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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세계 다른 나라들의 교원의 정치적 자유 현황에 대한 글을 먼저 쓰려고 하였으나, 계속 전교조에 대한 정치활동 수사 상황이 이어지고 있어 이 글을 먼저 씁니다. 1편 글 "왜 자꾸 전교조만? 교총도 공무원이다"의 후속편 기사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중심으로 본 교원의 정치활동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는 바로 다음에 이어집니다. - 기자말

 

전교조 교사들의 정치 활동 관련 기사가 연일 도배하듯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한나라당은 신이 났다. 특히 검사 출신인 안상수 원내대표는 "전교조 정치 교사들은 교직을 떠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중동 보수언론을 비롯하여 보수적인 학부모단체까지 결합해 정치적 중립을 어겼다면서 전교조를 비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던 한나라당과 친한나라당 성향 교원단체들의 유착 의혹을 제기할 만한 자료가 나와 주목된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 산하의 현직 유치원 교사단체인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가 임원 및 대의원 정기대회를 통하여 교총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과 또 다른 국회의원에게 액수와 명수까지 배당하여 '1억 8천만원 +α''의 정치자금을 모아주자는 결의를 했기 때문이다. 전국국공립유치원 교사들은 교총 소속으로 공무원들이다.

 

교총 산하 교원단체, 한나라당의원 1억8천+a 모금 조직적 결의

 

2005년 8월 16일 서울 송파구에 있는 새세대육영회 사무실에 전국의 유치원 원장과 교사 200여 명이 모였다.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 임원회의와 대의원대회를 위해서였다. 이 자리에서 이들은 회의를 통하여 한나라당 이아무개 의원에게만 총 1억 7천, 김아무개 의원에게 1천만원 정도를 모아주기로 결의했다. 현행 정치후원금 상한선이 1억 5천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회원이 6천여 명인 전국국공립유치원연합회는 한국 최대의 교원단체인 한국교총의 산하 단체다. 후원 방법도 구체적이다.

 

 

기자가 입수한 대의원대회 회의자료집에 따르면 액수를 10만 원씩 통일하고, 각 지역별로 인원을 구체적으로 할당하였는데, 이아무개 의원에게만 '경남(200명), 경북(100명), 경기(600명), 강원(300명), 서울(100명), 부산(50명), 대구(100명), 제주(50명), 대전(60명), 울산(50명), 충남(100명)'으로 총 1710명이다. 10만원씩으로 계산하면 1억 7천만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이외에도 충북과 서울은 별도로 100명이 또 다른 한나라당 의원인 김아무개 의원에게 후원금을 보내자고 회의자료집에 명시돼 있다. 그리고 배당되지 않은 전남, 전북, 광주, 인천은 추후 10월 정기회의를 통하여 누구에게 후원할 것인지를 결정하기로 했다고 되어 있다.

 

송금 방법도 구체적으로 회의자료에 명시돼 있다.  "송금 시 우리만의 암호('공유'로 결정)를 넣어 보내기로 함"이라고 해 보낸 입금자 이름만 보면 어떤 단체에서 보냈는지 바로 알 수 있게 했다. 추후 이 단체는 송금 후 의원실에 유치원연합회에서 보낸 것이라고 직접 확인 전화를 하라고 후원 방법을 공지하기도 했다.

 

조직적으로 국정감사에 영향을 미치려는 정치활동

 

이후에는 임원회의와 대의원대회 결정 사항을 각 지역 대표들에게 보내고, 각 지역 대표들은 또 지역 회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정치 자금 모금이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이 메일에는 친절하게 한나라당 의원들의 은행 계좌번호와 전화번호와 홈페이지까지 안내되어 있다. 이런 조직적인 모금 안내가 서울, 전북, 울산, 경북, 대전 등 전국적으로 진행됐다.

 

이들은 국정감사 기간을 집중적으로 이용하면 국정감사에서 유리하다며 국정 감사에 영향력 행사를 시도하기도 했다. 회원들에게 보내는 메일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들어 있다.

 

 

"아직 입금하지 않은 회장님 이하 임원님들께서는 국정 감사 기간 안에 후원해 주시면 된답니다."

 

"어려운 상황의 국정감사에서 총대를 메고 우리의 입장의 입장을 대변해 줄 이아무개 의원과 김아무개 의원에 대한 후원이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실천되어야 할 것입니다."

