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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예능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 청춘불패에 고정출연하는 아이돌 그룹 최근 예능에서는 아이돌 그룹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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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연예계는 그야말로 아이돌 천하다. 가요와 예능, 드라마의 경계를 자유자재로 뛰어 넘는 그들의 활약은 2009년 연예계 최고의 키워드 중 하나였다.

소녀시대, 원더걸스, 카라, 포미닛, 에프터스쿨, 티아라 등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걸그룹들과 슈퍼주니어, 빅뱅, SS501, 유키스, 비스트 등 이르는 보이그룹들까지. 2010년에도 대형 기획사에 의한 신인 아이돌 그룹 발굴은 계속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아이돌 그룹은 어떻게 진화해 왔는가? 그 발단은 역시 서태지와 아이들이다. 흔히들 한국 가요계의 역사는 서태지와 아이들 등장 전후로 나눠진다는 얘기를 한다.

기존 음악의 틀을 깨고 혁명적인 춤과 댄스 음악을 선보인 서태지와 아이들. 92년 데뷔 앨범 180만장 판매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운 그들은 2집 220만, 3집 130만, 4집 180만장의 연이은 대박행진을 계속하며 한국 가요계 역사상 최고 인기그룹으로 입지를 확고히 했다.

그들의 앨범은 모두 대한민국 100대 명반에 선정되며 가요계를 한 단계 발전시켰다고 평가받는다. 동시에 이 시대 음악평론가들로부터 현재 아이돌 그룹의 시초라는 상징성도 부여받았다.

이들을 필두로 4인조 댄스 그룹 노이즈, 남성 2인조 그룹 듀스는 90년대 초반 가장 인기있던 아이돌 그룹으로 꼽힌다. 90년대 중반에는 국내에 R&B를 대중화시켰다고 평가받는 솔리드와 레이브 음악을 선보였던 R.ef, 악동 그룹 DJ DOC, 혼성 그룹 룰라가 가요계의 4대 천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이 때까지만 해도 기획사의 규모가 현재보다 훨씬 작았던 터라 그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자체 기획사를 차린 바 있고, 솔리드를 기억하는 사람들 중에서도 그들의 소속사인 서인기획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은 것은 그만큼 지금 시대만큼의 대형기획사는 존재하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또한 당시만 해도 가수들이 쇼오락 프로그램에 간간히 등장하긴 했지만, 연기 데뷔를 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할 시대였다. 공채 출신 연기자들이 아니면 연기자 데뷔가 거의 불가능했으며 가수들은 본업에 충실해야만 했다. 가요계가 호황이었던 당시에는 굳이 가수가 연기를 병행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됐던 이유도 있었다.

96년 서태지와 아이들의 돌연해체 후 그 맥을 이어받은 그룹은 H.O.T였다. H.O.T는 대형 기획사에 의해 철저히 기획된 아이돌 그룹이었다. 이전 서태지와 아이들과 몇몇 그룹들이 아이돌 그룹의 모티브를 제공했다면, 사실상 진정한 의미의 아이돌 그룹은 H.O.T였다. 대형 기획사 SM은 희대의 아이돌 그룹 H.O.T와 S.E.S, 신화를 잇따라 탄생 시키며 가요계를 장악했다.

이에 맞서 대성기획(현 DSP)은 젝스키스와 핑클을 발굴하며 SM의 독주체제에 제동을 걸었다. 또 J.Y.P사단의 시초격이고 최대 성공작으로 평가받는 G.O.D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2001년 3사 방송사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베이비 복스, 샵, 영턱스 클럽, 지누션 등 아이돌 그룹들이 진정한 의미의 아이돌 그룹 1세대로 평가받는다. 이 중 지누션은 현 3대 기획사 중 하나로 평가받는 양현석 사장의 Y.G 출신으로 유명하다. 지누션은 상당한 인기를 누리며 Y.G의 발전을 도모했던 대표적인 그룹이었다.

