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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증권 매각 비리' 사건으로 기소돼 항소심에서 '봉하대군'이라며 호된 질타를 받았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친형 건평(68)씨에게 징역 2년6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14일 농협이 세종증권을 인수토록 알선한 대가로 수십 억 원을 받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기소된 건평씨에 대한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 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범죄사실에 따르면 노씨는 2005년 초 김해시 진영읍 자신의 집에서 고향 후배인 정광용(56)씨를 통해 세종캐피탈 홍기옥 사장을 소개받았다. 이 자리에서 홍 사장은 "세종캐피탈 자회사인 세종증권(현 NH투자증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데, 농협중앙회에서 인수하려 하니 농협중앙회 정대근 회장에게 부탁해 인수를 도와달라"는 부탁을 했다.

정대근 회장과 친분이 있던 노씨는 정 회장에게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힘써 달라"고 수차례 청탁했고, 그 대가로 홍 사장으로부터 5억 원을 받았다. 또한 인수계약이 체결된 이후인 2006년 2월에는 세종캐피탈로부터 성과급 명목으로 50억 원에서 세금 등을 공제한 29억 6300만 원을 받았다.

결국 노씨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알선수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고, 1심인 서울중앙지법 제22형사부(재판장 이규진 부장판사)는 지난해 5월 노씨에게 징역 4년과 추징금 5억 7440만 원을 선고했다.

또 노씨와 함께 구속 기소된 브로커 정화삼(62)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추징금 5억 6560만 원이, 그의 동생 정광용씨에게는 징역 3년에 추징금 11억 9040만 원이 선고됐다. 아울러 이들이 범죄 수익으로 마련한 김해 상가는 몰수됐다.

재판부는 "피고인 노씨는 대우건설 사장과 관련된 인사 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범행으로 유죄를 선고받아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재차 현직 대통령의 형이라는 특수한 지위와 영향력을 이용해 홍기옥의 부탁을 받고 농협중앙회 회장에게 세종증권 매수를 청탁하고 그 대라고 공범들과 함께 23억 5040만 원의 거액의 대가를 받은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또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피고인 정광용에게 자신에게 돈을 준 적이 없다는 취지의 허위 확인서를 작성하게 한 점 등을 고려하면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노블리스 오블리주엔 애초부터 관심 없고 '봉하대군' 역할 즐겨"

노씨는 항소심에서 1심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받았으나, 재판부로부터 대통령의 친형으로 노블리스 오블리주를 실천하지 못한 따끔한 훈계를 들어야 했다. 서울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조병현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1심 형량보다 낮춰 노씨에게 징역 2년6월에 추징금 3억 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알선수재는 당시 현직 대통령의 형이던 피고인이 오랜 지인인 농협중앙회장 정대근과 농협중앙회의 세종증권 인수를 반대하던 농림부 공무원에게 각종 영향력을 행사해 결국 농협중앙회가 세종증권을 인수하도록 알선하고, 그 대가로 공범들로부터 알선의뢰자인 세종캐피탈 측으로부터 23억 7040만 원이라는 엄청난 금품을 수수한 전형적인 권력형 비리 사건"이라고 밝혔다.

이어 "당초 500억 내지 600억 원에 매각하려던 세종증권은 매각과정에 피고인을 비롯한 여러 세력이 개입해 인수가액이 1100억 원까지 상승함으로써 세종캐피탈 측에 뜻하지 않은 엄청난 수익까지 안겨줬으며, 그 수익 중 상당 부분은 피고인 등에 대한 알선 대가와 농협중앙회 임직원에 대한 뇌물로 제공됐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처럼 세종캐피탈 측의 노회한 상술과 피고인들을 비롯한 관계인들의 추악한 탐욕이 얽히고설킨 데서 풍겨 나온 악취가 너무나 지독한 나머지 수사기관의 수사를 피할 수 없을 지경에 이른 것이지, 일각에서 주장하듯이 권력형 비리 수사의 단초를 열 목적으로 착수된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특히 "피고인은 평범한 세무공무원으로 출발해 동생을 대통령으로 만든 이른바 로열패밀리가 됐으나, 당연히 갖춰야 할 노블리스 오블리주(도덕적 의무)에는 애초부터 관심이 없었고, 돈 있는 사람들로부터 돈을 거둬 공직후보자들에게 선거자금으로 나누어 주는 이른바 '봉하대군' 역할을 즐겨왔다"고 질타했다. 봉하는 고 노무현 대통령의 고향.

재판부는 "피고인은 3억 원을 받은 뒤에도 공범들에게 돈을 더 가져오라고 닦달하는 것도 모자라, 세종캐피탈 회장을 찾아가 내 돈을 내놓으라고 호통친 사실만 보더라도, 피고인이 가장 무거운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도 노씨에게 '씁쓸한' 관용을 베풀었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이 그토록 자랑스러워했고 언필칭(말할 때마다) 내가 키웠노라고 큰소리쳤던 동생이 자살해 피고인은 이제 해가 떨어지면 동네 사람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 뒤 신세 한탄이나 할 수밖에 없는 초라한 시골 늙은이의 외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심이 징역 4년을 선고한 데는 당시 아직도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던 전직 대통령의 형이라는 점이 가중요소로 작용한 점을 부인하기 어려우므로, 이제 동생을 죽게 만든 못난 형의 신세로 전락한 피고인에 대해 가중적 양형 인자를 벗겨주는 것이 상당하고, 게다가 고령이고 정신적·육체적으로 건강이 좋지 않은 점을 참작해 감경한다"고 덧붙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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