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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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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은 "민주노동당 당원인 조합원은 없다"면서도 "경찰 수사명단을 확보해 자체 조사를 하겠다, 이런 것은 (조합원들의) 개별적 상황이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가 집단적으로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후원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하루도 바람 잘 날 없다. 지난해 9월 통합 및 민주노총 가입 이후 전국공무원노조가 걸어온 길은 그랬다. 마침 인터뷰 전날 경찰은 공무원노조와 전교조가 정치자금법을 위반했다는 혐의를 잡고 수사에 들어갔다.

26일 만난 양성윤 위원장은 잇따라 벌어진 경찰 수사와 징계,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 단호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이 무죄로 나오자 표적수사를 하는 것"이라면서 "들리는 말로는 경찰이 제 사생활도 조사한다더라"고 전했다. 양 위원장은 특히 "검찰총장 스스로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던 곁가지 조사, 별건 수사를 기획한 것 같다"고 성토했다.

앞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는 전날(25일) 경찰이 조합원들의 특정정당 가입과 당비납부 관련 출두요구서를 발부하는 등 조사에 나선 것에 대해 '공안당국의 악의적 별건 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날 '공무원노조, 전교조 말살책동 검·경 기획수사 규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간부들의 활동을 특정정당과 연계시켜 시국선언 자체를 정치활동으로 몰아가고자 하는 공안당국의 불순한 의도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올해 대한민국의 가장 큰 이슈는 6월 지방선거. 당장 행정 일선에서 뛰고 있는 공무원노조에게도 주요 현안이지만 '정치적 중립' 논란도 피해가야 한다. 양성윤 위원장은 '부정선거 신고센터'를 복안으로 내놓았다.

후보들의 움직임을 가장 많이 알고 있는 공무원들이 직접 단체장 후보들과 고위직 공무원들의 선거 중립을 감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고위직 공무원들이 단체장에 줄서기를 한다, 선거 끝날 때마다 승진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고 했다.

공무원노조위원장 사생활엔 뭐가 있을까

이미 두 차례 설립신고도 반려되는 등 공무원노조 자체 현안도 산적해 있다. 사무실이 폐쇄돼 일부 지부에서는 천막이나 차량에 사무실을 차린 상황이다. 노동부는 신고서를 반려하면서 공무원노조가 조합원 총회를 거쳐 규약을 제정하지 않았고, 규약에도 '정치적 지위 향상'이 들어있다는 이유를 댔다.

양 위원장은 "오는 2월 8~9일 총투표를 통해 규약을 제정하고 최대한 내용을 보완해서 다시 신고서를 제출한다"고 밝혔다. 이조차 반려되면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 장외투쟁으로는 조합원 5만명을 조직해 4월에 집회를 열 예정이다. 지난해 정부의 징계방침에 밀려 출범식을 연기한 뒤 처음으로 여는 대규모 집회다.

그러나 기존 투쟁방식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 그의 고민이다. 양성윤 위원장은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무원노조=불법단체'라는 정부 프레임을 깨고, '공무원=철밥통'이라는 국민정서도 바꿔야 한다.

그 방향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헌신'. 공무원노조는 오는 3월 '국민들에게 드리는 선언'에서 이같은 내용을 발표할 예정이다. 양 위원장은 "공무원은 일제 앞잡이였고 정권의 시녀였다"면서 "선배들이 했던 일을 반성하고 사회공공센터 등 지역과 함께하는 운동을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과의 인터뷰 일문일답 요약. 이 인터뷰는 26일 오전 11시 <오마이뉴스> 회의실에서 약 1시간 동안 진행됐다.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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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동당 가입 및 당비 납부 문제로 경찰이 수사에 들어갔다. 상황을 어떻게 보나.
"검찰총장 스스로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던 곁가지 조사, 별건 수사를 기획한 것 같다. 오늘 내일 중 (수사대상) 명단을 확보하고 자체 조사하겠다. 당원으로 활동하는 조합원은 없다. 이런 것은 개별적 상황인데 마치 (공무원노조 차원에서의) 집단적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 전교조 시국선언 교사들이 무죄로 나오자 어떻게든 만회해 보려고 표적 수사를 하는 것이다. 들리는 말로는 제 사생활까지 조사한다는데, 뭐가 나올지 모르겠다(웃음)."

- 올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 편에 선다"고 했고, "절대적 중립을 지키겠다"고도 했다.
"지부별로 부정선거 신고센터를 만들어 선거법 위반 신고를 받고 부정 사례를 폭로하겠다. 공무원들은 전체가 선거 사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후보들 움직임을 가장 많이 안다. 노조의 (감시) 활동만으로도 큰 제약이 있다.

선거 기간 동안 고위직 공무원들은 자신이 모시는 단체장에게 줄서기를 한다. 선거가 끝날 때마다 누가 도와줬다는 둥 말이 많고 승진인사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선거 기간 동안 자리 많이 비우는 국장은 문제 있는 것 아닌가."

- 진보·보수를 떠나서 지자체장이나 교육감이 가져야 할 기본적 자질은 무엇인가.
"단체장 임기 동안 공무원들이 재임을 위한 도구가 되는 일이 많다. 1회성 정치성 예산도 비일비재하다. 예를 들어 단체장이 진정 주민들을 위한다면 사회안전망을 만들어야 하는데, 실제로 보면 노인잔치나 장애인 체육대회를 주로 한다. 예전 막걸리선거처럼 지자체가 뭘 제공하지는 않겠지만, 단체장들이 사람들 만나서 표 얻는 데 관심이 많다. 주민들이 10명만 모이면 찾아간다."

선거기간 동안 자리 비우는 국장은 누구?

