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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버지니아주 라킹햄 카운티에 있는 <터너 애쉬비 고등학교> 드럼라인. 각자 개성을 살린 머리 모양이 이색적이다.
 미국 버지니아주 라킹햄 카운티에 있는 <터너 애쉬비 고등학교> 드럼라인. 각자 개성을 살린 머리 모양이 이색적이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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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자. 왜 우리나라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머리를 기르면 안 되는 걸까. 왜 자기 머리를 자기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안 될까. 한창 외모에 신경을 쓰고 하루에도 몇 번씩 거울을 보며 자기만의 개성을 살리고 싶어하는 아이들. 이 아이들이 머리를 기르고 싶다는데 왜 어른들은 그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는 걸까.

학생들 머리에 자를 들이대고 가위를 대는 저승사자 같은 무서운 선생님. 자신도 분명 야만적인 그 시절을 보내면서 살벌한 두발 단속에 반항하고 저항했으면서 벌써 그때 그 시절을 잊은 걸까. 진정 학생들 진심을 모르는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학생들을 '위해서' 그런 야만을 서슴없이 자행하는 것일까. 이런 말을 보태면서 말이다. "다 너희들 '잘 되라고' 하는 짓이야."

최근에 다시 불거진 학생들 인권과 관련된 두발 단속 기사를 읽고 있노라니 한숨이 절로 나온다. 두발 단속은 내가 고등학교를 다니던 대과거에도, 내 딸이 중학교를 다니던 과거에도 논란이 되었던 문제다.

나야 군사독재 시대 때 고등학교를 다녀 두발 단속이 그런대로 용납되던 시절이라 해도(백 번 양보해서) 그보다 30여 년이 더 지난 딸아이 세대에도 여전히 두발 단속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그 때 썼던 '머리' 관련 기사다. 

[관련기사]
요지부동 귀 밑 5cm (2003.03.13)
묶으면 귀밑 12센티라, 앗싸! (2005.01.29)
시험기간만이라도 머리를 풀어주는 '센스' (2005.05.14)

그런데 2010년이 코 앞인 오늘, 두발 단속은 아직도 뜨거운 이슈가 되어 학생들 발목을 잡고 있다. 씁쓸하기만 하다. 왜 멀쩡한 머리를 두고 이런 야만적인 단속이 계속되는지 알 수가 없다. 

최근에 씌어진 어느 중학생의 블로그 글이다.     

저는 O중학교에 다니는 중1 여학생입니다. 저희 학교는 두발에 관한 엄격한 규정이 있습니다. 여학생은 귀 밑 5센티, 염색∙파마∙고데 금지 등.

교문 앞에는 20년 전에나 존재하던 선도부가 서 있고 1~2주일에 한 번씩 두발 검사를 하는데, 걸리면 벌점과 체벌이 이루어집니다.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일본에서 내린 단발령이 아직도 이루어지고 있는 것 아닙니까?

학생들도 인권이 있습니다. 헌법 12조를 보면 "모든 국민은 신체의 자유를 가진다"는 내용이 있습니다. 학생은 국민 아닙니까? 가뜩이나 교복도 입기 싫은데 사람의 신체에 속하는 두발까지 단속합니까?

가끔씩 강제로 학생들의 머리를 자르는 선생님을 볼 수 있습니다. 왜 교사들이 학생머리를 단속하고 체벌을 가하는 것입니까? 탈선 방지? 애들이 다 탈선하는 줄 아세요? 이건 엄연한 인권침해입니다.

제 몸입니다. 제 머리카락이고 제가 관리할 권리가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우리에게는) 압박 당하는 시기도 필요하고 두발 규정은 학업에 도움이 된다고 하시는데 전혀 도움이 안 욉니다. 오히려 스트레스 때문에 학업에 집중이 되질 않습니다. 반항심만 유발할 뿐이죠.

저만 그런 게 절대 아니고요. 대부분의 학생들이 저와 같은 고통을 겪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제발 학생들에 대한 두발 규정을 없애주시면 안되겠습니까? 애들이 만날 찡그리고 다닙니다. 바보 같은 두발 규정 때문에.

아직 중1이라는 어린 학생이 말하는 "두발 단속을 하고 체벌을 가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 침해" 라는 야무진 주장에 나도 공감한다. 우리나라 교육 현실을 말할 때 흔히 얘기되는 "19세기 교실에서 20세기 교사가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말은 이 대목에서도 진리인 듯하다. 시대를 읽지 못하는 가위 든 20세기 교사가 미래를 품은 21세기 학생들의 두발을 단속하고 있는 부조리한 현실!  

