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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정치운동을 표방한 희망과 대안, 민주넷은 정당의 연합정치 핵심 관계자를 초청해 '연합정치의 구체적 길을 묻다' 토론회를 주최한다. 토론은 <오마이뉴스>와 <경향신문>, <한겨레>, <프레시안>, <칼라TV>, <커널뉴스>가 공동 주관하며 첫 토론자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다. 이어 ▲ 조승수 진보신당 원내대표(19일) ▲ 이정희 민주노동당 정책위원장(20일) ▲ 이미경 민주당 사무총장(21일) ▲ 김서진 창조한국당 최고위원(22일)이 각각 토론자로 참여한다. <편집자말>

"연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인식이 없으면 민주당은 연대 안 한다. 그렇지만 연대를 구걸하지도, 애원하지도 않으려니와 강요하지도 않을 것이다. 민주당이 연대가 유리하다고 인식하도록 하는 게 목표다."

 

6월 지방선거에서 무엇을 기반으로 어떻게 연대할 것인가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17일 창당대회를 마친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18일 토론의 마당에 나왔다.

 

전날 창당대회를 마치고 밤늦도록 '음주가무'를 즐긴 덕에 컨디션이 썩 좋지 않다는 유 전 장관은 토론 출발부터 '연합정치의 2대 목표, 5대 원칙, 방법과 절차의 4단계론'을 제시했다. 시험 전날 공부를 하나도 안 했다고 엄살 부리고 100점 맞는 우등생처럼 그는 이 토론을 위해 많이 준비한 눈치였다.

 

연합정치의 2대 목표, 5대 원칙, 4대 절차론 제시

 

일단 그가 제시한 이번 지방선거 연대의 두 가지 목표는 ▲ 2010년 지방권력 교체를 통해 더 좋은 권력을 마련하는 것과 ▲ 2012년 중앙권력 교체를 위한 진보세력 연대다. 유 전 장관은 이를 위해 무엇보다 원칙 있는 선거연대가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제시한 연대의 5가지 원칙은 ▲ 첫째, 차이를 인정하고 공통의 지향을 찾으며, 그 출발은 정책연대 ▲ 둘째, 기득권 인정 ▲ 셋째, 기회균등(이익 배분 시 소수파 우선 배려) ▲ 넷째, 승리할 수 있는 대안 중시 ▲ 다섯째, 선거를 함께했으면 지방정부도 공동 운영하는 것이다.

 

그는 연대의 방법과 절차로 ▲ 5+알파의 정책연대 ▲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가능성이 높은 지역부터 후보단일화 추진 ▲ 광역단체장 이외의 인사에서 정무직까지 인적 참여통로 개방 ▲ 연합정치 약속을 바탕으로 선대위를 공동 구성하고 공동선거운동을 한다는 4단계를 제시했다.

 

무엇보다 유 전 장관은 "선거 뒤에 그냥 흩어지는 게 아니라 진보개혁진영이 2012년 총·대선에서 새롭게 국가운영을 맡겠다고 선언하는 절차까지 수반돼야 한다"며 "선거가 끝나면 백서를 작성하고 평가토론을 조직해서 지방선거의 한계와 문제점, 발전방안을 함께 이야기하는 '총·대선 연대를 위한 상설협의기구'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2년간 준비해서 2012년에는 대한민국 운영을 다시 맡겠다는 대국민 선언까지 염두에 두고 진지하게 연대를 추진하자는 제안이다.

 

유 전 장관은 이번 선거를 앞두고 연합정치를 강조하는 이유에 대해 "진보개혁진영 중 그 어느 정파도 혼자서는 한나라당이라는 거대정당을 상대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진보개혁 정파들이 단독 집권할 수 있게 되면 연대·연합 소리는 나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우리가 5+알파 정책연합 근거로 선거연합하자는 건 헌정사상 처음 있는 일이나 다름없다"며 "지방선거가 연합정치 하기 좋은 것은 한미FTA나 해외파병 등 대외이슈가 지방선거와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남자들끼리, 여자들끼리 또는 남녀 간 연정을 쌓을 때도 서로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해해야 감정이 싹튼다"면서도 "그렇다고 해서 그 어떤 연합도 구걸하지 않을 것이고 타인에게 강요해서도 안 된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연합정치는 서로 필요해서 하는 것이고 연대·연합에 응하지 않는다고 해서 나쁘다고 욕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구걸하지 말고 쿨하게 연대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연합정치는 서로 정파적 이익을 얻고 국민에게 이익이 오는 걸 찾자는 것"이라며 "자선사업하자는 것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그러면서 "너무 욕심 부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아주 이상적인 목표를 최대주의로 걸어놓고 이에 못 미치면 모두 나쁜 것으로 보는 것은 하지 말자"고 당부했다. 유 전 장관은 60~70점은 빵점이 아니니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로 몰아넣지 말자고 덧붙였다.

