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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하면 난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겪곤 한다. MBC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한 장면.
 방학이 끝나고 개강을 하면 난 친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안면인식장애를 겪곤 한다. MBC 드라마 <비포 앤 애프터 성형외과>의 한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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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넌..."

영화 <올드보이>의 명대사? 아니다. 개강 후 캠퍼스에서 마주친 대학 동기들에게 던지는 충격과 공포의 한마디다. 혹시 경험해 본 적 있는가? 내 이름을 살갑게 부르는 누군가를 전혀 기억해내지 못할 때 느끼는 당혹감을 말이다. 반갑게 인사하는 걸 보면 분명 친했던 것 같은데, 그럼에도 내 앞에 서있는 이 여자가 도무지 누구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아 답답해 미치겠는 기분을 말이다. 그래서 순간적으로 '나 안면인식장애 있나..'하고 좌절하며 공황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그러나 이 당혹감의 원인은 언제나 그녀들의 확 바뀐 얼굴, 바로 성형수술에 있었다는 오싹하고도 오묘한 경험을 말이다.   

대학 생활이 햇수로 3년째, 동시에 '묻지마' 성형 수술을 통해 방학만 되면 업그레이드되는 동기들의 얼굴을 목격한 지도 햇수로 3년째다. 1년째엔 '사람이 저렇게도 변하는구나'하며 그저 감탄했고, 2년째엔 '쟤보단 쟤가 잘 됐더라'며 동기들끼리 품평을 하기도 했다. 3년째가 되니 "너도 했냐"하며 슬슬 무덤덤해지는 지경이다.

물론, 내 주변엔 성형수술 안 해도 예쁜 친구들이 더 많다. 학교에서도 성형한 친구들은 극히 일부다. 그러나 누군가 '에이~ 그래도 설마 성형했다고 친구를 못 알아 볼 정도겠어?'라고 묻는다면 자신 있게 대답하고 싶다. '정말 못 알아본다'고. 얼굴의 본판이 깡그리 없어지는 마법 같은 일은 인터넷에 떠도는 '충격적인 연예인 성형 전 사진'에만 국한되는 게 아니라는 걸 내 모든 걸 걸고 장담하는 바다.    

성형외과 의사 왈 "세상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

후배 K양(20)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녀는 수능을 마치고 성형수술 상담차 병원을 찾았는데 의사에게 "세상에,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뭐하셨어요?"라는 충격적인 말을 듣고는 얼굴을 '갈아엎어' 버렸다. 담당의가 그녀의 얼굴을 보고는 '이 못생긴 얼굴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냐'는 의미로 그런 말을 한 것인데, 단지 얼굴이 조금 못생겼다는 이유로 그런 소릴 들었다니 내가 다 씁쓸했다. K가 우스갯소리로 "언니, 나 무슨 큰 병 걸린 사람 같았잖아. 술, 담배 때문에 몸 망친 암 말기 환자가 돼서 의사한테 꾸지람 들은 기분이랄까?"라고 말하는 바람에 포복절도 하기 전까진 말이다.

어찌됐든 그녀는 성형 수술 이후 본인의 아픈 기억마저 농담 소재로 사용할 만큼 여유롭고 자신감 있는 사람이 됐다. 쌍꺼풀 수술과 앞트임, 콧대에 보형물을 넣고 코끝을 좁히는 보정 수술까지 받고 몰라보게 예뻐진 결과였다. 실제 성형 전 사진을 보면 같은 인물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인데, 그녀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내년엔 턱을 깎아내는 안면윤곽수술까지 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더 안 해도 충분히 예쁘다'며 말려 보기도 했지만, 끝내 그녀는 예쁜 외모에 대한 욕심을 버리지 않을 것 같다.

K양은 당시를 떠올리며 "의사 말에 충격을 받긴 했지만, 수술을 하고 나니 역시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특히 수술 이후 사람들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걸 느낄 때 뿌듯하다"고 털어놨다. 더구나 "성형미인이라고 밝혀도 사람들이 예쁘다고 잘해주는 걸 보면, 취업할 때도 예쁜 외모가 일종의 '스펙'처럼 작용해 유리할 것 같고, 비록 어린 나이긴 하지만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여전히 외모가 중요하다는 걸 온몸으로 느끼고 있다"나.

