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건희가 각종 편법과 탈법을 저질러 놓고도 구속은커녕 '솜방망이' 판결을 받은 것이 지난 8월이었다. 반년도 채 안 돼 사면으로 면죄부를 주고, 삼성에 맞서 싸웠던 시민은 집 앞에서 강제 연행하는 이 나라는 '삼성'의 나라인가 '이건희'의 나라인가?"

이명박 정부가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특별사면을 발표한 29일 삼성반도체 백혈병대책위(대책위)에서 활동 중인 민주노총 경기법률원 이종란 노무사가 경찰에 체포되자 시민단체와 인권단체들이 강력히 질타하며 발표한 성명의 한 대목이다.

경찰과 민주노총 경기법률원에 따르면, 이 노무사는 이날 오전 10시께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자택 앞에서 2명의 서울종로경찰서 소속 경찰들에게 체포됐다. 연행 직후 수원남부경찰서 수사과에 인계돼 조사를 '야간 불법 집회' 관련 혐의로 조사받은 이 노무사는 오후 3시 현재 유치장 수감을 앞두고 있다.

앞서 이 노무사는 지난 7월23일 수원시 영통구의 삼성전자 정문 맞은편 공원에서 열린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 노동자 고 황민호 추모제'와 관련해 경찰의 소환 요구를 받아왔다. (관련 기사 : "아이들 위해서라도 끝까지 싸울 것")

추모제를 불법 야간 집회라며 체포해 조사

대책위 관계자는 "추모제 진행 당시에 경찰이 현수막을 떼지 않으면 불법 야간 집회로 간주하겠다고 주장했다"면서 "그 뒤 경찰이 출석을 요구해 이 노무사가 30일 자진 출석할 계획이었다"고 설명했다.

이 노무사의 체포 소식이 전해지자 수원시민대책회의(대책회의)와 인권단체연석회의(연석회의)는 공동으로 성명을 내어 "경건하게 진행된 추모행사마저 '불법'으로 몰아 헌법에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지 않는 이명박 정부의 '막장' 행태는 지긋지긋하다 못해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지경"이라며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이종란씨가 아니라 이건희"라고 질타했다.

대책회의엔 경기민언련, 다산인권센터를 비롯한 수원지역 40개 시민단체가 함께 하며, 연석회의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과 인권운동사랑방 등 전국의 42개 인권단체가 참여 중이다.

이들 인권단체들은 성명에서 "올해 국정감사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반도체 생산 공장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젠이 검출된 것은 삼성에게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라면서 "이런 사실을 폭로하고 삼성의 반인권적인 행태에 대해 끈질긴 문제제기를 해왔던 이종란씨에 대한 체포연행은 그 배후에 삼성과 이명박 정부가 있다는 증명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

"처벌받아야 할 사람은 이종란씨가 아니라 이건희"

인권시민단체들은 또한 "돈과 권력을 가진 자는 불법을 저지르고도 '사면'이 되고, 권력과 자본에 저항하는 시민은 잡아 가두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대해 우리는 분노한다"면서 "삼성에 맞서 싸우는 인권활동가이자 수원 촛불시민인 이종란씨를 즉각 석방하라"고 촉구했다.

체포된 뒤, 기자와 전화 연결이 된 이 노무사는 "추모제를 탄압하는 건 부당한 일이기에 내일(30일)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출석하기로 돼 있었다"면서 "어떻게 서울종로경찰서가 그걸 알고 왔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이 노무사는 "2명의 경찰관이 체포 영장도 제시하지 않은 채 강제로 택시에 태워서 남부경찰서로 연행해 왔다"면서 "이건 완전히 납치와 같은 상황"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수원남부경찰서 관계자는 "체포할 때 기소 중지자로 돼 있기 때문에 체포한 뒤 바로 체포영장을 집행한 것"이라면서 "서울에 있는 경찰이 와서 검거했다고 문제될 것은 없다"고 주장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삼성백혈병, #이종란, #삼성전자, #이건희, #수원남부경찰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