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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제고사를 반대한 교사에에게 중징계에 이어 강제전보 대상이라고 통보되면서 전남 고흥지역 주민들이 '반대서명운동' 전개 등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전교조 고흥지부장인 강복현 교사(고흥동초등학교)는 일제고사에 응하지 않고 문화유산 체험학습에 나섰다는 이유로 작년 7월 1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어 오는 3월 강제전보 대상에 포함돼 고흥에서 3시간 가량 걸리는 완도, 진도, 신안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통보를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고흥민주단체협의회(의장 임규상)를 중심으로 한 시민단체와 지역주민들이 지난 19일부터 주민들을 대상으로 '강제 전출 반대'서명을 받고 있다. 벌써 500명을 넘어섰고 이달 말까지 서명을 받아 도교육청에 전달할 예정이다.

 

강 교사는 전남지역에서 최하급지로 분류된 고흥에서 20여년을 보냈다. 지난 95년부터는 동료교사 및 뜻있는 지역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어린이날' 행사를 주도해 왔고 2005년부터는 '생태문화체험활동'을 추진해왔다. 또 한글을 모르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농업인센터의 한글학교 교사로 나서 자원봉사를 하는 등 지역의 공익적 활동 등에 헌신해왔다. 따라서 주민들은 강 교사의 강제전출을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이번 조치에 대해 강 교사는 "연가를 내고 체험학습에 다녀왔는데 결제를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지금까지 이런 이유로 징계를 받은 사례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임규상 의장도 "자기 출신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최하급지인 이곳에서 참교육 실현을 위해 헌신해왔다"며 "중징계에 이어 다른 곳으로 쫓아내는 것은 이중처벌 아니냐?"고 비판했다. 교육자치제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방침에 충실하려는 도교육청의 처사를 이해할 수 없다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번 강제전보 조치는 이중처벌 논란과 함께 형평성에도 어긋났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실례로 최근 광주광역시교육청은 시국선언에 가담한 교사들을 1개월 정직이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마찬가지로 강제전보 조치를 취해야 하지만 이들 징계교사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곳은 광산구 등의 일부 농촌지역 학교로 오히려 특수지 근무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탓에 선호하는 일반교사들이 줄을 서 있다는 점이다.

 

그래봤자 도심지역 자택에서 출퇴근이 가능한 근거리이지만, 징계교사들은 오히려 가산점을 받는 혜택(?)을 누리는 경우가 생긴다는 점에서 전남지역 징계교사들은 매우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다. 따라서 전남지역 교사들은 기회만 있으면 농어촌지역을 벗어나 대도시로 옮기려고 하는 것이 대세다.

 

이런 지역불평등을 염려한 임 의장은 "도시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한 농어촌지역 학교가 징계교사들의 강제전출지로 전락해 상대적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비리 및 비위에 의한 징계교사들까지 강제 전출되는 것은 농어촌지역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결국 최하급지인 고흥, 완도, 진도, 신안 등 농어촌지역 학교는 징계교사의 유배지(?)로 취급받아 열악한 교육환경을 더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헌법에서도 보장하는 교육평등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남도교육청 인사 담당자는 "규정상 중징계를 받으면 강제전보 조치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이다.

 

또 강 교사가 주장하듯 '결제를 받지 못한 연가'에 대해 그동안 처벌사례가 없었다면 이는 상급기관의 직무유기에도 해당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유독 전교조 징계교사에게만 이 '혐의'를 덮어 씌우는 것은 정부방침에 충실하려는 전남도교육청이 교육자치제 시행 이후에도 실질적인 '교육자치'를 외면해왔다는 증거로도 볼 수 있다는 것.

 

최근 법원은 '일제고사 반대, 체험학습 강행'보다 더 무거운(?) 시국선언을 주도한 전북지역 전교조 간부들에 대해 무죄판결(1심)을 내렸고 전북도교육청은 징계를 유보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아예 최종 판결까지 징계를 연기했다.

 

최근 국회에서는 교육자치의 주요근간인 각 시도교육위원 선출을 '정당명부제 비례대표'로 전환하기 위한 논의를 서두르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방자치와 교육자치는 동시에 시행됐지만 교육자치는 무시되고 시도교육청이 아직도 정부의 통제아래서 직속기관 노릇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흥지역 주민들은 아무리 규정이 있다 할지라도 오랫동안 최하급지에 머물며 지역사회에 대한 공헌이 크므로 정상참작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이다.

 

같은 최하급지에서 동급인 다른 최하급지로 전보시키는 것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태그:#강복현, #전교조고흥지부, #전라남도교육청, #고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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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에서 어용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하다 세월호사건 후 큰 충격을 받아 사표를 내고 향토사 발굴 및 책쓰기를 하고 있으며,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인생을 정리하는 자서전 전문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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