재밌는 건 K가 자신이 성형한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다 알리고 다닌다는 사실이었는데 '왜 그렇게 떠벌리고 다니냐, 자랑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에 "알리고 싶지 않아도 알려야 한다"는 흥미로운 대답이 돌아왔다. 이유인 즉, 코에 넣은 보형물 때문에 상대방이 모르고 코를 세게 건드리거나, 잡고 흔들거나, 얼굴을 때리면 코가 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재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주변에 알린다는 조금은 슬픈 사연이다. 아무쪼록 K양 턱깎는 수술도 성공적으로 마치길. 건투를 빕니다(근데 턱 깎는 건 진짜 아프대).

부모님 성화에 '브아걸 가인' 눈매도 포기, "나는 후회한다네"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 홑꺼풀 눈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니...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 홑꺼풀 눈이 이토록 매력적일 수 있다니...

여기 몰라보게 달라진 또 다른 여인이 있었으니, 대학 동기는 아니고 동네 아는 언니 J(24)다. 그녀는 홑꺼풀 눈이었지만, 눈도 지나치게 작지 않았고 나름 동양적인 매력이 풍기는 눈매를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올해 초 뜬금없이 쌍꺼풀 수술을 하고 나타나 나를 놀라게 했다.

평소 그녀도 그런 자신의 눈을 좋아했기 때문에(스스로를 '브라운아이드걸스'의 멤버 '가인'을 닮았다고 할 정도였다.) 수술 동기를 묻지 않을 수 없었는데, 이유인 즉 부모님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는 것이다. 보통은 자식이 하고 싶다면 '네가 어디가 모자라서!'라며 부모가 뜯어 말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부모님이 직접 돈을 쥐어주며 수술을 권유했다니 놀라울 따름이었다.

J양에 따르면 그녀의 부모님은 "승무원 지망생인 딸이 날카로운 눈매를 가진 게 취업을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하셨다"고. 여기에 가뜩이나 취업을 못해 불안했던 그녀가 심리적 부담감을 덜어보고자 덜컥 수술에 동의했다는 것이다. "주변 친구들은 물론 남자친구마저 성형에 반대했는데 그 땐 어디에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다"는 게 J의 회고담이다.

아무튼 그녀 또한 '누구냐 넌'소리가 절로 나올 정도로 예쁘게 변해 버렸다. 우연인지 수술 뒤 국내 유명 항공사 승무원 채용 최종 임원면접까지 올라갔다. 그런데 그녀는 앞서 소개한 K양과는 달리 성형 수술을 "후회한다"고 말했다.

가까스로 올라간 면접에 불합격한 것도 "얼굴은 예뻐졌지만 수술 자국 때문에 웃을 때 부자연스러워진 눈매 때문"이라고 확신할 정도다. J는 "이제는 어디를 가나 예쁘단 소릴 듣지만, 내 개성을 잃고 너무 흔한 성형미인이 된 것 같아 후회한다"면서 "압구정 가면 발에 차이는 하나 같이 똑같이 생긴 성형미인 있잖아. 내가 걔네랑 다를 게 없어"라고 푸념했다. 그리고 덧붙였다. "브아걸 '가인'이가 더 인기 있어질 줄 알았으면 성형 안 했을 거야. 나 진짜 닮지 않았었냐?"고.

"잘못된 수술 한 번에, 인생 훅~ 갑니다"

그래도 그나마 앞의 두 여자(K와 J)는 지금 소개할 또 다른 두 여자의 사정에 비하면 다행인 편이다.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대학동기인 C양(21)과 L양(21). 이 둘은 모두 성형에 실패해 재수술을 하는 고통을 겪었다는 공통점이 있었고, 첫 수술의 실패 양상이 서로 판이하게 달랐다는 차이점이 있었다.

먼저 C양은 쌍꺼풀 수술 후 몇 달이 지나도 붓기가 빠지지 않고, 수술 흔적이 너무 심하게 나는 바람에 재수술을 했다. C양은 "눈두덩이가 두꺼운 자신은 절개법으로 수술을 받았어야 했는데 '돌팔이' 의사 때문에 매몰법 시술을 받아 눈을 망칠 뻔했다"며 분개했다. C양은 "부작용이 날 당시에는 '야매'로 수술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심각한 지경이었다"면서 "성형을 하려면 무조건 경험 많은 곳으로 가야 하고, 본인 스스로도 충분한 정보를 가지고 수술에 임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며 "잘못된 수술 한 번에 인생 훅~ 간다"는 명언을 남겼다. 다행히 그녀는 S모 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수술을 받았다고 소문난 강남의 모 유명 성형외과에서 재수술을 받은 뒤 평범하게 살고 있다.   

