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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내에 있는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라도 원장님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이 없어요. 느슨해진 사무실 의자도 원장님이 손수 못질해서 고쳐요. '그러다 사고라도 나면 어쩌려고 그러시느냐'고 하면 '다른 직원이 일하다 다치는 것보다 차라리 내가 다치는 게 마음 편하다'고 말씀하시는 분이에요. 우리 원장님은…"

 

김미자 목포아동원 사무국장의 얘기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오늘도 아동원 화단을 손질하고 있다. 무화과나무 가지치기를 하고, 꽃이 시들어 볼품없어진 국화의 가지를 베어내고 있다.

 

이번이 필자와의 세 번째 만남이지만 그는 한 번도 사무실에서 맞은 적이 없다. 2년 전에도 그랬고 5년 전에도 그랬다.

 

그는 전라남도 목포시 용해동에 있는 사회복지법인 '목포아동원'의 이상해(李相海·76) 원장이다. 그는 2년 전 방문 때도 원아들이 학교에 가고 없는 틈을 이용해 화단을 가꾸고 쓰레기를 줍고 있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지만 그의 아동원에 대한 애정은 예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아니 더 깊어진 것 같다.

 

그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그게 아니다"며 손사래를 친다.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오히려 사랑스런 아이들의 미소가 있어서 오늘도 삶의 의미와 보람을 느낀다"며 "아이들과 함께할 수 있어 고맙고 행복할 따름"이라고 한다.

 

그런 이 원장을 아이들은 '할아버지! 우리 할아버지'라 부르며 달려든다. 종사자들도 "세상에 우리 원장님 같은 분은 없을 것"이라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송을 해댄다.

 

이상해 원장이 이처럼 아동원에 헌신적인 것은 그의 특별한 이력에서 비롯된다. 그는 어렸을 때 이 아동원에서 자란 '원아'였다. 그리고 사회로 나가 31년 동안 교단에 섰다가 다시 아동원으로 돌아왔다. 지난 1995년의 일이었다.

 

그때부터 '원아'가 아닌 '원장'으로 일하면서 부모 없는 아이들을 보살피고 있다. 언젠가는 자신이 고아들을 돌봐야 한다고 생각해온 터였다. 게다가 아동원 설립자(최찬열·2002년 작고)의 부탁도 있어서 주저 없이 교직에서 명예퇴직을 했다.

 

그가 원장으로 부임한 이후 아동원은 늘 '꽃 피는 봄날'이었다. 아이들 마음을 누구보다 잘 헤아려주는 그의 공력 덕분이다. 아이들의 작은 갈등에서부터 큰 고민까지 모두 들어주고 풀어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학교 공부도 살피고 아이들의 식단까지도 일일이 다 챙겼다. 때로는 아이들과 손을 같이 잡고 거닐기도 한다. 주머니 돈을 털어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는 것도 다반사였다. 원아들은 그런 이 원장을 보고 스스럼없이 달려들어 장난을 건다.

 

이 원장은 아이들에게 늘 '화목'을 강조해 오고 있다. 외로운 사람들끼리라도 서로 의지하며 사이좋게 지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아이들이 그를 친할아버지 대하듯 한다. 원아들끼리도 서로 친형제·자매처럼 아끼고 사랑한다.

 

"아이들이 학교생활을 하면서 기죽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생각을 합니다. 특히 시설에서 산다는 이유만으로…."

 

아이들이 공부하는 데 필요한 물건이라면 다 해 주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학교 수업이 끝난 뒤에 영어, 중국어 같은 외국어를 따로 익히고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등을 배울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연유다.

 

김미자 사무국장은 "원장님 본인은 물 한 방울까지도 아껴 쓰는 분이지만 아이들 학용품만큼은 늘 넉넉하게 준비해 준다"면서 "우리 원아들의 수업 준비는 친부모가 챙겨주는 것 이상"이라고 했다.

 

아동원에서 자란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 반듯하게 성장해서 가끔 찾아와 후배들을 격려하는 모습을 볼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는 이 원장. "늘 부족하지만 열과 성을 다하면서 진정으로 아이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그는 "아이들에게 꿈은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것을 가슴 깊이 일깨워주고 싶다"고 했다.

 

덧붙이는 글 | 목포아동원에는 현재 초등학생 30명을 비롯 중학생 20명, 고등학생 19명, 대학생 9명 그리고 미취학 아동 4명과 직업훈련원생 3명 등 모두 85명이 생활하고 있다. 부설 자립생활관에서는 21명이 사회 적응훈련을 하고 있다.


태그:#이상해, #목포아동원, #사회복지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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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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