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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해를 맞아 '아기호랑이 전시'를 하고 있는 서울의 한 구청게시판이 들썩이고 있다.

 

서울 노원구청은 지난해 12월 23일부터 구청 로비에서 '동물의 왕국 호랑이 특별기획전'이란 주제로 전시회를 진행하고 있는데, 생후 8개월밖에 안 된 아기호랑이 '강호'와 '범호'를 유리상자에 넣어 다른 호랑이 관련 전시물과 전시하고 있다.

 

이런 '살아 있는' 호랑이 전시는 비단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9년 연말부터 부산롯데백화점을 필두로 광진롯데, 관악롯데백화점 등에서는 아기호랑이를 전시하는 행사를 연 바 있다. 당시 동물자유연대는 롯데백화점 본사 마케팅부서에 이를 규제하도록 요청하였으나 전시행사는 각 지점에서 결정하는 것이므로 본사로부터는 '다른 행사로 전환하도록 권유하겠다'는 답변만 들을 수 있었다.

 

백화점의 일시적 행사에서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부산롯데호텔의 페닌술라 레스토랑에는 1년 내내 전시되는 호랑이가 살고 있다. 부산롯데호텔 측은 호랑이해를 맞아 대대적인 이벤트 행사까지 연 바 있다.

 

10시 출근, 4시 퇴근 아기호랑이가 받는 스트레스

 

노원구청의 호랑이 전시가 더욱 이슈가 된 이유는 상업 목적의 사기업 행사가 아닌 관공서가 주도한 행사이고, 따라서 이 행사에 들어가는 돈은 모두 시민의 세금으로 충당된다는 점 때문이다. 노원구청에 전시되는 호랑이는 한 사설동물원에서 하루 65만 원에 대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호랑이들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 정도까지 구청 로비에 전시되고 아침저녁으로 운송되어 동물원으로 돌아간다. 이런 운송과정에서 청력 등 감각이 발달한 호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체크할 방법은 없다. 현재 동물보호법상 운송에 관한 조항이 있으나 이는 강제규정이 아니다. 운송과정에서 호랑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체크할 수도, 이를 어겼다고 해도 처벌할 수도 없다. 운송은 그저 동물원 관계자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

 

동물자유연대는 2009년 5월 부산롯데호텔 내 호랑이 전시 레스토랑에 대한 제보를 접한 뒤 롯데호텔 측에 이를 중단하도록 항의했으나 당시 레스토랑 관계자로부터 "법적으로 허가받은 것이니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1년 내내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야 하는 호랑이.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호랑이가 사기업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에서 사람들의 눈요깃감이 되어 살고 있는 것이 진정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일까.

 

허술한 전시동물에 대한 법규정

 

호랑이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서 규정한 멸종위기 야생동물이다. 협약에서는 종(Species)별 개체 수 및 멸종위험도에 따라 부속서 I, II, Ⅲ로 구분하여 거래기준 및 절차 등을 차별적으로 관리하고 있는데 호랑이는 부속서 I(상업적인 거래 전면 금지(코뿔소, 호랑이 등). 다만, 비상업적 목적 또는 인공사육 (재배)된 것 등의 경우에는 부속서Ⅱ로 간주)에 속하는 동물로 즉 상업적 거래가 전면으로 금지되어 있다. 그러나 이는 우리나라가 협약에 가입한 1993년부터 적용되는 것이고 그 이전에 수입되어 국내에서 번식된 호랑이는 예외에 속한다. 협약에서도 비상업적 목적 또는 인공사육(재배)된 것 등의 경우에는 부속서Ⅱ(수출국에서 발급한 수출허가서를 제출하여 수입허가(하마, 왕뱀, 카멜레온, 곰(일부종), 사향노루(일부 종) 등)로 간주되어 있다.

