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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대회전의 승리를 위해, 누군가 지하 수맥을 뚫어 남 좋은 일 내지 진보개혁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을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자신의 당파적 이해관계를 접자." (김대호)

 

"각 정당 대표들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합정치'를 이야기한다. 경기장은 만들어졌다. 지금은 어떻게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심판을 만들 것인지가 숙제다." (하승창)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과 시민사회진영이 '연합정치'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한나라당과 1대1로 맞서야 '반한나라당' 내지 '반MB'를 내세운 후보가 승산이 있다고 보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논의는 이름은 다르지만 비슷한 형태로 서울과 부산 등 일부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데, 경남에서도 전국 어느 곳 못지않게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다.

 

민생민주경남회의는 지난 11월 11일 창원대에서 "2010 지방선거의 의미와 반MB연대 실현"이란 주제로 토론을 벌인 적이 있다. 이어 경남사랑21(준)은 17일 저녁 창원노동회관에서 "지방자치 연합정치, 연합정치의 새바람을 경남에서부터"라는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경남사랑21(준)은 진해 덕산성당 김영식 신부가 대표를 맡고 있는 단체인데, "풀뿌리 민주주의 강화를 위하여 2010년 지방선거에서 좋은 지방일꾼이 많이 탄생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날 간담회에는 경남지역 민주당·민주노동당·국민참여당(준), 시민사회단체들이 참석했다.

 

신석규·임영대 마창진환경연합 공동의장, 김종대 자치분권전국연대 대표, 이기동 자치분권전국연대 집행위원장, 이흥석 전 민주노총 경남본부장, 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치위원장은 간담회에 참석했다. 또 박기병 민생민주경남회의 상임집행위원장, 장성국 민생민주창원회의 집행위원장, 전기식 교수, 김정광 우리겨레하나되기운동 경남본부 집행위원장, 민호영 국민참여당 경남창당준비위원장, 김은호 민주노동당 경남도당 조직국장, 진광현 민주당 경남도당 정책실장 등의 모습도 보였다. 김영만 6.15공동선언실천 남측위원회 경남본부 의장과 백남해 열린사회희망연대 공동대표는 다른 일정으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함께한다'는 입장을 냈다.

 

신석규 대표는 이날 인사말을 통해 "어렵게 민주주의를 이루어내서 제대로 민주주의를 시작하는가 싶었는데, 이명박 대통령의 '노가다 정권'이 들어서서 절차와 법도 없는 안하무인 상태가 되었다"면서 "영남, 특히 경남에서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것에 공감했다. 한나라당에 맞서 후보 단일화를 해야 한다. 정파를 뛰어넘어 새로운 정치지평, 선거지평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호 "남 좋은 일, 진보개혁을 위해 좋은 일을 해야 한다"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은 '남 좋은 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행 선거법에 저촉되지 않으면서 후보 단일화를 이룰 수 있는 방법으로는 '국민배심원제'가 있을 수 있고, 그런 방법을 통해 '희망후보'을 내세우면 된다는 것이다.

 

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힘의 결집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해도 현실의 정당이라는그릇에 다 담길 수가 없다"면서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쪼개지고, 국민참여당이 만들어진 것은 다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정치협상으로 연합정치가 가능하겠느냐"거나 "시민사회 원로들의 중재로 연합정치가 잘 되겠느냐"는 질문을 던진 그는 "한국 보수 진영은 '선수'로 뛸 의사는 별로 없지만, 재벌, 조중동, 거대한 종교권력, 사학권력 등 연합정치를 강제할 힘 있는 후견인(큰손)들이 있다"면서 "하지만 진보개혁은 없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떠난 이후엔 확실히 없다"고 자답했다.