90년대 후반 등장했던 아이돌 그룹들이 5년을 넘지 못하고 대부분 해체하며 2000년대 초반은 솔로 가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건재했던 김건모와 조성모, 장나라, 이효리, 이수영 등이 연말 시상식을 그들만의 잔치로 장식했다.

SM은 이후 동방신기를 탄생시켰다. 동방신기는 2000년대 중반 아이돌 그룹들이 주춤할 당시 최고 인기를 누리며 독보적인 그룹으로 평가받았다. J.Y.P사단은 월드스타 비를 탄생시키며 이에 맞대응 했다.

이어 J.Y.P사단은 2007년 원더걸스'Tell me'를 히트 시키며으로 걸그룹과 후크송 트렌드를 가요계에 몰고 왔다. 2000년대 후반을 시작하는 때 기점으로 소녀시대, 이어 카라 등 막강 걸그룹들이 양산됐고 빅뱅이 남자 아이돌 그룹의 계보를 이었다. 이들보다 먼저인 2005년에 데뷔했지만 2009년이 되어서야 대박을 터뜨린 슈퍼주니어도 남자 아이돌 그룹의 대표격이다.  

현재 아이돌 그룹들은 과거의 아이돌 그룹들과 다른 특징을 지닌다. 그룹 멤버의 수가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90년대 초중반 그룹들보다 비주얼에서 진화됐다. 또 다재다능한 끼를 통해 가요, 예능, 드라마에서 발군의 활약을 보이며 연예계를 평정하고 있다.

그러나 요즘 아이돌 그룹과 기획사들의 행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가요계 불황도 하나의 이유가 되겠지만, 음악의 다양성이 현저하게 감소했다. 아이돌 그룹의 음악은 후크송 일색으로 현재 히트하는 거의 모든 곡들이 이 후크송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브아걸의 어쩌다, 원더걸스의 Nobody, 소녀시대의 GEE, 슈퍼주니어의 쏘리쏘리 등을 들 수 있다. 이들이 과거 아이돌 그룹들과는 달리 발라드를 거의 부르지 않고 가벼운 댄스만을 고집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또 과거 서태지, 이현도, 정재윤, 이하늘 등과 같은 유능한 싱어송 라이터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빅뱅의 G-드래곤은 작곡을 하긴 했지만 표절시비 논란을 일으켰다. 아이돌 그룹의 춤도 과거 이주노의 브레이크 댄스, 장우혁의 팝핀 등과 같은 화려한 퍼포먼스보다는 골반을 좌우로 흔들거나, 손을 비비거나 하는 율동 수준의 춤들만 난무하고 있다.

대중적이긴 하지만 전설의 댄서 이주노가"내가 활동하던 당시에는 미군방송이 춤을 접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을 만큼 춤을 배우기 어려웠지만, 현재는 인터넷이나 학원에서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을 감안하면 과연 가요계에 춤의 발전이 이뤄진 것인가에 대한 부분도 회의적이다.

한편, 보컬 트레이닝을 다 마치지도 않은 미완의 가수가 등장하기도 하고 가창력 논란이 일었던 가수도 더러 있을 만큼 가창력에서도 과거 가수들보다 결코 뛰어나지 않다는 평이다. 최근 기계음이 주를 이룬 곡도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을 증폭시킨다.

아이돌 가수들이 TV에 등장하면 노래보다 그 가수의 개인기를 묻는 방송이 태반이고 걸그룹의 경우 노출을 심화시켜 자극성을 극대화 시킨다. 가수가 기획사의 말 한마디에 좌지우지되어 정작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이나 춤을 못하는 경우도 많다.

아이돌 그룹은 양적으로, 비주얼 적인 면에서 점점 진화하는 추세지만 과연 질적인 진화가 많이 이뤄졌느냐에 대한 물음에는 그 누구도 쉽게 답할 수 없어 보인다. 향후 아이돌 그룹들이 단순한 인기 스타가 아닌 진정한 팬들의'우상'으로 거듭날 수 있을이지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데일리안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아이돌 그룹, #예능, #소녀시대, #서태지와 아이들, #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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