 

국제간 협약 'CITES'에 따라 국내에서 멸종위기 야생동물을 규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법은 야생동식물보호법이다. 기본적으로 야생동물식물법 14조는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의 포획채취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등록된 생물자원보전시설이나 생물자원관에서 관람용 전시용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경우는 예외에 속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동물원 등의 전시동물이 이에 속한다. 그런데 동물을 전시하는 데 있어 법적으로 어떤 시설규모까지 허용되고 있는 것일까. 좁은 유리상자 안에 갇힌 아기호랑이 두 마리는 아무 문제가 없는 것일까.

 

야생동식물보호법 시행규칙 제45조(생물자원보전시설의 등록)는 "①법 제35조제1항 본문에 따라 생물자원보전시설을 등록하고자 하는 자는 다음의 요건을 갖추어 별지 제41호서식의 생물자원보전시설 등록신청서를 환경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그 시설요건으로 표본보전시설의 경우 66㎡ 이상의 수장시설, 살아있는 생물자원 보전시설로는 '해당 야생동식물의 서식에 필요한 일정규모 이상의 시설'로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정 규모'라는 용어의 애매모호함이다. 과학적 객관적 기준이 없는 것이다.

 

즉 현행 야생동식물보호법에 따르면 일정한 규모의 시설과 1인 이상의 인력만 있으면 거의 모든 동물을 전시할 수 있다는 결론이다. '해당 종의 습성에 맞는 전시관인가'라는 점은 전혀 고려되지 않는다. 지난 5월 롯데호텔의 전시용 호랑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 당시 허가를 받은 지역환경청에 문의한 결과 '일정한 규모의 시설 기준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 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서류상 사진만 보고 대충(?) 허가해주는 셈이다.

 

현행 야생동물식물보호법에는 제한적이나마 실험동물과 농장동물, 반려동물을 고려한 조항들이 있다. 그러나 동물원, 동물쇼, 체험관에 동원되는 이른바 전시오락동물에 대한 규정은 없다. 이들은 야생동식물보호법상에서도 예외규정에 속한다. 즉 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이 대한민국에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동물체험관, 교육이 아닌 오락에 불과하다

 

현재 전국적엔 수많은 동물원들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과천 서울대공원의 경우 서울시의 지원을 받고 있으나 다른 지방동물원처럼 재정이 열악한 경우 동물의 상황은 더욱 열악할 수밖에 없다. 사설동물원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따라서 이런 동물원은 동물쇼를 통해 재정을 충당한다. 그런데 이 동물원들은 동물을 가까이서 직접 관찰하고 만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그리고 행사관계자들은 이것이 매우 교육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들이 주장하는 교육적 가치의 기준은 "가까이에서 동물을 직접 보고 관찰한다", 그 이외의 근거는 없다. 자연 상태에서 본래의 서식기준을 박탈당한 동물의 신체적 정신적 고통과 이를 관찰하는 아이들의 정서상의 영향 등은 애초에 고려 대상이 아니다. 아이들은 자연에서 온 동물을 보고 신기해하기 마련이다. 평상시에 자주 볼 수 없는 동물이라는 점은 더욱 매력적이다. 결국 교육적이라는 것은 아이들의 즐거움을 충족시켜 준다는 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이 내세우는 교육적 가치가 즐거움을 자극하는 것 그 이상이 아니라는 점은 매우 놀랍다. 따라서 이 경우 교육적 가치라는 용어는 부적절하다. 동물체험이라는 것은 결국 오락적 가치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다.

 

사육해도 동물의 야생성은 죽지 않는다

 

그들은 해당 동물이 자연으로부터 직접 포획해 온 것이 아니라 인간사회에서 번식 양육되었으니 문제가 없다는 논리를 편다. 이런 논리는 모피사육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육하는 농장주들의 말에서도 발견된다.