 

"민주당 호남 기득권은 인정 못해"

 

그는 또 자신이 밝힌 '민주당 기득권 인정론'과 관련해 "서울경기에서 민주당이 압도적 지지율을 얻는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며 "정당들이 경쟁하는 가운데 민주당이 좀 더 잘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전 장관은 "호남 지역의 독점적 기득권은 인정 못하겠다"며 "한나라당의 당선이 어려운 지역에서 가진 기득권은 부당하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민주당의 역사가 깊고 과거 국정운영 경험도 있으며 현 정권에 대한 투쟁의 선두에 서 있다는 걸 부정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특정 지역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것에 대해서는 경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호남 공천은 제 정파가 연합해서 민주당과 싸우는 게 맞다"며 "호남에서는 한나라당의 당선가능성이 없기 때문에 진보 마이너 정당들이 연합해서 독점적 시장지배자와 맞붙어 민주당의 일당지배 아성에 도전해보자"고 주장했다.

 

특히 유 전 장관은 "선거연합에 참여하는 그 어떤 주체도 엄밀히 합의된 규칙을 배신하면 심판을 받도록 해야 한다"며 "이 메커니즘이 살아 있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합정치를 배신하면 유권자가 심판할 수 있도록 투명성이 있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난해 10월 재보궐 선거 당시 안산상록을에서 민주당과 다른 야당들의 협상이 매끄럽게 이뤄지지 않은 이유와 관련해서는 "어느 한쪽이 독자적으로 이길 수 있는 곳에선 단일화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유 전 장관은 안산상록을의 경험이 ▲ 다 모여도 민주당 후보를 위협할 수 없는 진보정당들의 무력함과 ▲ 민주당의 개념 없음을 보여준 선거였고, 연합도 아무렇게나 하는 게 아니라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려줬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은 관성으로 치른 선거였고, 여타의 진보 성향 야당들은 실력 없이 치른 선거였다는 것이다.

 

유 전 장관은 "2012년 총·대선에서도 안산상록을과 같은 환경이 조성되면 연합정치는 반드시 실패한다"며 "연대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절박한 인식이 없으면 민주당은 연대 안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민주당에 연대를 구걸하지도 애원하지도 않으려니와 강요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민주당이 연대에 유리하다고 인식할 수 있게끔 하는 게 목표"라고 전하기도 했다.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나오긴 해도 도토리 키 재기"

 

서울시장 출마와 관련해 유 전 장관은 "당의 입장에서는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가 선거에 나가주면 인지도나 호감도가 올라가니까 신생정당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결정은 당과 당원들이 내릴 것"이라며 "그때까지는 개인 생각을 정하지 말고, 제가 할 수 있는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어 그는 "구구절절 변명 같고 거짓말하는 것 같지만 그게 진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박창식 <한겨레> 논설위원은 이날 여론조사를 하면 차세대 대선주자 가운데 야권의 유력 후보로 유 전 장관이 많이 꼽히지만 또 안티도 많다면서 그 배경이 무엇인지 물었다. 이에 대해 유 전 장관은 "지지율이 좀 나오긴 해도 도토리 키 재기"라며 "큰 의미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가 "참여정부 시절에는 방어할 게 많았고 날을 세워야 할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꼭 그렇게 할 필요가 없다"며 "한마디로 기가 죽었고, 기가 죽어서 다니니까 사람들이 옛날보다는 덜 미워한다"고 말하자, 좌중이 폭소를 터뜨리기도 했다.

 

지방선거 전망과 관련해서는 "객관적 기준은 모르겠지만 현재 한나라당 소속 단체장이 있는 곳에서 한나라당이 떨어지면 야권이 이긴 선거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방선거에서 야권연대를 잘하면, 여론조사에서 한나라당이 15% 이상 앞서지 못하면 모두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 전 장관은 "연대의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렸다"면서 "정치인들이 대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연대는 반드시 이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참여정부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한편, 이날 유 전 장관은 노무현 정부의 검찰개혁이 실패했음을 자인했다. 시사평론가 김용민씨가 "(국민)참여당이 집권하면 검찰의 수사권 독립을 그대로 놔둘 것이냐"고 묻자, 그는 "참여정부가 검찰개혁을 위해 ▲ 공판중심주의 ▲ 검경수사권 조정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등 3대 과제를 내걸었지만, 이 중 공판중심주의만 됐고 나머지는 제대로 안 됐다"고 반성했다.

 

이어 유 전 장관은 "참여정부에서 검찰은 무소불위로 임기 내내 청와대와 대통령을 공격했다"며 "정권이 교체된 뒤에는 검찰의 독립성을 내팽개치고 권력의 앞잡이로 나섰다"고 비판했다.

 

유 전 장관은 "결과적으로 참여정부의 검찰 개혁은 실패한 셈"이라며 "나머지는 앞으로 해나가야 할 과제"라고 밝혔다.

 

이날 토론에는 유 전 장관의 팬클럽 회원들이 직접 참여하는 등 열띤 분위기가 연출됐다. 또한 유 전 장관은 이날 토론회 직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토론 끝나고 밥 먹으러 가려고 한다"며 "오늘 언성이 높아진 대목 때문에 급 후회 중…"이라는 코멘트를 남겼다.

 

연합정치 연속토론 두 번째 토론자는 조승수 진보신당 원내대표이며 이 토론 역시 19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 30분까지 90분간 <오마이뉴스>, <한겨레>, <칼라TV>, <프레시안> 등을 통해 공동 생중계된다.

 


태그:#유시민, #지방선거, #연합정치, #참여정부, #국민참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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