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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유명 어그부츠 매장에 전시된 신발들. 해당 제품 가격은 적게는 33만 원부터 많게는 45만9000원에 달했다.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외국 유명 어그부츠 매장에 전시된 신발들. 해당 제품 가격은 적게는 33만 원부터 많게는 45만9000원에 달했다. (이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 권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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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 세탁이요? 대책 없어요."

서울의 한 백화점 신발매장에서 일하는 임아무개(25·부천)씨의 말이다. 최근새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겨울철 방한용 신발로 큰 인기를 끌었던 이른바 '어그(UGG)'부츠. 가죽과 양털 등을 주 원료로 쓰고 있는 이 신발의 세탁 등 관리방법을 두고,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어그'는 호주에서 서핑을 즐기고 난 후 차가운 발을 따뜻하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발에서 유래했다. 주로 양가죽을 이용했는데, 한 미국 업체가 '어그 오스트레일리아'라는 이름의 신발 브랜드를 만들었다. 이 업체가 호주의 양털부츠를 본따서 '어그'라는 이름의 신발을 선보였고,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모았다. 이후 '어그'는 겨울철 양털부츠를 상징하는 하나의 고유명사가 됐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어그'는 미국업체의 신발 브랜드이기 때문에 '양털부츠'라는 표현이 맞다.

국내에선 2004년부터 일부 여자 연예인을 중심으로 선보이기 시작했고, 젊은 여성층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특히 작년 겨울 한파와 폭설로 인해, 젊은 여성뿐 아니라 초중고 학생들까지 '어그 열풍'이 일기도 했다. 현재 국내에선 수십여종의 어그부츠 브랜드가 수입돼 판매되고 있다. 대체로 10만 원대부터 40~50만 원대까지 다양한 가격대를 이루고 있다.

문제는 양털 부츠의 세탁방법. 재료의 특성상 대체로 세탁전문 업체에 맡기는 경우가 많다. 한켤레 세탁 가격은 보통 3만 원 수준이다. 오염 상태가 심할 경우 3만 원의 추가비용이 붙기도 한다.

게다가 신발 밑창을 갈거나 수선 등을 하게되면 1만 5천 원에서 2만 원의 비용이 또 들어가게 된다. 이마저도 어그 부츠 세탁 업체가 국내에 많지 않아, 택배비까지 들여가며 다른 지역에 신발을 맡기는 경우도 많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신발 하나 세탁비용에 '억'소리가 날 지경.

실제로 오아무개(24·울산)씨는 3년 전 대형 신발매장에서 15만 원 주고 어그부츠를 구입했다. 그는 작년 어그전문 세탁 업소가 흔치 않아  찾아 헤매다 겨우 신발을 맡겼다. 오씨는 "택배로 세탁을 맡긴 후 2주 만에 받았다"며 "세탁비용 3만 원도 그렇지만 세탁하는 시간도 오래 걸려 다시는 어그부츠를 사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또 세탁 업소에서 취급하는 브랜드가 아니라는 이유로 세탁을 맡겼다가 거절당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 2007년에 국내 대형 신발브랜드 업체인 L사에서 어그부츠를 구입한 구아무개(24, 송파구)씨는 이듬해인 2008년 겨울에 세탁업체에 신발을 택배로 보냈다. 하지만 며칠되지 않아 구씨의 신발은 그대로 집으로 되돌아왔다. 세탁소쪽에선 "L사 어그부츠는 우리 세탁소의 기계로 세탁할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서울의 한 대형 백화점 신발매장에서 근무하는 임아무개(25·부천)씨는 "백화점에 정식 수입품을 취급하는 어그 매장이 있어 내부 직원들도 구입해 신고 있다"면서 "하지만 (신발) 세탁 얘기만 나오면 '대책없다'는 말만 한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세탁비용도 비싸지만 어그 전문 세탁소도 많지 않아 대부분 세탁을 미루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탁하다 망친 양털부츠, "이제, 이거 어떻게 신어요?"

