용욱 가옥. 이 집에는 담장에 난 구멍인 '소리통'이 있다. 담장 밖으로는 마을의 공동우물이 있다. 마을의 공동우물은 언제나 마을의 모든 소문이 가장 빨리 도는 곳이다. 이 소리통은 마을의 아낙네들이 모이는 시간에 마을의 이모저모를 소리통을 통해서 수집하고, 사랑방에 기거하는 대감마님에게 고한다. 어느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병을 앓고 있는지를 고하면, 거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 이 집안이 오래도록 마을에서 추앙을 받는 이유 중에 하나가 바로 이 소리통을 이용한 마을 정보에 밝았다는 것이다.

 

사랑채를 돋보이게 한 팔각기둥

 

 

경기도 용인시 기흥읍 지곡동에 자리한 경기도 민속자료 제10호로 지정이 된 음애 이자고택. 이 고택은 부와산을 마주하고 집의 배치를 하였다. 이자 고택의 특별한 점은 바로 사랑채 툇마루 끝에 있는 기둥들이다. 이자 고택의 사랑채에는 마루방을 들여 신주를 모시는 청방으로 하고, 두 칸의 사랑방을 들였다. 이 사랑방의 앞에는 툇마루를 놓았는데, 툇마루 끝에 기둥을 팔각으로 조성하였다. 네모난 기둥의 모서리를 긁어내 팔각으로 조성을 하였는데, 이러한 기둥은 이자고택에서만 볼 수가 있다.

 

대문채에 조성된 다락

 

 

제천시 수산면 지곡리 웃말에 있던 수산 지곡리 고가는, 현재는 제천 청풍문화재단지 안으로 옮겨 놓았다. 대문채를 초가로 만든 이 집의 특징은 대문간에 외양간 방앗간 등을 조성하고, 그 위를 판자로 막아 다락을 냈다는 점이다.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지곡리 고가는, 충북 유형문화재 제89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대문간의 다락에는 각종 농기구 등을 넣을 수 있어, 마구간에 있는 소를 이용할 때 번잡함을 줄인 점이 돋보인다.

 

대문간의 옆으로 드나들 수 있는 쪽문

 

 

충북 음성군 감곡면 영산리 고개 너머를 잿말이라고 한다. 이 잿말에는 중요민속자료 제141호인 김주태 가옥이 자리하고 있다. 김주태 가옥은 모두 3단으로 집안이 꾸며졌다. 대문채에서 정면으로 마주하고 있는 사랑채를 오르려면 돌계단을 올라, 넓은 안마당이 있다. 그리고 다시 돌계단으로 올라야 사랑채가 있고, 그 뒤편에 안채가 자리한다.

 

김주태 가옥 등 충청북도의 고택은 대문간 옆에 작은 쪽문을 내었는데, 이는 드나드는 사람들이 구태여 대문으로 출입을 하지 않고도, 안으로 드나들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그런 점 외에도 대문을 하인들이 사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권위적인 사고도 있다고 본다.

 

집안의 경계를 담당한 호지집

 

 

전라북도 정읍시 산외면 오공리에 소재한 중요민속자료 제26호 김동수 가옥은 호남 부호의 상징적인 집이다. 모두 아흔 아홉 칸이라는 이 집의 사방에는 호지집이라는 초가집이 담장 밖으로 서 있다. 이집을 노비집이라고 하지만, 이 네 채의 초가에 기거하는 사람들은 단순한 노비들이 아니다. 왜 담장 밖의 사방에 이러한 방 두 칸에 부엌 한 칸인 호지집을 두었을까? 이것은 많은 재물을 갖고 있는 양반가에서 둔 사병이 묵는 집으로 생각한다. 항상 불안한 양반들이 노비집이라고 하여서 만든, 경호를 맡은 노비들의 집이란 생각이다.

 

박공을 기와조각으로 꾸미다니

 

 

박공이란 경사가 진 물매지붕의 양쪽 끝부분에서, 지붕면과 벽이 이루고 있는 모서리에 붙인 것을 말한다. 이 박공은 대개 나무로 꾸미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 박공을 기와조각을 이용해 문양을 넣은 집이 있다.

 

양평군 양평읍 창대리에 있는 경기도 민속자료 제7호인 창대리 고가. 이 집은 현재 절로 이용을 하고 있다. 그런데 안채 외벽의 박공을 보면 놀랍다. 나무로 조성하는 것이 일반적인 박공기법인 데 비해, 나무에다가 기와조각을 붙여 문양을 만들었다. 한옥의 아름다움의 끝이 어디인지를 가늠할 수조차 없는 건축기법이다.

 

담벼락에 나 있는 연기구멍

 

 

여주 효종대왕 능 입구에 있는 효종대왕 능의 재실은 보물 제1532호로 지정이 되어 있다. 그만큼 이 재실은 특별함이 있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 재실을 돌다가 보면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방과 부엌은 무수히 많은 데 비해, 굴뚝이 거의 보이지를 않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어떻게 굴뚝을 이용한 것일까? 그것은 바로 외벽 중간 중간에 보이는 기와를 비스듬히 눕혀 놓은 구멍들이다. 이 구멍들이 바로 연기가 빠져나가는 굴뚝이다. 물론 연도도 그 담장 안에 있어 외부에서는 보이지를 않는다. 놀라운 선조들의 지혜에 감탄할 수밖에.

 

아름다운 담벼락 문양

 

 

여주군 점동면 사곡리 179번지에는 해평윤씨 동강공파의 종택이 자리하고 있다. 이 동강공파 종택은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대문채, 약방채 등이 있었으나, 현재는 안채만 남았다. 남은 전각들은 소실이 되거나 청미천의 홍수 등으로 유실이 되었다. 이 집안에는 안담벼락에 기와조각을 이용해 '부귀(富貴)'라고 글을 써 놓았다. 이렇게 우리 고택에는 많은 집들이 서로 특별한 담벼락과 담장꾸밈을 하고 있다.

 

좁은 대청 끝 다락을 정자로 이용해

 

 

용인시 처인구 원삼면 문촌리 414 - 4에 소재한 이주국 장군 고택. 이 고택의 특징은 사랑채의 특별한 이용이다. 사랑채가 남다르게 꾸며진 이 고택은 사랑채의 한 편 끝을 특별하게 네 짝의 띠살문으로, 양편의 창호를 둘러냈다. 문을 열면 마루방으로 꾸며 놓았는데, 띠살문의 창호는 모두 앙편으로 열어젖힐 수가 있다. 집안에 거주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 다락방을 사랑채를 사용하는 주인이 썼다는 것이다. 왜 주인이 하필 다락방을 사용했을까? 그것은 이 다락방이 누각의 형태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같이 우리 고택은 특별한 아름다움이 있다. 물론 그 많은 집들의 아름다움을 일일이 적을 수가 없어서 안타깝다. 전국의 고택답사를 끝내고 나면, 이렇게 작은 아름다움을 한 권의 책으로 엮고 싶다.

덧붙이는 글 | 고택답사를 하면서 그 특별한 아름다움을 일단 정리를 해보았다.


태그:#고택, #답사, #특별함, #아름다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