 

그러면서 그는 "진보개혁 세력 내의 이념·정책적, 감정적 골은 매우 넓고 깊다"며 "과거 민주노동당이 했던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 사이에는 실개천이 놓여 있고,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사이에는 큰 강이 놓여 있다'는 말은 빈 말이 아닐 것이다. 적어도 감정적 간극이 엄청나게 큰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지층이 겹치는 관계로 '저놈이 살면 내가 죽고 저놈이 죽으면 내가 사는 관계'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자유선진당, 친박연대와는 이런 관계가 성립하지 않지만, 진보개혁 정당들 사이의 관계는 그렇다. 또 모든 출마는 개인이나 정당 입장에서는 미래의 정치적 지분과 자산을 쌓는 것이기에, 당선 가능성이 낮다고 해도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진보개혁 후보의 손을 잘 들어주지 않는다."

 

이같이 진단한 김대호 소장은 "진보개혁이 나눌 '파이' 전체를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파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감동과 기대의 바람을 불러일으켜야 한다"면서 "이 관건은 정치적 지하수 개발이다. 기존 정당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깨어있는 시민들의 정치적 힘을 분출, 결집시키는 것"이라고 제시했다.

 

방법은 있다고 했다. 그는 "정치적 지하수를 개발하려면 좋은 경기장과 경기규칙, 심판이 필요하고, 좋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으로 들어와야 한다"면서 "심판은 명망 있는 몇몇 재야․시민사회 인사가 아니라 경기장에 들어온 수천, 수만, 수십만의 관중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 관중을 일종의 '오픈 프라이머리'인 '국민배심원'이라 불렀다.

 

현행 선거법상 '국민배심원'은 합법적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단일후보를 가리는 과정이나 진보개혁의 이념·정책적 컨센서스를 가리는 과정은 수많은 국민배심원단에게 온·오프라인으로 공개되고, 평결을 구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대호 소장은 "좋은 경기장과 경기규칙, 좋은 심판을 통해서 뽑으려는 후보는 '희망후보'(가칭)로 부를 수 있을 것"이라며 "호남에서는 민주당의 부실 후보를, 영남에서는 한나라당 후보를 이길 수 있는 범진보 단일후보이다. 괜찮은 후보들의 숫자가 너무 많지 않으면 민주당이 연합정치 차원에서 '희망후보'를 공천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군소 정당과 무소속, 심지어 상당수 민주당 후보들도 승부를 걸어 보고 싶은 느낌이 들도록 경쟁 규칙이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라며 "동시에 참신하고, 의미 있고, 흥행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2010년 지방선거 승리를 위해서는 남 좋은 일 내지 진보개혁 전체를 위해 좋은 일을 확실히 하자"고 강조했다.

 

하승창 "유럽에선 연합정치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하승창 전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은 '희망과대안'이 만들어진 계기, 지난 10월 재보선 때 '안산상록을'의 야권 후보 단일화 시도와 무산 과정에 대해 설명하면서 2010년 지방선거를 전망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 들어 촛불이며 1인시위, 집회, 기자회견 등 그동안 운동권이 알던 거 다 해봤다. 그래도 안 된다. 심각한 민주주의 불균형 상태를 야기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독주가 심각한 민주주의의 후퇴를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시민운동은 '정치적 중립'이라고 해왔지만, 지난 2년간 정치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게 됐다"면서 "경제학자들도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아무리 문제제기를 해도 안 되는 것은 문제가 경제에 있는 게 아니라 정치에 있다는 인식을 했다. 그런 차원에서 희망과대안이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10월 재보선에 대해, 그는 "한나라당이 졌지만 누구 하나 이긴 정당이 없었다"면서 "투표율이 평상시보다 10% 넘게 높았고,  20~30대의 투표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유권자들이 보여주는 변화다. 그것은 두 전직 대통령의 죽음 때 방명록에 '투표하겠다'고 했던 자기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4월 재보선에서 민주노동당이 호남에서 선전한 것은, 한편에서는 새로운 세력을 키워야 한다는 선택이 담긴 것"이라며 "대안적 선택을 할 수는 없지만 이명박 독주를 막아야 한다는 요구와 새로운 흐름에 대한 요구가 담겨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정치'의 담론을 강조했다. 그는 "이명박 정부의 독주를 견제하는 것은 후보 단일화다. 민주당과 군소정당의 단일화 가능성은 어렵다. 그러나 '연합정치'나 '정치연합'이라는 담론을 사용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가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 단순히 이기기 위한 전술이라면 안 한다'고 했는데, 진보정당으로서는 당연히 할 말이다"면서 "지금 우리는 단순하게 이기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 공동체에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연합이 우리 사회의 가치를 높이는 길이다"고 설명했다.

