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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짓날의 '동지'는 절기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뜻을 같이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기도 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사람들이 함께 힘을 모아 노숙인을 추모하고 노숙인 복지 정책을 개선하는 데 끝까지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22일 저녁 서울역 광장에선 특별한 추모제가 열렸다. 2001년부터 시작돼 올해로 아홉  번째를 맞은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 추모제(이하 추모제)'가 바로 그것이다. 이날 추모제에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및 노숙인 40여명이 참여했다.
 
동자동 사랑방과 빈곤 사회 연대, 홈리스 행동(준) 등의 주최로 매년 열리는 추모제 목표는 관심을 받지 못하고 소외되는 노숙인들의 죽음을 기억하고 위로하는 것만이 아니다. 더 궁극적 목표는 최소한 자신한테 주어진 명대로는 살 수 있을 정도까지 노숙인의 복지수준을 끌어올리는 것에 있다.
 
이날 추모제는 저녁 7시, '이 나라의 보잘 것 없는 노숙인 복지 정책으로 제 명을 살지 못하고 세상을 뜬 노숙인'들을 위한 묵념을 하면 시작됐다. 이후 추모사와 '무브먼트 당당'의 퍼포먼스 '길 위의 사람들' 등으로 채워졌다.
 
노숙인들 일자리 문제 해결하겠단 서울시는 어디로
 

이동현 홈리스행동(준) 상임 활동가는 "이명박 정권은 노숙인 복지 문제를 정권차원에서 다루지 않고 지방정권으로 전적으로 이양했다"며 이명박 정권의 노숙인 문제 책임 회피를 지적했다.
 
그는 이어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11월 초, 노숙인들을 방문하여 일자리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겠다고 하였으나 지난 15일 서울시의회는 노숙인 복지 예산 21%를 삭감했다"며 서울시의 전시행정을 비판하였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본격적으로 거리에서 죽어간 노숙인들을 추모하는 촛불들이 하나 둘씩 타오르기 시작했다.
 
노숙인 출신 한 활동가는 추모사를 통해 "IMF 위기 때 노숙생활을 시작해서 오랫동안 노숙생활을 하면서 동료들을 한 명, 두 명 떠나보내고 마음을 달랠 수 없어 노숙인들을 위해 열심히 봉사하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며 "오랜 노숙생활으로 인해 지금 몸이 많이 안 좋지만 나보다 더 안 좋은 상황에 있는 노숙인들을 위해 소득이 조금이 생기면 그들과 함께 나누면서 생활하겠다"고 말했다.
 
한때 서울역에서 잠깐 노숙을 했고, 추모제에 매년 참가한다는 50대 중반 한 남성은 "노숙인 정책은 나아지는 게 없는 것 같다"며 "노숙인들이 죽어서도 관심 받지 못하고 멸시당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건 정부에서 해야 제대로 하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노숙인 영정사진을 오래 응시하던 한 노숙인
 

 

이렇게 추모제가 진행되는 동안 다른 한 편에는 노숙인 10명의 영정사진과 분향소가 마련되었으며 노숙인들을 위한 참여마당도 펼쳐졌다. 서로 필요한 물건을 교환하는 물물교환 장터가 열렸고 노숙인들을 위한 상담이 진행됐다.

 
서울역 광장을 활보하던 노숙인 한 명은 노숙인 영정사진들을 한참 동안 뚫어지게 쳐다보며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노숙인들 중 몇은 광장 바닥 한 켠에서 ▲홈리스 지원법률마련 ▲여성홈리스 지원대책 마련 ▲명의도용 범죄 피해 해결 ▲의료지원 축소 반대 ▲홈리스 일자리대책 강화 ▲안정적인 주거대책 마련 등 '홈리스 인권 실현을 위한 6대 요구안'을 물감으로 정성스럽게 색칠하기도 했다.
 
당초 이날 추모제는 저녁 8시3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경찰의 강제진압으로 인해 8시경 마무리가 됐다. 추모제를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이에 저항하던 이들 중 12명 가량이 남대문경찰서로 강제 연행됐다.
 

태그:#노숙인 추모제, #서울역, #촛불, #경찰진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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