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사건건 스틸컷

▲ 사사건건 스틸컷 ⓒ 이노디스

영화 <사사건건>은 특별한 작품이다. 단편독립영화 네 편이 묶여 하나의 장편영화로 구성된 옴니버스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산책가>, <아들의 여자>, <남매의 집>, <잠복근무>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 작품마다 감독들의 영화에 대한 시선과 연출의도에 따라서 완전히 다른 맛을 풍기기 때문에 단편독립영화를 즐기는 관객들이라면 충분한 재미를 느낄 가능성이 높은 작품이다.

 

리뷰어 개인적으로 단편영화 감독들은 아직 프로가 아닌 프로가 되기 위한 준비단계에 있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쉽게 말해서 이후 대중적인 코드를 가진 감독이 되든 혹은 예술성이 가미된 작가주의 감독이 되든, 단편영화를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관객들에게 선보이고 자신의 영화영역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내놓는 산물이라 생각한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분명 <사사건건>에 나오는 네 작품들은 극장에서 충분히 상영할 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는 단편영화들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을 리뷰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영화 순서대로 글을 작성해 보고자 한다. 꼭 독립영화 혹은 단편영화라고 해서 감독 개인만 알 수 있는 상징적인 기호나 영상 혹은 대사 등으로 모든 것을 처리할 필요가 없다 생각한다. 영화란 대중들이 바라봐주지 않으면 이미 그 작품이 어떤 장르가 되었던 그리고 어떤 감독이 연출했던 사실상 소수만 아는 어떤 집단의 전유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으면서 대중에게 사랑 받을 것 같은 작품 순서대로 리뷰를 진행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이 순서는 순전히 리뷰어 개인의 기호와 취미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이 영화를 관람한 분들과 생각이 완전히 다를 수 있다. 그만큼 이 작품에 포함된 네 편의 단편들은 관객들 기호에 따라서 극과 극의 평가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

 

리뷰어 개인적으로 가장 재미있었던 작품은 맨 마지막에 나온 이정욱 감독의 <잠복근무>다. 이 작품은 모든 관객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코미디영화다. 이제 막 형사가 된 하태주(고창환)가 범인을 잡기 위해 "잠복근무"를 하면서 발생하는 이야기들을 상당히 코믹하게 엮어 놓았다.

 

특히 번데기 장사로 위장해서 잠복근무를 해야 하는 하태주에게 동창들이 나타나면서 이야기가 꼬여가는 부분이 상당한 웃음을 선사한다. 동창들에게 자신이 형사임을 말하지 못하는 하태주와 동창들 사이에 발생하는 이야기가 상당히 재미있게 엮여 있기 때문이다. 단편영화는 어렵고 난해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잠복근무>는 가벼우면서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사사건건 스틸컷

▲ 사사건건 스틸컷 ⓒ 이노디스

 

두 번째로 좋았던 작품은 조성희 감독의 <남매의 집>이다. 이 작품은 한국에서 사랑 받지 못하는 공포스릴러장르 영화다. 이야기는 상당히 흥미롭게 진행된다. 특히 이 작품은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한 경력이 있는 만큼 작품 완성도 역시 상당히 높다. 이 작품에서 보여준 가능성 때문에 앞으로 조성희 감독이 어떤 연출가로 커 갈 것인지 벌써부터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다.

 

<남매의 집>은 반 지하에서 살아가고 있는 남매들의 집에 정체를 알 수 없는 방문자들이 나타나면서 시작된다. 이 방문자들은 조용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던 두 남매의 삶을 완전히 공포로 물들인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공포는 인간이 가진 이기심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악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확실히 보여준다. 그뿐만 아니라 영화에서 보여준 뛰어난 미장센은 이 작품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는지 직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단편영화임에도 웬만한 장편영화 완성도 부럽지 않을 정도다.

 

세 번째로 좋았던 작품은 홍성훈 감독의 <아들의 여자>다. 이 작품은 군대에 간 아들의 여자 친구가 찾아와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자신과 함께 병원에 동행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 이 작품 제목을 접했을 때 불륜 소재의 단편영화가 아닌지 고민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 보여준 것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상 속 이야기를 담담하게 담아내고 있다. 분명 우리가 자주 볼 수 있는 현실은 아니지만 실제  일어날 수 있는 소재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묻는 것처럼 보인다. 과연 나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분명 쉽지 않은 대답일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선택하게 되는 결과 역시 극중 아버지처럼 잔인한 현실이 될지 모른다.

 

마지막으로 김영근, 김예영 감독의 <산책가>는 리뷰어 개인적으로 상당히 난해한 작품이었다. 물론 다른 작품들 역시 어려운 부분이 있었지만 이 작품은 특히 더 그랬다. <산책가>는 시각장애인 영광(황영광)이 병원에 있는 누나를 위해 촉지도를 만들면서 시작된다. 이들은 실제 산책이나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상상만으로 세상을 여행한다.

 

이런 여행과정에 여러 가지 기법들이 영화에 등장한다. 이런 기법들은 시각장애인 영광이 보는 세상을 영상으로 나타내기 위한 것이다. 특히 이 작품에서는 점토를 이용한 배경과 상상의 장면을 애니메이션으로 처리하는 등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실사 영화에 다양한 실험을 해보면서 단편영화가 가지고 있는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사사건건>은 상업적인 영화와 비교했을 때 분명 약점이 있는 영화다. 하지만 조금만 눈높이를 프로가 되기 위해 준비하는 감독들이란 소스에 맞춘다면 충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단편 네 편 모두 아직은 프로가 아니지만 언젠가 좋은 감독으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감독들임을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미래에 한국영화의 거장이 될지도 모르는 감독들 영화를 한 작품에서 모두 즐길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또 다른 즐거움임에 틀림없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2010.01.23 15:52 ⓒ 2010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http://www.moviejoy.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사사건건 잠복근무 남매의 집 아들의 여자 산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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