 

"야생에서 포획해와 생태계를 파괴한 것이 아니니 문제가 없다." - 2006년 3월15일 방송된 KBS <환경스페셜> '충격보고, 모피 동물의 죽음' 편에 나온 한 농장주의 말

 

당시 <환경스페셜>은 좁은 우리에서 이상행동을 보이는 중국 모피동물의 상황을 방영해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모피동물들은 자신의 살을 뜯는 이상행동을 보이다 산채로 껍질이 벗겨지는 고통을 겪으며 죽는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이 산업이 "문제가 있다"고 제기했다. 이런 문제제기는 야생동물의 이슈가 생태계 파괴의 영역을 넘어 야생동물의 사육과 복지, 산업의 이슈로 전환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야생동물의 전시와 오락화는 비단 우리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현재 싱가포르, 호주 등은 서커스를 금지하고 있다. 이 나라들에서 서커스 등 동물쇼가 금지되었던 것은 쇼에 이용되는 코끼리들이 사육과정에서 엄청난 학대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가족간 유대관계가 끈끈한 코끼리 무리를 몰살해 아기코끼리만 포획해 데려오는 과정도 잔혹하지만 이후 어린 코끼리의 야생성을 죽이기 위해 하는 훈련 역시 매우 가혹하다. 사육이 시작되었으니 야생동물이 아니라는 주장은 어불성설이다. 사육행위는 인간이 일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오랜 기간 인간사회에서 살고 있는 개의 경우도 늑대의 본성이 살아있다. 따라서 사육의 역사가 극히 짧은 전시 야생동물의 야생성은 전혀 죽지 않았으며 이들은 현재 인간이 일방적으로 만든 공간 안에 일방적으로 사육되고 있을 뿐이다.

 

 

2010년 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 포 애니멀 컨퍼런스(ASIA FOR ANIMALS CONFERENCE)'에서 타이의 Dr. Sumolya는 'Critical Key to the Improvement of Captive Thai Elephant Welfare'라는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야생코끼리의 포획이 줄면서 양육되고 있는 코끼리가 증가되고 있는 점을 문제 삼았다.

 

현행 타이법에 의해 주인은 이 동물들을 거래할 수 있고 그들의 의지에 따라 동물을 이용할 수 있다. 이렇게 양육된 동물들은 유명한 쇼 등에 이용되고 주인에게 경제적 이득을 주는 존재가 된다. 동물쇼는 주로 야생동물이 많이 살고 해외여행지로 각광을 받는 곳들에서 횡행하는데, 현지인들은 동물을 이용해 가난한 주머니를 채울 수 있다는 생각에 야생동물 산업에 뛰어들기도 한다.

 

그러나 이들 오락산업은 점차 거대 기업화되고 결국 가난한 현지인들은 많은 이익을 얻진 못하게 된다. 기업들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개인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 하지만 최근 인권, 생명존중, 에너지소비를 줄이는 여행을 하자는 취지의 공정여행 운동 안에 "동물을 학대하는 오락쇼 보러 가지 않기"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절대 교육적일 수 없는 유리상자 속 아기호랑이

 

노원구청장은 26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나와 "전시 행사가 아이들에게 교육적이며 호랑이가 민족에게 친숙한 동물이고 강북에 문화적 시설이 없어 자연사박물관을 유치하고자 하는 목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결국 전 세계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야생동물의 사육과 오락산업화를 문화적 시설마련을 위한 명분으로 삼자는 취지다. 국립자연사박물관의 건립은 우리나라의 문화와 과학발전, 교육을 위해 매우 중요한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건립추진 과정에 왜곡된 자연을 전시한 행사가 밑바탕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의 불명예로 남을 것이다. 

 

야생동물을 전시하고 오락화하는 과정을 규제하는 법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올바른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려는 시민들의 각성도 필요하다. 고작 2.5m의 유리상자에 갇힌 아기호랑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아름다운 지구에 대한 경외감을 가지도록 만들어 주지 못함은 명백하다.

 

문화는 어느 사회나 존재한다. 그 사회가  얼마나 자연을 아끼고 사랑하며 그 생태를 존중하고 있는가는 우리사회의 문화적 성숙도와도 연관된다. 문화에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태도가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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