 

"지난 번 정기 임원회의에서 시도별로 약정한 시도별로 약정한 후원금의 상당 부분이 국정감사 기간 전에 채워질 수 있도록 시도회장님들의 신속하고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 드립니다."

 

"정○○ 회장님이 우리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쫓아가서 울궈 먹을 대로 울궈먹은 국회의원이 이아무개, 김아무개 의원이라고 합니다."

 

"*국정감가 기간 중에 하면 우리에게 유리합니다."

 

국정 감사는 국민의 대표인 국회가 1년 동안 정부의 정책과 예산 집행 등에 적정성을 따지는 고유 권한이다. 그런데 이 국정 감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자신을 대변하는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라는 문건을 현직 교원단체, 그것도 우리 나라 최대 교원단체인 교총의 산하 기관이 내려 보낸 것이다.

 

현재 한국교총 산하단체는 25개로, 이들은 한국교총으로부터 행·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일정요건을 갖춘 산하단체는 대의원을 배정받아 한국교총의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얼마나 많은 교사들이, 얼마나 많은 돈을 이 결정대로 정치자금 후원을 했는지는 의원실이 직접 밝히거나 선관위에서 실명을 들어 확인해 주지 않는 한 확인할 수 없다. 선관위에 확인한 결과 300만원 이하의 후원은 실명을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한다. 문제가 되는 이 해의 겨울연수에 해당 이아무개 의원이 직접 참가하여 축사를 한 사진이 홈페이지에 떠 있다.

 

유치원교원연합회에 직접 연락을 해 보았으나 실무자는 새로 근무한 지가 얼마되지 않아서 확인해 주는 것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회장의 입장을 들으려고 하였으나 다른 일정이 있어 통화가 곤란하다고 밝혔다. 전화번호를 남기고 연락처를 남겼지만 연락을 받지 못했다.

 

친한나라당 교원단체의 정치 행위

 

만약, 전교조가 국정감사에 영향을 미치기 위하여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조직적인 후원을 결정하고 2억에 이르는 정치자금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는 공문을 내려 보냈다면 검찰과 경찰을 뭐라고 했을까? 교과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현재 교사들이 정당이나 후원회에 가입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후원을 하는 것까지를 금지하는지에 대해서는 선거관리위원회는 정치자금법에 금지하는 규정이 없어 처벌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과부나 행자부는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 사유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 논란이다.

 

그러나 현재 전교조를 수사하고 있는 검찰과 검찰, 한나라당, 교과부 등은 교사와 공무원이 개인적 차원에서 하는 정치인 후원도 불법이라고 규정하고 이를 형사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과 별도로 현행법 상으로 교원단체가 집단적으로 정치 자금을 지원하거나 지원하게 하는 것은 명백하게 불법이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전교조 정치 교사들은 학교를 떠나야 한다"고 했다. 이 입장을 한나라당과 교총에 적용해 보자. "교총 산하 단체가 집단적으로 한나라당 의원에게 정치자금을 주었으므로 교총 회원은 유치원을 떠나야 하고, 후원금을 받은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정치계를 떠나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과연 한나라당 원내대표와 그 후원의 대상이었던 국회의원은 이 말에 책임질 수 있을까?

 

현재 전교조 일부 교사들의 정치활동 혐의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와 언론에 의한 마녀사냥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전교조가 조직적으로 이것을 결의하고 실천했는지에 대한 증거는 없다. 그런데 전교조 교사와 전공노 공무원, 민주노동당에 대해서만 수사의 칼날이 향하고 있다.

 

이제 한나라당과 검찰이 답해야 할 차례다. 친한나라당 교원단체와 교원들이 집단적으로 한나라당 국회의원에게 정치자금을 후원하자고 결의하고 이를 실천한 것이 확인된 상황에서 아직도 한나라당와 검찰, 경찰은 "전교조가 문제다, 민주노동당이 문제다"라고 고집하며 전교조와 민주노동당만 수사하겠다고 우길 것인가?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소시효는 7년이다. 검찰이 정상적인 수사를 한다면 한나라당 의원과 교총에 대해서도 수사를 해야 맞다. 


태그:#한나라당, #교총, #유치원, #정치자금, #전교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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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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