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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례 개정 캠페인 단발족 기자회견

"집계 끝났습니다. 지금까지 센 서명용지는 모두 8만5000여 장입니다."

 

시민들이 만든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이 서울시의회에 올라가게 됐다. 서울시에서 주민들이 조례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2003년 학교급식조례에 이어서 이번이 두 번째다.

 

서명운동 마지막 날인 19일 참여연대가 잠정집계한 조례개정 청구인은 발의 요건(유권자 1%)인 8만1000여 명을 훌쩍 넘겼다. 이날 집계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6시 45분께까지 이어졌다. 일일이 손으로 100장씩 세서 종이를 엇갈리게 쌓아놓고 2500장씩 상자에 넣는 수작업이다.

 

전날 이미 서명인원이 8만 명을 기록한 터라, 이날 목표달성은 예견된 일이었다. 그러나 이번 주 초만 해도 1만6000표가 모자라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은 발의 자체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다.

 

상황은 일주일 만에 뒤집혔다. 거의 매일 2000~3000여 명이 서명에 동참했다. 거리서명에서만 매일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았고, 참여연대 사무실에는 최고 하루 3000통의 서명용지 우편물이 배달됐다. 직접 방문해 서명하는 열성 시민들도 있었다.

 

이재근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 팀장은 "많은 시민들이 직접민주주의를 체험했고 이후 참여의 욕구는 더 늘어날 것"이라면서 "서울시가 시민을 관람객이나 고객이 아닌 '주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정서명 실무를 맡았던 신미지 간사 역시 "그동안 시민들과 교감하는 일이 많았다. 시민사회운동의 과제를 배우는 기회가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비행기 시간 다 됐지만, 서명은 하고 떠나야지

 

 19일 오후 참여연대 사무실에서 서울광장 조례개정 서명용지 집계 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한 간사가 서명용지를 세고있다. 왼쪽에는 집계가 끝난 서명용지들이 한 상자에 2500장씩 담겨있다.

전날 참여연대 행정감시센터는 오후 1시 출근 일정을 공지했고, 간사들이 총출동해 마지막 거리서명 활동을 펼쳤다. 김민영 사무처장은 이날 오후 서울역 앞 민중대회에 나갔다가 500여 장의 서명을 받아서 돌아왔고, 지하철을 돌아다닌 다른 팀도 200~300장을 받아왔다.

 

이날 2호선 지하철을 탔던 안진경 운영팀 간사는 "시민들이 이제 캠페인 내용은 거의 알고있어서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서명해주신다"고 전했다. 간혹 "소란스럽다", "너희가 시장 하면 될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시민도 있지만, 간사들을 격려하며 귤 등 먹을거리를 주는 시민들도 많았다고 한다.

 

그동안 모았던 서명용지를 들고 직접 사무실에 찾아온 시민들도 많았다. 전날부터 참여연대에는 서명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았고, 이날은 아예 건물 입구에 '서명하시는 분들은 2층으로 오세요'라는 안내문을 붙였는데 30여 명의 시민들이 찾아왔다.

 

이런 열혈 시민 중에는 추운 날씨 속에 길을 나섰다가 참여연대가 예전에 있던 안국역 부근을 헤맨 뒤에 어렵게 서명에 성공한 경우도 있었다. 전날에는 비행기 출발 시간이 빠듯하다는 시민이 "어떻게든 꼭 서명한 뒤 출국하고 싶다. 근처로 나와달라"고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참여연대는 오는 29일까지 동별로 서명용지를 분류한 뒤 서울시의회에 청구인 명부를 제출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조례규칙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6개월 안에 시의회 행정자치위원회에 서울광장 조례개정안을 회부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위험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서울 이외 지역주민이나 19세 미만의 시민 등이 참여한 경우도 다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 검토 과정에서 이중으로 서명했거나 주소지를 잘못 입력한 경우는 무효로 처리된다.

 

집계 이후 서명용지를 다시 분류한 결과, 그동안의 오류율은 약 10%였다고 한다. 이 때문에 이재근 행정감시팀장은 아직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 팀장은 "오늘 이후라도 서명용지를 보내달라"고 서울시민들에 당부했다. 19일까지 서명한 용지를 우편이나 직접 방문 등으로 전달해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단 팩스로 보낸 서명용지는 효력이 없다. 이날만 해도 200여 통의 팩스 서명이 있었지만 안타깝게 집계에 포함되지 못했다.

 

19일 자 서명 있으면 유효... "우편으로 보내주세요"

 

 참여연대 5층 소회의실에서는 오류서명지 분류작업이 진행됐다. 이후 이 곳에서는 동별로 서명용지를 분류하는 작업이 이어진다. 이 역시 수작업이라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조례개정안이 무사히 발의되더라도 서울시의회 의결 절차가 더 큰 장애물로 남는다.

 

전망은 어둡다. 참여연대가 지난달 서울시의원들에게 조례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의원발의 의향을 질의한 결과, 단 8명(민주당 5, 민주노동당 1, 한나라당 2명)만 찬성 의사를 밝혔다. 시의원 49명은 아예 답변조차 하지 않고 무관심으로 일관했다.

 

앞서 서울시는 서명캠페인 과정에서도 대표자(김민영 참여연대 사무처장) 확인증을 9일 만에, 수임자 위임증을 2주 만에 발급하는 등 행정절차를 늑장 처리해 "일부러 시간을 끄는 것 아니냐"는 비난을 샀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주민들이 발의한 조례 개정안에 대한 논의 기간과 의결 여부를 따로 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비율은 94(한나라당):6(민주당+민주노동당). 특정 정당이 독점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가 주민참여를 반길 리 없다.

 

지난 제3대 지방의회의 경우, 전국적으로 123건의 주민발의가 있었으나 원안대로 가결된 것은 12건뿐이었다. 본회의에도 가지 못하고 심의 없이 자동폐기(26건)되거나 상임위에서 부결(22건)되는 경우가 다수였다.

 

이 같은 현실 때문에 지난 2003년 서울시의 학교급식조례 역시 심의가 미뤄졌다가 2005년에야 시의회를 통과했다. 게다가 이번 서울광장 조례개정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찬반이 갈리기 때문에 의결 가능성은 더 낮다.

 

결국 열쇠는 여론의 압박이다. 다행히 오는 2010년 지방선거가 서울광장 조례개정에는 호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재선 도전이 확실시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주요 치적사업인 광화문광장을 놓고 공방이 벌어질 경우, 서울광장도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이재근 팀장은 "지방선거에서 함께 대응할 다른 단체들과도 논의해야 한다. 아직 구체적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면서 "서울시장 후보들에게 광장 이용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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