 

유럽과 비교했다. 그는 "유럽은 연합정치가 일상적이고 자연스럽다. 우리는 'DJP연대'와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경험이 있다. 그것은 선거에 이기기 위한 연대였고, 상대를 이기기 위한 술수로만 여겨진 것"이라며 "이기기 위한 소극적 대응이 아니라 우리 사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적극적인 자세로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각 정당 유력인사 내지 대표들은 언론과 인터뷰에서 연합정치를 이야기한다. 그러면 경기장은 만들어지는 것이다. '심판'이나 '규칙'은 없지만, 지금은 어떻게 선수들을 경기장 안으로 들어오게 하고 심판진을 만들 것인지가 숙제다"고 제시했다.

 

유권자운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남사랑21'도 하나의 틀이고, 서울에서도 '희망과대안'에서 원탁회의 등에 대해 논의하고 있으며, 부산에서도 비슷한 모임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시민운동은 지난 2년간 이명박 정부와 나름대로 열심히 싸운다고 했지만, 기존 관성대로 해왔다. 싸우면서도 잘되지 않았다. 워낙 이 정부가 한꺼번에 많은 일을 저질러서 그렇기도 하다. 우선 시민사회 진영의 소통부터 필요하다. 시민사회 진영 실무자 간의 소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누군가 치고 나가며 바람을 일으키면..."

 

질문이 쏟아졌다. 임영대 공동의장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시민운동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고 하자, 김대호 소장은 "자연스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참여정부가 타협하거나 차악을 선택할 때 시민운동은 최선을 이야기했다. 국가보안법이나 사학법 등이 그랬다. 최선이라는 잣대를 갖고 차선이나 차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 경고를 하기도 했다"면서 "지금은 최악이다. 그래서 긴 이름의 '공동대책위'나 '연대회의'를 하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고 말했다.

 

김종대 대표가 '연합정치에 있어 불리한 결정이 나더라도 받아들이겠다는 생각들이 있어야 하고, 추진 세력이 있어야 한다"고 말하자 김 소장은 "연합정치는 가운데가 비어 있어야 하고, 남 좋은 일 하겠다는 인식을 가져야 한다. 지금까지는 가운데가 꽉 차 있었고, 자기가 후보가 되겠다는 것이었다. 진짜 가운데는 종교인의 마인드를 갖고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고 현실 정치인이 중심이 되면 다른 사람들은 안 온다. 그런 점에서 연합정치는 아무나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또 그는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은 갈 때까지 가봤다. 노회찬 대표나 유시민 전 장관은 자기들이 해서 통합해 버리고 싶어 할 것이다. 서울시 구청장 선거에서, 민주당은 연합하면 20~25개는 먹을 수 있는데, 연합하지 않으면 5개도 못 먹는다"고 말했다.

 

"민주당이나 민주노동당은 연합을 간절히 바랄 것이다. 그러나 새로 생긴 진보신당과 국민참여당은 간절하지는 않은 것 같다. 자기들이 치고 올라간다고 생각하니까 그렇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이 상당히 간절하게 갈구하기 때문에 연합정치의 조건들이 잘 갖추어져 있다. 누군가 과감하게 바람을 일으키며 치고 나가면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태그:#연합정치, #지방선거, #하승창, #김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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