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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구글폰 넥서스원 첫 개통자인 강훈구 지니 대표가 오른손에 아이폰을, 왼손에 구글 넥서스원을 들고 있다.
 국내 구글폰 넥서스원 첫 개통자인 강훈구 지니 대표가 오른손에 아이폰을, 왼손에 구글 넥서스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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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합니다. 내가 한 발 늦었습니다. 내가 1호인 줄 알았는데 더 빠르신 분이 계셨더군요."

지난 22일 국내에서 처음으로 '구글 넥서스원'을 개통한 강훈구(32) 지니 대표 트위터(@missionkang)에 박용만 (주)두산 회장(@Solarplant)이 남긴 글이다. 역시 정식 출시에 앞서 미리 구글폰을 마련해 전파연구소 인증만 기다리고 있던 'IT 마니아' 박 회장으로선 선수를 빼앗긴 셈이다.

도대체 어떤 폰이기에 작은 벤처기업 대표와 대기업 회장이 앞 다퉈 그 번거롭다는 사전 개통을 서두른 걸까. 백문이 불여일견. 그 주인공 강훈구 대표와 '구글폰'을 27일 직접 만나봤다.

"아이폰이 직관적이라면 구글폰은 논리적"

"아이폰 UI(사용자 환경)가 직관적이라면 구글폰은 논리적이라고 할까요. 아이폰은 선을 꽂기만 하면 기기가 알아서 인식하잖아요. 구글폰은 메모리카드 하나를 꽂아도 '마운트'를 통해 데이터 동기화 과정을 거쳐야 해요."

스마트폰 시장 맞수로 꼽히는 애플 아이폰과 구글 넥서스원. 그 차이를 묻는 질문에 강 대표는 한마디로 이렇게 정리했다. 그래서 구글폰은 일반인보다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전문가나 개발자들이 더 선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내놓았다.

"구글폰은 한마디로 논리정연해요. 나름의 절차와 프로세싱이 있거든요. 배터리를 예로 들면 아이폰은 단순히 잔량 표시만 되는데, 구글폰은 어디 어디에서 전력이 얼마나 소모되는지 상세히 표시되고 대기전력을 줄이고 싶으면 바로 디스플레이상에서 조절하게 돼 있어요. 사용자들이 찾아갈 길목을 그때그때 알려주는 거죠."

아이폰 사용자였던 강 대표가 구글폰을 일주일 남짓 써본 소감은 한마디로 '괜찮다'였다.

"1주일 새 조금은 차이가 느껴져요. 뭐라 정의하긴 어려운데, 구글폰은 기존 구글 서비스들과 유대 관계나 검색 활용도가 높은 것 같아요. 아이폰은 검색할 때마다 브라우저를 따로 띄워야 하는데 넥서스원은 검색 같은 구글 서비스가 기기와 더 밀착돼 있다고 할까요."

구글폰에서 외형적으로 가장 눈에 띄는 건 아이폰의 홈 버튼 자리에 있는 '트랙볼'이다.

"디자인은 제가 개인적으로 메탈릭(금속성)을 좋아하는데 두께도 더 얇고 남성적 이미지가 있어요. 액정도 크고 마우스 역할을 하는 트랙볼도 재미있어요. 손으로 터치하는 것보다 더 정교하게 움직여서 모바일에 최적화된 웹이 아닌 일반 웹 서핑 때 좋더라고요. 터치감은 아이폰과 큰 차이가 없고요. 멀티터치만 보완된다면 카메라 화질도 500만 화소(아이폰은 300만)여서 '스펙'에선 (아이폰에) 앞서요."

▲ 구글폰, 아이폰과 뭐가 다를까 국내 개통 1호인 강훈구씨가 말하는 구글 넥서스원의 매력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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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은 스펙보다 철학과 소프트웨어가 중요"

"둘 다 쓰면 안 될까요? 제겐 엄마가 좋으냐 아빠가 좋으냐 묻는 거랑 똑같아요."