반대로 L양은 압구정의 유명 성형외과에서 큰 돈 들여 수술을 했는데도 전혀 수술한 티가 안나 실패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휘어진 콧대를 보형물로 채우고, 연예인들이나 한다는 귀족 성형(코와 인중 사이에 지방을 집어넣는)까지 했는데 정작 수술한 티가 전혀 안 났다. 수술이 감쪽 같아서가 아니라, 수술 뒤에도 본판이 변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L양의 높아진 코를 기대했던 친구들은 '이게 한 거냐', '너 뭐했냐'고 솔직하게 말하거나, '그래도 전보단 조금 낫네'라며 그녀를 위로하기도 했다고.

L양은 "수술을 했는데도 내 본판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었는데, 재수술 차 병원에 가니 내 본판을 생각하지 않고 코를 너무 조금 올린 결과라는 말을 듣고 더욱 충격 받았다"고 말했다. 그녀는 "결국 연예인들이 하는 수준으로 코를 높이고서야 만족스러운 코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너무 높이 올려버린 결과 지금도 화장을 지우면 콧대가 시퍼렇다고 한다(코를 높이 세울수록 살이 팽팽해지는데 L의 경우는 살을 최대까지 늘려서 끝부분인 콧대가 파란 것이라고).

그런데, 나는 왜 성형 안하냐고?

남들이 돈 쥐어주며 수술을 권유한다고 해도 21년 동안 함께 한 내 얼굴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남들이 돈 쥐어주며 수술을 권유한다고 해도 21년 동안 함께 한 내 얼굴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올해도 어김없이 성형 성수기인 겨울이 돌아왔다. 방학을 맞아 새로운 성형을 계획하는 친구들, 그리고 어느덧 대수술을 마치고 자리 잡아가는 친구들의 눈, 코, 입, 가슴, 턱을 보고 있자면 종종 '나만 이렇게 느긋해도 되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더구나 수술한 티도 안날 뿐더러 수술한 적도 없다는 듯이 내숭 빼고 다니는 친구들을 보고 있자면, 이유 없이 억울한 심정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 또한 수술에 욕심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학창 시절엔 양 옆으로 찢어진 홑꺼풀 눈을 원망하며 (더구나 짝눈이다!) 일명 '아이참'이라고 불리는 쌍꺼풀 만들어주는 스티커를 붙이고 등교하기도 했으니 말이다. 궁극에는 수능이 끝난 후 성형수술을 하는 친구들을 따라 성형외과 문턱을 밟기까지 했다. 겁도 나고, 괜스레 19년을 함께 해온 본판에 대한 미련도 남고, 눈을 앞뒤로 1cm씩 찢는 대수술을 거쳐 완벽하게 다른 사람의 모습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달라질 것도 없을 듯해서 수술을 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내 얼굴과 함께한 21년. 여전히 화장 안 하면 밖에 못 나가고, 가끔 못 생겼다고 무시도 당하고, 예쁜 친구들 틈에 껴 빛을 못 보기도 하지만, 나는 남몰래 (때론 열렬히) 내 얼굴을 사랑하고 있다.

식상한 얘기 같지만, 사람을 판단할 때 성형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이 자신을 얼마나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인가를 보는 것이다. 성형을 통해 본판을 버렸지만 자신감을 되찾은 후배를 보면서, 그리고 더 예뻐졌지만 성형을 후회하는 이웃사촌을 보면서 나는 성형이 굳이 나쁜 것만도, 꼭 좋은 것만도 아니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어느덧 대학생활의 여섯 번째 방학을 맞았다. 분명 내년 춘삼월의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나는 또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아, 정말... 넌 또 누구냐..."라고. 그리고 이렇게 덧붙일 것이다. "무사히 예뻐져서 참 다행이다~!"라고.


태그:#성형수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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