두발 단속하는 학교 주장 설득력 없어

두발을 단속하는 학교 측 주장이란다. "두발 자유가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주고 학습에 방해가 된다."

두발 자유화가 생활지도에 어려움을 준다고? 생활지도란 게 무엇인가. 학생들이 유흥업소에 출입하지 못하도록 막는 것이 생활지도인가. 그리고 '귀 밑 몇 센티' 짧은 머리는 이들 학생들이 혹시라도 유흥업소에 출입하게 될 때 눈에 띄도록 하기 위한 것인가. 마치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일반인들과 달리 짧은 머리를 강요당하는 것처럼 말이다. 천만에.

2년 전 한국에 갔을 때 직접 목격한 일이다. 두 명의 교복 입은 여고생이 쇼핑백을 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봤다. 그런데 몇 분 지나지 않아 건물 밖으로 나온 여고생들은 사복으로 갈아입고 화장까지 한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순식간이었다.

아무리 교복을 입히고 머리 단속을 한다 해도 변신(?)하려고 마음 먹은 학생에게는 그깟 교복이나 머리 단속이 아무 효과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단속이 이들을 더욱 음지로 몰아넣고 죄책감만 심어주게 될 것이다.  

학교에서 열린 홈커밍 파티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미국의 고등학생. 찰랑거리는 남녀의 긴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학교에서 열린 홈커밍 파티를 끝내고 밖으로 나온 미국의 고등학생. 찰랑거리는 남녀의 긴 머리가 눈에 들어온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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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머리가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또 다른 이유인 긴 머리가 학업에 방해된다는 얘기도 이해할 수 없다. 왜 학업에 방해가 된다고 하는가. 머리에 신경 쓰느라? 어른들의 기우일 뿐이다.

만약 학교 측 주장대로 두발 단속이 탈선도 방지하고 학업에도 도움이 된다면,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두발 단속'을 적극 권장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두발단속을 권장하기는커녕 우리나라에 이런 야만적인 규정이 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조차 부끄러운데. 사실이 그렇다.

언젠가 이곳에서 우리나라 중등 교육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 때 우리의 '야간 자율 학습'과 '두발 단속' 얘기를 화제로 올렸다. 내가 이야기를 마치자 여기저기서 학생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그렇게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 한국 학생들은 언제 운동하고 언제 노냐? 집에는 안 가냐?"
"머리를 짧게 잘라야 한다고? 왜 그런 것까지 학교에서 간섭하냐? 남한도 북한처럼 공산주의 국가냐? 학생들은 반대하지 않느냐?"

졸업식을 마친 뒤 졸업 가운을 벗은 미국 여고생들. 두발 규제가 없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졸업식을 마친 뒤 졸업 가운을 벗은 미국 여고생들. 두발 규제가 없어 머리 모양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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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와서 아이들이 마음에 들어 했던 것 가운데 하나는 눈치 안 보고 머리를 기를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머리, 원 없이 길렀다.

하지만 머리를 마음대로 기른 아이들이었지만 탈선하지도 않았고 긴 머리에 시간을 뺏겨 공부를 소홀히 하지도 않았다. 머리는 그냥 머리일 뿐이었다.

이곳에서 본 아이들도 그랬다. 작년에 해리슨버그 고등학교를 1등으로 졸업한 남학생 라이언은 항상 갈색 곱슬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다녔다. 또한 교내외 각종 토론 대회에서 상을 받았던 여학생 크리스탈은 몇 년 째 파란 머리를 고수하고 다녔다. 

학생들의 머리 길이와 스타일은 학업 성취도, 탈선 유무와 상관이 없다. 그러니 좀 내버려 둬라. 머리를 길게 하고 싶으면 길게 할 수 있도록, 짧은 머리가 좋다면 짧게 자르도록 내버려 둬라. 삭발하고 싶다면 삭발하게 내버려 두고. 별 것 아닌 사소한 일로 아이들 목숨 걸지 않도록 좀 내버려 둬라.

오늘도 소모적인 '머리전쟁'을 치르고 있는 우리나라 학생들과 선생님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답답해진다. 제발, 아이들 머리 좀 내버려 두면 안 될까.

학교에서 열리는 홈커밍 파티에 가기 위해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머리도 꾸민 고등학생. 서로 화장도 해 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문제학생이냐고? 천만에!
 학교에서 열리는 홈커밍 파티에 가기 위해 드레스를 입고 예쁘게 머리도 꾸민 고등학생. 서로 화장도 해 준다. 그렇다고 이들이 문제학생이냐고? 천만에!
ⓒ 한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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