구글폰 개통 뒤 강 대표는 아이폰과 비교해 어떤 게 더 나은가를 묻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때마다 그는 아이폰은 어디가 좋고 구글폰은 어디가 좋다는 식이다. 굳이 하나를 골라 달라는 기자의 우문에 대한 강 대표의 답도 마찬가지였다.
 
"흔히 새 휴대폰 나오면 스펙부터 따지는데, 하드웨어는 옴니아2에 뒤지지만 애플 소프트웨어 나쁘지 않아요. OS(운영체제) 만든 경험도 있고 오랜 기간 준비해서 안정화돼 있어요. 구글폰은 하드웨어 스펙도 좋고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회사여서 앞으로 귀추가 주목되고요.

굳이 비교하자면 구글과 애플은 철학적 개념이 달라요. 문제는 기기가 그 철학을 얼마나 잘 담아내고 사용자들이 잘 담아 쓰느냐에 달린 거죠. 기술은 점점 상향평준화될 수밖에 없어요. 애플도 차기 버전을 준비하고 있고 구글도 더 나은 폰을 내놓겠죠. 스펙 문제는 크지 않아요. PC CPU가 800MHz이건 1GHz건 쓰는 데 큰 불편을 못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구글이 대만 HTC와 손잡고 내놓은 첫 스마트폰인 넥서스원은 구글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최신 버전인 2.1을 탑재한 첫 번째 기기로도 큰 관심을 모았다. 이달 초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였지만 아직 현지 반응은 아이폰에 못 미치고 있다.

"구글이 전자제품 유통은 처음이어서 유통 정책에서 시행착오를 겪는 것 같아요. 애플은 PC를 납품해 봐서 노하우가 있었잖아요. 구글폰이 한국에 들어올 때쯤이면 통신사 합의 과정에서 더 나은 유통조직을 갖추지 않을까 싶어요."

"구글폰 덕에 박용만 회장과도 '트윗' 하는 사이"

국내 구글폰 넥서스원 첫 개통자인 강훈구 지니 대표.
 국내 구글폰 넥서스원 첫 개통자인 강훈구 지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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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폰 국내 개통 1호로 유명세를 치른 강 대표는 지난 1주일 남짓 구글폰 전도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새 트위터 팔로어(관심 등록자)도 100명 남짓에서 800여 명으로 훌쩍 늘었다. 강 대표도 이런 폭발적인 관심이 싫지 않은 눈치다. 일하는 틈틈이 구글폰 사용기와 동영상도 올리고 팔로어 질문에도 답하고 있다. 박용만 회장 역시 그 팔로어들 가운데 하나다.

"박용만 회장이 먼저 축하한다고 인사를 해왔어요. 방송을 통해 존경하고 있었는데 트위터를 통해 더 친근해졌어요."

강 대표 역시 한국형 트위터라 할 만한 '트윗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파랑새, 트윗kr(twtkr.com)처럼 미국 트위터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나눔과 소통'이란 우리 정서에 맞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8월 서울 강남 도곡동 오피스텔에 지니(www.ginnic.com)를 차렸고 직원도 12명에 이른다. 그가 아이폰과 구글폰 개통을 서두른 것도 남보다 한 발 앞서야 한다는 사업 마인드 때문이었다.

"우리 회사가 모바일 관련 회사여서 아이폰 위주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고 있었어요. 이번에 안드로이드 OS 기반으로도 준비하고 있어 넥서스원을 미리 경험해보고 싶었던 거죠. 도대체 소프트웨어가 강한 구글 서비스들이 넥서스원과 어떤 연계를 맺을까, 우리는 어떤 서비스를 지향해야 할까, 결국 직접 써보면서 느낄 수밖에 없거든요."


태그:#구글폰, #넥서스원, #안드로이드, #아이폰, #스마트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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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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