인터넷에는 양털부츠의 세탁과정에서 신발을 망친 사례가 담긴 글이 올라오고 있다. 작년 11월 국내 대형 포털사이트의 여성커뮤니티에는 아이디 '너부리'(27·인천)라는 누리꾼이 어그부츠 세탁과정에서 자신의 신발이 크게 훼손됐다며 글과 사진을 올려 누리꾼 사이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너부리씨는 당시 글에서 "짙은 브라운색의 제 어그가 베이지가 되어서 돌아왔습니다. 순식간에 한 2-3년된 중고 어그가 되었어요. 이제 이거 어찌 신나요"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작년 11월께 서울 압구정동에 위치한 어느 유명 어그세탁전문 업체에 신발을 맡겼다가, 색깔이 변한 신발을 받았다는 것. 너부리씨의 글이 올라오자 비슷한 피해를 겪은 이들의 댓글이 달렸다.

"ㅜㅜ 저도 인터넷 뒤져서 세탁 맡겼었는데.. 세상에 컬러가 다른 짝짝이 어그가 되어서 돌아왔답니다. ㅠ_ㅠ 우엥~"(ID 방울공주)

"저도.. 비싼 돈 주고 산 저의 소중한 어그가 ㅡ ㅡ더러워져서 보냈더니 핑크색이 베이지색으로 변해서 왔어요..ㅡ.ㅡ옆에는 터져서 오고....;;;;;  갑자기 또 생각하니 화가 팍팍...나네염..토닥토닥;" (ID 웃자)

지난 4일 기자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너부리씨는 "둘둘 말아놓은 상자를 펴보자 잔뜩 구김이 난 어그가 있었다"면서 "세탁 이후 부드럽던 외피가 거칠거칠하게 다 일어났고 색도 갈색이었는데 베이지색으로 변해 있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실밥 등이 뜯어져 있던 부분에 대한 수선은 듬성듬성 마무리 돼 있었다"면서 "이렇게 세탁한 게 최선을 다 한 것이라고 해서 보상도 제대로 받지 못 했다"고 억울해 하기도 했다.

너부리씨처럼 양털 부츠 세탁과정에서 소비자와 세탁업체 간 분쟁도 크게 늘고 있다. 실제 한국소비자원 사이트에는 이같은 분쟁 사례를 묻는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일부 글은 조회수만 2천건이 넘는다.

너부리씨는 세탁 전 '체스트넛'이라는 갈색어그부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탁이후 베이지색으로 탈색되었다.
 너부리씨는 세탁 전 '체스트넛'이라는 갈색어그부츠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세탁이후 베이지색으로 탈색되었다.
ⓒ 브랜드 믹스(어그 수입 대행 업체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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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포털 사이트 까페 '파우더룸'에서 활동 중인 너부리씨의 어그부츠. 원래 갈색어그부츠였으나 세탁 이후 베이지색으로 변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까페 '파우더룸'에서 활동 중인 너부리씨의 어그부츠. 원래 갈색어그부츠였으나 세탁 이후 베이지색으로 변했다.
ⓒ 너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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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그 부츠 세탁? "차라리 어그를 버릴래요"

이처럼 양털부츠를 신었던 경험이 있는 소비자들 사이에선 세탁의 어려움 때문에 값비싼 신발을 그냥 내다 버리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선 '어그부츠는 한해만 신고 버린다'는 말이 유행어처럼 따라붙을 정도다.

엄아무개(28, 경기도 부천)씨는 "주변에 어그 사서 세탁하는 친구들 거의 보지 못했다"면서 "다들 '짝퉁'(가짜) 어그를 사서 한해 신고 버린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자는 지난 4일 '짝퉁' 어그부츠를 세탁하고자 경기도 부천의 한 세탁소를 찾았다가 "'진퉁'(진짜) 어그도 버리는 판에 짝퉁 어그를 세탁하러 왔느냐"는 핀잔 섞인 말을 들어야만 했다.

김아무개(25, 서울 마포구)씨도 "내 주변 친구들은 어그를 세탁하지 않고 신고 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어떤 친구는 정품 어그인데도 '어그는 세탁하기 번거로우니 한해 쓰고 버리는 게 경제적이다'고 말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겨울철 방한용 신발로 남녀노소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던 양털부츠가 따뜻한 봄을 맞이해 자칫 애물단지로 전락하고 있는 셈이다.

덧붙이는 글 | 엄민 기자는 오마이뉴스 11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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