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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이브날 명동성당
 크리스마스이브날 명동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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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이브다. 남자친구도 없는 판에 차라리 취재를 하러 나가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명동성당 주변을 취재해보라!"는 편집장님의 지시가 떨어지고 후회를 했다. 아무리 크리스마스이브날 명동이라지만 왜 이렇게 커플들이 많은가? 여기저기 내 눈엔 팔짱을 끼고 다정히 걸어가는 커플들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명동성당 내부
 명동성당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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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커플들을 피해 명동성당 안으로 들어갔다. 엄숙한 분위기 속에도 성당 내부를 구경하러 들어온 커플들이 있었다. 아니 여기까지... "도대체 여긴 왜 왔느냐? 여기가 놀이공원이라도 되는 줄 아느냐?"고 따져 묻고 싶었지만 참았다. 확실히 크리스마스이브라 그런지 가톨릭 신자가 아니더라도 지방이나 외국에서도 구경하러 온 관람객들이 많았다. 친구들끼리 브이를 그리며 사진 찍는 학생들도 있었다.

구세군 모금활동 침팬지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 구세군 모금활동 침팬지가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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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명동성당 밖을 둘러보기로 했다. 어쨌든 난 여기에 일하러 온 것이니깐 취재거리를 찾아야 했다. 그 때 내 눈에 한 무더기의 사람들이 보였다. 사람들에 둘러싸여 침팬지 한 마리가 재롱을 떨고 있었다. 요놈 봐라? 엎드려 절도 하고 어린아이들에겐 익살스런 표정을 지으며 놀리기도 했다. 그러더니 금세 다섯 살 정도의 꼬마 어린이에게 코 묻은 천원을 받아냈다. 침팬지가 받은 천원은 구세군 아저씨의 빨간 자선냄비 속으로 들어갔다.

한 대학생 단체의 퍼포먼스 등록금 후불제 개선을 위한 국민서명운동
▲ 한 대학생 단체의 퍼포먼스 등록금 후불제 개선을 위한 국민서명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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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발길을 돌려 명동성당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방송국에서 취재하러 온 차량도 있고 방송용 ENG카메라를 들고 다니는 기자들도 보였다. 하긴 크리스마스에 명동성당은 관심거리가 된다. 명동성당 입구 한쪽 귀퉁이에선 한창 서명운동을 하는 대학생들이 있었다. 인천대 3학년에 재학 중인 최성용(23)씨는 "등록금 후불제 개선을 위한 국민서명운동을 벌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씨는 "청년행동이라는 대학생 단체에서 매일같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오늘은 특별히 크리스마스이브이기 때문에 명동성당을 찾았다."고 밝혔다.

NGO단체 코피노들을 위한 구호사업 및 장학사업
▲ NGO단체 코피노들을 위한 구호사업 및 장학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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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한쪽에선 세계재난구호회(WDRO)에서 후원금을 모으고 국민서명운동도 하고 있었다. WDRO 이사인 이영식(52)씨는 "코피노(kopino)들을 위해 구호사업 및 장학사업을 벌이는 단체"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코피노는 코리안과 필리피노의 합성어로,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현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아 아이들을 말한다. 이씨는 "1999년 설립한 이후 매년 성장해 올해 9월엔 UN에 가입한 비정부기구"라며 "아직까지도 많은 도움의 손길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덧붙여 "평소엔 지방 각지를 돌며 모금운동과 서명운동을 하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라서 명동성당에 왔다."고 밝혔다.

 크리스마스이브날 명동성당 입구의 노점상들
 크리스마스이브날 명동성당 입구의 노점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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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도 명동성당 앞에는 각종 노점상들이 자리를 다투고 있었다. 평소에도 물론 노점상들이 많은 명동거리이지만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인 만큼 대목을 노리고 솜사탕이나 헬륨풍선을 파는 상인들도 있었다. 아무리 세계적인 기념일이라지만 성탄절 본연의 이미지나 성당의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마치 놀이공원에 놀러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한 시각장애인이 명동성당 입구에서 구걸하고 있다.
 한 시각장애인이 명동성당 입구에서 구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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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다 명동성당 입구에선 시각장애인 한 명이 구걸하고 있었다. 그의 쓸쓸한 모습은 밝고 활기찬 크리스마스이브 날, 명동거리 풍경과는 사뭇 대조되어 보였다. 명동성당 주변에선 크리스마스이브인 만큼 구세군 모금활동이나 자원봉사활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우리들 근처의 영세민이나 장애인들은 도움의 손길을 받지 못 한 채 추위에 떨고 있었다. 이것 참 모순이지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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