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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북하게 쌓인 눈 속에서 마냥 신나는 아이들
 수북하게 쌓인 눈 속에서 마냥 신나는 아이들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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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폭설로 거리 교통이 마비되고 출퇴근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은 하루였다. 기상관측 이래 서울지방 최고의 폭설이 쏟아졌다는 4일 눈발이 멈춘 오후에 아파트 문밖으로 나섰다. 눈을 치우지 못한 아파트 주차장엔 몇 대의 승용차들이 눈을 뒤집어 쓴 채 눈 속에 파묻혀 있었다.

서울 강북구 미아동 뒷산 공원으로 오르는 산동네 길도 눈 속에 묻혀 있기는 마찬가지였다. 평소 마을버스가 운행되던 골목길도 사람들의 발자국만 나있을 뿐 자동차 타이어 자국은 보이지 않는다. 제설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마을버스 운행이 중지된 것이다. 골목길에서 나온 젊은 부부는 아기를 안고 미아삼거리 전철역까지 걸어갈 거라며 조금 불안한 표정이다.

마을버스 운행마져 끊긴 산동네길
 마을버스 운행마져 끊긴 산동네길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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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수북하게 쌓여 잇는 공원 벤치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잇는 공원 벤치
ⓒ 이승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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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눈이 많이 쌓였는데 공원에 사람들이 있기나 할까?"

거의 종아리까지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으며 아내도 걱정스러운가 보았다. 젊었을 때는 눈이 많이 내리면 아이들처럼 신나하던 아내였는데 나이는 어쩔 수 없나보다.

공원길에는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이 깊은 눈 속에 희미한 흔적을 남겨놓고 있었다. 다행히 바람이 불지 않고 햇볕이 좋아 눈 속을 푹푹 빠지며 걸어도 느낌은 춥지 않고 포근하다. 길가의 벤치는 앉아 쉬는 사람들 대신 수북하게 쌓여 있는 하얀 눈이 소담스럽다.

사람들이 별로 없을 것이라는 아내의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있었다. 공원 잔디밭 근처에 이르자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소리가 싱그럽다. 공원엔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산책을 하며 모처럼 수북하게 쌓인 눈을 즐기고 있었다.

눈이 뭉쳐지지 않아 눈사람 만들기를 포기하고 눈 산을 쌓는 아이들
 눈이 뭉쳐지지 않아 눈사람 만들기를 포기하고 눈 산을 쌓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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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놀이시설도 눈 속에 묻혔다
 어린이 놀이시설도 눈 속에 묻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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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들은 무릎까지 빠지는 눈 속에서 마냥 즐거운 표정들이다. 아빠와 함께 나온 아이들은 열심히 눈을 뭉쳐보려고 했지만, 차가운 기온에 아직 녹지 않고 보송보송한 눈은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다. 녀석들은 눈이 뭉쳐지지 않자 그냥 무더기로 쌓는다.

"너무너무 신나고 엄청 재밌어요."

손 시리지 않느냐고 물으니 재미있고 신난단다. 무얼 만드느냐고 물으니 눈 산을 만들 것이라고 한다. 아이들이 눈으로 산을 만들고 있는 동안 아빠가 오히려 신났다. 눈썰매를 가지고 나왔지만 아이들이 눈 뭉치기에 여념이 없자 아빠가 대신 눈썰매를 신나게 타고 있었다.

눈싸움 하는 아이들
 눈싸움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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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위에 벌렁 느러누워 눈사진 찍는 어린이들
 눈 위에 벌렁 느러누워 눈사진 찍는 어린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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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동산 곳곳에는 아이들뿐만 아니라 젊은 커플들도 눈 장난이 한창이었다. 도시 전체가 눈 속에 묻혀 출퇴근길과 생활불편이 막심했지만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수북하게 쌓인 눈이 마냥 즐겁기만 한 표정이었다.

공원을 찾은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 층으로 아이들과 함께하고 있었다. 엄마 손을 잡고 나온 아이들에게 수북하게 쌓인 눈은 더없이 좋은 놀이터였다. 아이들은 눈밭에 뛰어들어 뒹굴기도 하고 벌렁 드러눕기도 하며 여간 재미있어 하는 것이 아니었다.

뭉쳐지지 않는 눈을 한 움큼씩 집어 서로 던지며 눈싸움도 벌이고 눈밭에 벌렁 드러누워 눈 사진도 찍는다. 어떤 엄마는 아이들과 함께 눈싸움을 하기도 하며 동심으로 돌아간 듯 매우 즐거운 표정이었다.

아빠가 즉석에서 만들어 끄는 썰매를 타고 가는 아기
 아빠가 즉석에서 만들어 끄는 썰매를 타고 가는 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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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길 눈치우기로 담장 높이 중간까지 차오른 눈
 골목길 눈치우기로 담장 높이 중간까지 차오른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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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50대 여성들 몇 사람도 모처럼 많이 내린 눈이 신난다며 아이들처럼 깔깔거린다. 어느 젊은 아빠는 네 살짜리 딸을 즉석에서 만든 듯한 비닐 썰매에 태우고 느긋하게 산책을 즐긴다.

공원을 한 바퀴 돌아 마을 안길로 돌아오자 여기저기 눈 치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그러나 내린 눈이 너무 많아 골목길 담장 옆으로 쌓아 놓은 눈이 담장 높이의 중간 높이까지 쌓여 있는 모습도 보인다. 어느 좁은 골목길에는 승용차 두 대가 꼼짝 못하고 발이 묶인 모습도 보인다.

골목길도, 자동차도, 지붕도, 전깃줄까지 온통 눈천지
 골목길도, 자동차도, 지붕도, 전깃줄까지 온통 눈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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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시장통도 사정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눈 속을 헤치고 들어온 택시 한 대가 헛바퀴를 돌리며 애를 먹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간다. 공원을 찾은 젊은이들과 아이들은 마냥 즐거워했지만 추운 날씨에 기록적으로 쏟아진 기습 폭설에 서울은 완전히 푹 파묻혀 있는 모습이었다.


태그:#교통대란, #눈싸움, #신나는, #어린이들, #눈썰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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