- 잘못된 정책에 대안을 제시하겠다고 했는데, 4대강사업·세종시 등 현안이 많다.
"4대강이나 세종시는 정치권이 많이 얘기하고 있고. 실제 필요한 것은 거기 퍼붓는 예산이다. 사회복지, 재래시장 현대화, 교육 등의 예산이 그쪽에 많이 흘러간다. 당장 저희 어머니만 해도 노인교통수당이 줄어들었다. 이런 내용을 계속 파악 중이고 3월에 밝힐 예정이다."

- 벌써 2차례 노조설립신고가 반려됐다. 2월 중순까지 새로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방침은 최대한 신고서를 보완한다는 것이다. 규약 제정을 (노동부 요구대로) 총회를 통해서 하되, 조합원들이 한 장소에서 모이는 게 아니라 오는 2월 8~9일 총투표로 할 예정이다. 규약 중에 '정치적 지위 향상'이라는 게 있는데, 이것도 (노동부 요구에 따라) 빠진다."

- 다음 제출이 마지막이라고 했다. 또 반려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바로 행정소송에 들어간다. 노동부 담당 직원들도 자신들이 질 것을 알고 전전긍긍한다. 그래도 신고서를 반려하면서 공무원노조를 불법으로 지속시키는 게 유리하다고 생각한다. 설립신고가 법에 맞는지가 문제가 아니라, (활동하지 못하도록) 시간을 버는 것이다."

- 양 위원장 개인의 해임 문제도 다음달 판가름난다. 어떻게 전망하나.
"해임이 유력하다. 노조 설립신고만 나면 직무대행 체제로 가려고 한다. 위원장 해임됐다고 해서 다시 보궐선거 한다면 제대로 투쟁할 수 있겠나."

- 정부는 강경일변도인데 노조 상황은 진퇴양난이다. 지난해 첫 대규모 집회부터 징계 위협에 무산됐다. 돌파구가 있나.
"고민이 많다. 정부는 공무원노조를 불법단체로 덧씌우고 사무실 폐쇄하고 간부 활동가 징계하는 구도로 가려고 한다. 사람들이 '공무원노조' 하면 '불법단체' 이렇게 떠오르는 형태로. 이 프레임을 못 깨면 힘들다.

장외에서는 4월 달에 대규모집회를 열 생각이다. 5만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분노를 하나로 끌어오는 계기가 될 것이고, 6월 지자체선거와 관련해 공무원들 목소리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보여줄 생각이다. 지난번 집회를 잠정연기하고 나서, 우리끼리 집회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 간부들 참석해서 자기 만족하는 집회는 안 하겠다. 소규모 집회를 수세적으로 의무적으로 해선 안 된다."  

- 최근 현장조직을 순회했는데 분위기는 어떠한가. 이탈 흐름은 멈춘 것인가.
"봄은 사람을 들뜨게 만든다. 그 마음이 분노로 표출될 것이다. '노동부가 설립신고 받아주겠느냐, 싸우자'는 동지들과 '조직 사수와 보호가 최우선이다, 설립신고를 요구하자'는 동지들이 혼재해 있다. 빨리 종지부를 찍고 우리 갈 길을 가야 한다.

현장에서는 구 전국공무원노조들이 불법단체화 되어 천막을 치고 지부장 차에 플래카드 걸어 사무실로 쓰기도 한다. 그래도 현장 간부들이 잘 막고 있고 조합원 이탈은 없다."

2월 설립신고서 제출-3월 '국민에게 드리는 선언'-4월 대규모 집회

양성윤 전국공무원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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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공무원노조에 대한 국민 정서는 비호감이다. 여론을 설득할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전교조' 하면 촌지 거부가 떠오르는데, '공무원노조' 하면 공직사회 개혁? 부정부패 척결? 딱 연결되는 게 없다. 역사적으로 공무원은 일제 앞잡이였고 부정선거에서 정권의 시녀였다. 게다가 노조에 대해서도 편견이 있다. 그러니까 공무원노조는 철밥통에 더플백을 멘 것이다(웃음).

실험이 필요하다. 선배들이 했던 일을 반성하고 사회적 약자를 위해 헌신해야 한다. 사회공공센터를 만드는 등 지역사회와 함께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일본의 자치노조는 핵심 사업이 지역 싱크탱크라고 하더라. 시민단체나 주민들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만들고 조례 개정도 한다. 이런 내용들을 담아서 오는 3월 '국민들에게 드리는 선언'을 준비 중이다."

- 지난해 민주노총에서 유일한 희소식이 공무원노조 가입이었다. 그러나 최근 지도부 선거가 다시 정파 구도로 내홍을 겪으면서 '차라리 선거 무산이 낫다'는 말도 나온다. 주요 산별노조로서 어떻게 보나.
"'민주노조 위기'를 말하는 이 시기에 지도부 선거가 경선이나 정파로 가선 안 된다는 자성이 있었고, 산별대표자회의에서도 '통합 지도부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 결과적으로는 통합 논의가 잘되지 않았지만 차선이라고 생각한다. 28일 (대의원대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되어야 한다. 대신 새 지도부는 비판적 시각과 하나 된 생각을 가져야겠다. 이걸 극복 못하면…희망을 말할 수 없다."

- 해임 바로 다음날 부인이 대형마트 비정규직으로 취업했다고 들었다.
"해임은 담담하다. 저들의 카드가 뻔하기 때문에 예상한 일이다. 지난 2005년에 ('이명박 서울시장 직원 강제교육 반대집회' 문제로) 해임됐을 때, 아내가 마트에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에 또 해임되자 활동해야겠다고... 주3일 파트타임이다. 언젠가 이걸 갚아야지. 중2짜리 아들한테 '교도소 갈 수도 있다'고 했더니 '아빠가 결정해야 한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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