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반전도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서울시청의 임오경 감독은 공격이 뜻대로 풀리지 않자 수비 전담으로 기용하던 강지혜마저 공격에 가담시켰지만 삼척시청의 높은 수비벽은 좀처럼 흐트러지지 않았다. 그로 인해 조급한 마음을 먹은 선수들은 어이없는 패스 실수를 여러 차례 저지르고 말았다. 거기서 한계가 드러난 것이었다.

이계청 감독이 이끄는 삼척시청은 7일 저녁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에서 벌어진 2010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B조 서울시청과의 두번째 경기에서 후반전 수비 집중력을 높이며 27-17(전반 11-8)로 완승을 거두고 단독 1위(2승, 51득점 38실점)로 떠올랐다.

"머리 위로 손을!"

코트에서 뛰는 선수들은 짧게는 20초, 길게는 1분 이상을 쉴새 없이 민첩하게 움직여야 하기에 몹시 힘들었겠지만 감독의 지시를 소홀히 할 수 없었다. 이계청 감독은 마치 힙합 공연을 즐기러 온 마니아처럼 계속해서 머리 위로 손을 흔들고 있었다. 머리 위로 던지는 중거리슛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지시였다.

6미터 라인부터 9미터 라인에 이르는 비교적 넓은 공간을 전후좌우로 오가며 막아야 하는 핸드볼 경기의 수비법은 얼핏 보기에 단순하게 보이지만 뛰어난 손기술과 유연한 중심 이동을 바탕으로 속이며 밀고 들어오는 상대 공격을 감안하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가운데 수비벽을 높이 쌓고 동료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면 기본 이상은 해낼 수 있는 것이 핸드볼 수비다. 이 경기에서 삼척시청의 수비는 이러한 기본에 충실해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

핸드볼 수비법 중 가장 흔히 사용되고 있는 '식스-제로'에 가까운 수비 형태를 취한 삼척시청은 비교적 키가 큰 유현지와 박지현을 가운데 쪽에 몰아 두고 몸이 빠른 심해인과 정지해가 양 옆을 맡았는데, 이를 상대로 한 서울시청의 공격은 이 네 명이 쌓은 벽을 좀처럼 따돌리지 못했다.

서울시청의 경기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전반전 중반 이후부터 삼척시청의 수비벽에 막혀 공격의 해법을 좀처럼 찾지 못해 예상 밖으로 큰 점수차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양쪽 측면은 빈틈이 조금 보이기는 했지만 오른쪽의 박혜경만 잠시 반짝일 뿐이었다. 날개 공격을 통해 얻은 득점 기록(서울시청 0/2, 삼척시청 5/8)이 이를 잘 말해주고 있었다.

정지해는 잘 넣고 박미라는 잘 막고

전반전을 3점차(11-8)로 앞선 상태에서 끝낸 지난 대회 3위 팀 삼척시청은 후반전에 더욱 견고해진 수비벽을 쌓아올려 따라붙으려는 서울시청을 멀찌감치 따돌리며 달아났다. 그 중심에 문지기 박미라와 센터백 정지해가 우뚝 섰다.

경기 종료 직후 경기 MVP로 뽑혀 호랑이 인형을 받은 문지기 박미라는 모두 19개의 놀라운 선방(방어율 52.8%)을 기록하며 상대 선수들의 어깨에 힘이 빠지게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차근차근 점수를 쌓아 올린 삼척시청은 경기 끝무렵 최설화, 한다슬, 김보라 등 새 얼굴들을 내세울 정도로 여유 있게 승리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플레이메이커로 활약한 센터백 정지해는 9미터 라인 부근에서 던지는 중거리슛(2골)은 물론 6미터 라인 가까이로 파고 들어 던지는 근접 슛(5골)까지 골고루 성공시키며 절정의 기량을 맘껏 자랑했다.

후반전 12분만에 정지해가 터뜨린 골(17-12)은 결승골이나 다름없었고, 경기 종료 3분 정도를 남겨놓고 서울시청 오른쪽 날개 박혜경이 왼손으로 던진 슛을 문지기 박미라가 손을 뻗어 막아낸 것은 일말의 추격 의지마저도 완전히 꺾어버리는 결정적인 장면이었다.

이렇게 2연승을 거둔 삼척시청은 오는 13일 정읍에서 용인시청(2패)을 만나 B조 마지막 경기를 벌이게 된다. 서울시청(1승 1패)도 같은 날 대구시청(1승 1패)을 만나 조 2위 자리를 놓고 양보 없는 맞대결을 펼쳐야 한다.

덧붙이는 글 ※ 2010 핸드볼큰잔치 여자부 B조 경기 결과, 7일 올림픽공원 제2체육관

★ 삼척시청 27-17(전반 11-8) 서울시청

◎ 삼척시청 선수들 주요 기록
문지기 박미라 선방 19개(방어율 52.8%)
LW이미영 2골, LB최설화 1골, LB심해인 4골, CB정지해 7골, RB박지현 4골, RW우선희 5골, PV유현지 4골

◎ 서울시청 선수들 주요 기록
문지기 용세라 선방 13개(방어율 33.3%)
LB이미경 2골, CB김이슬 2골, RB윤현경 6골, RW박혜경 4골, PV채송희 2골, PV김선해 1골

◇ 여자부 B조 7일 현재 순위
삼척시청 2승 51득점 38실점 +13
대구시청 1승 1패 50득점 52실점 -2
서울시청 1승 1패 45득점 47실점 -2
용인시청 2패 48득점 57실점 -9
정지해 강지혜 이계청 임오경 핸드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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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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